공지

[BC90? 년경, 글공부 중인 어린 키케로. 프레스코, 빈첸조 포파의 1427년작]


여기는 내 신변잡기 외 PC게임, 세계의 ROCK음악, 그리고 유럽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로 포스팅되는 가끔 야한거 올라오는 것만 빼면 그냥 평범한 블로그.

일리노이 주에 있는 작은 인문학 college 재학 중. 주변 반경 백마일 이내는 옥수수밭뿐.



RATIO LUX LUMENQUE VITAE EST - CICERO
"이성은 삶의 광명이요 광채여라." -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BC 106~ BC 43)

by 월광토끼 | 2009/12/31 21:18 | 트랙백 | 덧글(121)

단상. 은하영웅전설.

조금은 뜬금없는 개인적 이야기.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책이라면 정말 닥치는 대로 읽던 때라 집안에 내가 읽지 않은 책은 "감시와 처벌"이라던가 "들뢰르 평전", 또는 "태백산맥"같은, 당시 내가 이해할 수 없거나 너무 긴, 어려운 책들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였다. (약간은 과장. 집안에 책이 너무 많아 사실 그걸 다 읽는 건 수준을 떠나 정말 불가능하다.)

그 때, 마악 문학동네에서 번역, 출간한 막스 갈로의 "나폴레옹"과 이문열 평역의 "삼국지"를 읽고 나서 장대한 서사적 구도의 소설에 흠뻑 취해있던 그 어린이는 집안에 비슷한 책이 더 없을까 싶어 찾아 먼지쌓인 창고 상자를 뒤적이다가 검은색 표지의, 뭔가 위압적으로 보이는 책 열 권을 발견했다. 누님이 고등학생 때 사다 읽고 구석에 처박아 놓은 소설책이었다.

호기심이 동한 나는 그 책을 조심조심 읽기 시작했고,
그 책은 내게 위편삼절의 애독서가 되었다.
그 책은 일본의 작가 다나카 요시키의 장편 SF소설, 은하영웅전설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중학생이 되어, 슬금슬금 인터넷의 단맛을 알아가던 나는 만화영화를 다운받아봤고, 그렇게 접한 것은 "은하영웅전설"의 애니메이션판이었다. 그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처럼 나는 그 작품세계에 다시 흠뻑 빠져들었다. 은하계를 양분하는 두 거대국가의 전쟁. 민주주의와 전제주의. 부패한 민주정치가와 개혁적 독재자. 거대한 우주 함대전 등등.





그래서, "고작 SF소설 나부랭이"가 인생을 바꾸었다! 고 얘기하자면 우습게 들리겠지만, 사실 그 소설은 내 삶의 진로에 너무나 큰 영향을 주었다.


어릴적 내가 가장 많이 읽던 책이 뭐였는가.
당시,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읽는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역사에 대한 내 관심은 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가득하던 학습만화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관심의 불씨를 '진로'로 증폭시킨 것이 "은하영웅전설"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은하영웅전설은 그렇게 깊이있는 소설은 아니다. 약간 비하해서 말하자면 그저 저자 다나카 요시키가 대학생 수준의 정치 담론을, 아니, '썰'을 풀어놓기 위해 세계 역사에서 그냥 이것저것 가져다 짜집기해 쓴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나카 요시키가 제시한 그 '역사관'은 어린 내게 너무나 흥미롭게 느껴졌었고, 그리고 양 웬리라는 주인공의 행보는 나를 지나칠 정도로 매료시켰었다.


[이 사람]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 물으면 이순신이나 김구를 언급하는게 아니라 양 웬리의 이름을 떠올렸을 정도였다.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군인이, 명장이, 영웅이 된 게으름뱅이. 상아탑에 파묻혀 공부하고 글쓰는 학자를 꿈꾸었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살해당한 역사학도. 양의 입을 빌려 다나카 요시키가 말하던 역사의 해석들.



"인간의 행위 중에서 무엇이 가장 비열하고 수치스러운 일이겠습니까? 그것은 권력을 가진 사람, 권력에 아첨하는 사람이 안전한 장소에 숨어서 전쟁을 찬미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애국심과 희생 정신을 강요하여 전장으로 내보내는 일입니다."

"음모와 테러리즘으로는 역사를 바꿀 수 없단다, 율리안."

"전술 차원에서의 우연은 전략 차원에 있어서의 필연이 남긴 잔광의 파편에 불과하다."

"민주주의의 부패란, 정치가 개인의 타락이 아니라 그 정치가의 부패를 비판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양 웬리-


그래서...

