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타지 소설 속 캐릭터들

언제부터였을까.
아니, 처음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 쓰여진 많은 판타지 소설들을 보면 그 등장 캐릭터들에 깊이가 없다. 화려한 외모 묘사와 경박한 행동거지가 '캐릭터성'을 정의할 뿐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주인공 마저도) 모두에게 '인간적인' 현실성이 결여되어있다.

장르문학이라고는 해도, '소설 등장인물'이 가질 수 있는 깊이가 전무한채,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보여지는 그들의 행보는 마치 만화책,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내 소견으로 볼 때

일본 만화랑 만화영화가 장르문학에 끼친 영향은 너무 심대했다. 만화적인 가벼움이 소위 말하는 '캐릭터성'을 정의했고 형식화된 '코드'에 맞춰진 캐릭터들만이 존재할 뿐, 거기에 사고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사람"은 없어진 것이다.


물론 내가 지금 건방지게 Zot도 모르면서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 등장인물들 묘사가 등장할 때,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리는가?

보라색 초록색 파란색 은색 염색도 안했으면서 휘황찬란한 색채로 번쩍이는 머리카락으로 치장한, 칼턱의 눈 큰 주인공들이 아니겠는가? '사람'을 상상하는게 아니라 만화책 캐릭터를 상상한다는 것. 그것부터 일단 생각해볼 문제다.


일본의 '라이트 노블'도 그렇고, 한국의 많은 판타지 소설들에도 해당되는 건데, 내 소견으로는 장르문학에 속한 많은 소설들은 자체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문학'이라기 보다는 "'만화책/만화영화'의 텍스트화" 를 추구하기에 (의도적이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깊이가 없어진게 아닌가 싶다.


...아니 뭐 이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얘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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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광토끼 | 2008/05/07 16:03 | 덜 가벼운 잡담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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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randuke at 2008/05/07 16:07
영미권 소설 추천해드립니다.
스티븐 킹 거 몇 개 읽어보시면 만족하실 듯.
인물 묘사가 정말 작살이죠.
Commented by DOSKHARAAS at 2008/05/07 16:14
일본 만화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모에인지 뭔지도 그렇고
뭔놈의 데레가 그리 많은지, 그것도 그렇고
패턴화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매너리즘. 타성화.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찍어내고 그냥 소비하고 남는 것은 하나도 없고
Commented by 검은월광 at 2008/05/07 16:19
동감합니다.
Commented by はひ at 2008/05/07 17:24
그것에 좀 심히 동감하는..
Commented by 에로플 at 2008/05/07 18:06
깊이 있는 캐릭터 만들기가 좀 어렵죠.
Commented by 그란덴 at 2008/05/07 18:11
하응백이 질할했던 일본 서브컬쳐의 사생아라는 말은 사실 상당수 맞는 말이었죠.


.....그걸 드래곤라자에게 들이댄게 좀 아니었지만.
Commented by 에로플 at 2008/05/07 18:13
소설가가 단순한 스토리 텔러가 되면 안되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Mecatama at 2008/05/07 19:25
曰. 이분은 이런 내공있는 글은. -_-)b
...
공감합니다.
Commented by 땅콩샌드 at 2008/05/07 20:52
일본의 영향이라기보다는 그냥 소설을 못 쓰는 거죠.
Commented by KJH at 2008/05/07 21:02
동인문학상 심사위원이었던(맞나요? 가물가물...) 문학평론가 하응백의 드래곤라자 비평은 읽어볼 당시에는 정말 어의가 하늘로 승천하는 병맛평론이었지만 (스토리가 전혀 달라요... 책은커녕 스토리 요약집도 안읽어보았던듯) 사실 그 주요 내용을 한국 양판소로 돌려보면 아무 할말 없었지요.
판타지소설-유래는 컴퓨터게임(주로 일본)-문화상품성은 있을지언정 문학성은 제로.
뭐 이정도가 주요 내용이었던걸로 기억나네요. 그란덴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Commented by 상처자국 at 2008/05/07 21:19
오오오///
Commented by 데프콘1 at 2008/05/07 23:15
예전에 인터넷에서 조낸 진지한 판타지 전쟁 소설을 쓴 적있습니다. 마법 이딴건 거의 전설 수준이고, 중세에 괴물들만 추가된 상태랄까요? 주인공이 전략적 머리는 좋지만 살짝 정신이 이상한 놈(아편중독에 알콜 중독에)인 소설을 쓴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리플은
주인공 언제 이계로 가요?
주인공 언제 환골탈태해요?
주인공 언제 소드 마스터되요?
쓰다가 말았다능
Commented by 묘구지 at 2008/05/08 08:37
그저 생각이라곤 없이 대충 쓰다가 양만 쌓이면 책으로 찍어대죠...책방에 가보면 무슨 무슨 퓨전 소설이다 어쩌고 뭐 그런게 쌓여있더군요
Commented by 넷실러 at 2008/05/08 19:29
그에 대한 반동도 있긴합니다만... 미미하져;;;
Commented by 고렘 at 2008/05/09 18:02
인간스토리는 판타지 계쪽에서는 거의 쓰는 사람 없습니다. 무협쪽도 거의 없기는 한데 가끔 나오기는 하더군요. 특히 좌백님이 그런 거 잘 쓰시더군요.

저야 뭐 아직 캐릭터물도 잘 못 쓰는 처지입니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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