나는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양 웬리가 되고 싶었으나 결국 되지 못한 그 역사학자라는 사람이 되어서, 다나카 요시키보다 더 역사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하고 싶다, 고. 우스운 일이다. "에드워드 기번을 읽고 역사학을 공부하고 싶어졌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멋은 없다. 난 은하영웅전설 때무에 역사학을 공부하자고 결심했다.



내가 은하영웅전설을 처음 읽은 후로 10년이 지났음에도 난 아직 단순한 애송이에 불과하다. 스스로를 '사학도'라고 부르는 것조차 부끄럽다. 난 아직 역사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사학자는 커녕 '사학도 지망생'을 자처하는 정도다. I-20 입국 서류에 Major: History 라고 기입되는게 전부다. 나는 글을 써야 되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읽어야 되는 사람이다. 역사에 대해 고담준론을 풀어놓는 글을 쓸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난 빨리, 더 많이 배우고 싶다. 하루라도 빨리 '상아탑'에 들어가고 싶다.


난 언제쯤 그 가상의 소설 속 중국인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난 아직 홍차보다는 커피를 선호한다.



by 월광토끼 | 2009/07/03 07:36 | 덜 가벼운 잡담 | 트랙백 | 덧글(23)

단상. 카토와 키케로.



카토와 키케로.

그들이 지키고자 한 것은 대체 무엇이었는가?
Res Publica?
민중?

SPQR이라는 체제에 있어 "공화국"이란 이름은 허울 좋은 환상일 뿐이었다.
Senatus만 있고 Populusque는 없었다.

카토와 키케로 등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자"들이 지키려고 했던 것은
일반 민중의 참정권이 아닌, 소수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Aristocracy에 불과했다.

키케로의 뇌리에 "publica"가 들어있었는가?
그는 기사계급과 파트리아키 계급간의 화합을 추구했지만, 일반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카토의 뇌리에는 기사계급 생각이나마 들어 있었나?
그는 그저 덧씌워진 환상일 뿐인 '옛 공화국의 전통과 이상'만을 쫓았을 뿐이다.
신발 없이 맨발로 다니고 선인들의 격언이나 인용한다고 공화국을 살릴 수 있는게 아니다.


그들은 카이사르를 대신할 수 있는 합리적 개혁과 대안을 준비했는가?
그렇다고 볼 수 없다.
카토는 별 생각도 현실감각도 없었고 키케로는 이미 효과를 볼 수 없는 미봉책만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 소수 Aristocracy가 한 명의 절대 권력자가 지배하는 전제정치보다는
백배, 백만배, 아니, 비교할 수 없을만큼 더 낫다.
Dictatorship은 필연적으로 Tyranny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Tyranny에 목숨을 걸고 저항했다.


마리우스와 술라가 시작해버리고 카이사르가 점찍은 정치적 균열과 급변화는 막을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변화에, 전제주의로의 체제변환에 혼신을 내던져 저항했던 카토와 키케로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웠는가.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도 그 변화가 악이라면 저항한다.



거스를 수 있는, 거슬러야 하는 불필요악에조차
저항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을 보며 카토와 키케로의 고결함을 떠올린다.

by 월광토끼 | 2009/07/03 03:53 | General History | 트랙백 | 덧글(8)

뉴욬 스테이크 샌드위치

"JAK's Grill" 이라고, 주변에서 꽤 유명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시애틀 U 디스트릭트에 U 빌리지 근처)

여러가지 음식을 하긴 하는데 메인은 고기.

스테이크랑 햄버거랑 폵챺 전문의 전형적인 미국식 고깃집이다.



내가 먹은건 뉴욕 스테이크 샌드위치.

뭐 간 고기 뭉침 (번)으로 하는게 아니라, 진짜 쌩 스테이크 고깃덩어리를 빵 사이에 끼운 것.

메뉴판에는 뭐 "이 집 고기는 옥수수만 먹으며 자란 건강한 네브라스카주 소고기만 씁니다" 라며

온갖 자랑을 해놓긴 했는데, 확실히 그만큼 맛있었다.

서비스도 괜찮았고. 아주 후덕해 보이고 인상좋은 아주머니가 서빙했다.







블라인드를 다 쳐놔서 밖에서는 아무것도 안보이고 어두운데

안에는 사람 엄청 많고 시끌벅적한게 분위기 좋더라.


내가 마신건 루트 비어.

난 콜라보다 루트 비어를 더 좋아한다.


양파링.

사진으로 보면 모르는데, 실제 크기가 진짜 크다. 저 오니온 링 하나가 손바닥만하다.

맛있긴한데 배불러서 -_-

세 사람이서 저걸 다 나눠먹는데 결국 다 못 먹었다.







고기는 미디움 레어로 해달라고 했는데 정말 미디움 레어로 딱 맞춰 나왔다.









너무나 배불리 잘 먹었고, 마음에 들었다. 또 오게 될 듯.


내 취향 (Greasy 하고 Heavy한) 에 딱 맞는 것 같다.




ps. 새로 바뀐 이글루스 인터페이스. 매우 불편하다. 예전대로 해달라.

by 월광토끼 | 2009/07/02 13:39 | 식생활 | 트랙백 | 덧글(24)

신변잡기

1.
부리또 먹고 급체해서 앓아 누웠다가
체한게 다시 배탈로 이어져서 며칠 좀 낑낑거리는 등 주접을 떨고 있다가
이제사 다 나은 것 같슴다.
염려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
누나네 집에서 얹혀살다가 며칠 전에 옆 동네 스튜디오로 이사.
혼자 사니까 좋긴 참 좋은데 (그래도 저녁식사는 다 누나네 집에서 해결하지만)
거기서는 인터넷이 안된다는게 참으로 안타까운 문제점 -_-



3.
아침 일찍 수업이 있다보니 매일 아침 잼 바른 토스트를 입에 물고 등교합니다.
누구 나랑 좀 부딪혀줘 [.]



4.
즐겨보는 웹툰 중에 야후에서 연재되는 "노병가"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현실성의 극한을 달리는, 건조한 만화입니다.
그렇게 건조한 만화임에도 엄청나게 무서운 만화입니다.
감정이입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본격 군대가기 싫어지는 만화]

작가인 기안84님 블로그에서 시즌1부터 감상해야 됩니다. 야후에 연재되는건 시즌2.




5.
부족전쟁은...
현재 마을 네 개. 점수는 1만 6천 점.





3세계의 정세가 험악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확장을 중단하고 병력확보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네 곳의 병영이 단 한시도 쉴 수 없도록 하겠다!





6.
그린데이의 새 앨범 "21세기 뷁다운" 을 들어보았습니다.

...뭐라 말하기 힘들군요. 여러가지 생각이 들던데,
앨범 리뷰를 따로 써 올릴까 생각 중.





7.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Sky Crawlers" DVD를 구입했습니다.



호평이 많아서 기대됩니다. 한국에서는 이 작품을 감상한 사람이 몇 분 없는 것 같네요.

저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 작품이면 그냥 아무 말 없이 무조건

DVD구입해서 보는 편이라 ~_~ (공각기동대 극장판 1,2. 인랑, 패트레이버 극장판 1, 2, 3.)

있다가 밤에 아니면 내일 감상하렵니다. 여유 있으면 감상문까지 써 올리죠.





ps. 추가.

8.
봄학기 성적이 나와서 확인.
영작문 교수 그 XXX, 역시 학점 3.0을 주셨더라.
역시 XXXX. 나만 겪은 일은 아니다. 그 XXX는 당장에 짤라버려야 하는데
학교에선 대체 뭐하는건가 모르겠다. 아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네.
그따구로 가르쳐 놓고 점수도 그따구로 주고. 어우 젠장.

미국 전기사 (Early History of the U.S.) 과목은 예상대로 3.9가 나왔다.

미적분 과목은 그냥 저냥 3.4. 아 난 수학이 너무 싫어.

그런데 그 XXX같은 영작문 과목 덕택에 평균 확 깎였다.

정말 XXX같은 교수였다.
박사학위는 어떻게 딴건지 상상도 안가네.
내 생애 다시는 그따위 수준의 선생님을 만날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by 월광토끼 | 2009/06/30 08:46 | 가벼운 잡담 | 트랙백 | 덧글(13)

번복

아래 포스트에서는 카페인 섭취를 안해서 어지러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정말 아픈 것 같네요.


몸이 안좋아 오늘 블로그질은 쉽니다.

by 월광토끼 | 2009/06/26 12:26 | 트랙백 | 덧글(11)

중독

오늘 머리가 너-무 너-무 아프고 어지러워서

과로라도 했나, 할 일 많은데 아프면 안되는데, 하며 걱정했는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카페에서 Iced Americano를 들이키고나니

싹- 사라지는 두통.


......그러고보니 오늘 내내 커피를 안마셨었다.


OTL


아니 내가 카페인 중독이라니
내가 카페인 중독이라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by 월광토끼 | 2009/06/26 10:30 | 가벼운 잡담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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