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할머니가 나쁜 년이여"
한국에 와 있는 방학기간이라도.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학문에 있어 필수라 생각되어
서울의 모 대학에서 계절학기 라틴어 강좌를 청강하게 되었다.
그 첫 수업.
강의를 맡으신 교수님께서는 '첫 수업이니만큼 옛날 얘기나 해 주겠다"며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과 문학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이야기 도중 시오노 나나미 이야기가 나왔다.
"여러분들 중 혹시 "로마인 이야기" 읽은 것 가지고 자랑하는 분이 있으면 창피해해야 되요"
난 그 말 듣고 그렇게 반갑고 즐거울 수가 없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학계의 암적 존재죠"
그렇습니다 교수님! 학생들을 계몽시켜 주세요!
"로마인 이야기가 한국에서는 마치 바이블처럼 되어있는데 이거 아주 잘못된 일이에요"
네, 저도 그게 정말 못마땅 했어요.
"서양사학 쪽 교수님들은 뭐 학생들한테 레포트 하나 써오라고 시키면 하나같이 다들
시오노 나나미만 그대로 베껴온다고 불쾌해하시죠"
그야 물론 그렇겠죠 ㄱ-
"그렇지만 여기에 자성의 분위기도 있어요"
응?
"제대로된, 읽기 쉽고 또 정확한 내용을 담은 좋은 역사책을 많이 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 사람들이 '로마인 이야기'나 읽게 되었다는 점에서요."
음.
시오노 나나미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고대 로마사책은 없을까?
일본 할머니가 쓴, 편향되고 초점이 흐려져 있는 대중지향적 '소설'책 말고.
비전문가 대중에게 에드워드 기번을 읽으라고 들이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로마인 이야기" 처럼 고대 로마의 역사 전체를 집대성하면서도
일관된 논조와 중립적 입장, 그리고 객관적이며 역사적인 견지를 유지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일반인들도 읽기 쉬울 그런 역사책.
물론 로마인 이야기라는, 방대한 내용을 정리해서 쓴 시오노 나나미가 대단한 것은 사실이고 '입문서'라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것이 사실이겠으나 그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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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Silverfang 2008/06/25 09:53 # 답글
역사와 고전을 멀리 한다는 것은그만큼 교양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 있다는 사실의 반증일껍니다.
이빨 다 나간 환자가 틀니 하기 싫어서 죽만 먹고 산다면 비실비실 해지겠죠?
요즘 사람들의 상당수가 그 '환자'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꼴을 많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토끼님이 전쟁소설 쓰시듯 역사책도 그리 한번 써보심이??
월광토끼 2008/06/25 10:48 #
...그건 '역사소설'이 되지, '역사책'이 되진 않겠죠 -_-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교양이 없어요...
저도 없지만, 없다는 자각조차 못하고 돈버는데 바빠서 그저 유행에 편승한 대중문화나 이따금씩 소비해줄 뿐인걸 '문화생활;이라 하는 세태는 마치 늪에 빠진 나무늘보를 보는 기분이랄까...
blus 2008/06/25 10:19 # 답글
소설은 소설일 뿐! 역사서가 아니다! 소설은 소설일 뿐! 역사서가 아니다!나나미 할머니를 좋아하긴 하지만 역사인이 아니라 소설가로 좋아한다구요!!
(웃음)
...근데 아래의 조건들을 다 갖춰서 쓸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세계적인 대작이 되겠군요.(..)
월광토끼 2008/06/25 10:47 #
그렇죠! 소설가로써는 꽤 하죠! (:)..세계적인 대작이 될 지 어떨진 모르지만 매우 어려운 작업이겠죠 -__
나타라시바 2008/06/25 10:28 # 답글
로마사는 어쩔 수 없이 이 책 저 책 다 읽어가며 스스로 귀납적인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서양 문화의 뿌리가 되는 역사를 겨우 한두권의 책으로 알 수 있다고 하는 게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소리일지도 모르지요.
월광토끼 2008/06/25 10:46 #
나타라시바// 그래서이죠. 사학도로써는 귀납적 공부가 당연한 수순이고타키투스나 리비우스, 폴리비우스등 '원전'의 독서부터가 기본으로 해야되는 일이지만, 그게 대중에게로의 접근성으로써는 완전 아니거든요.
백월 2008/06/25 12:35 # 답글
뭐랄까 교양이 부족하다는 점은 통감하는데,교양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곳도 없어요, 소위 '1%'인간들조차...
찬물녹차 2008/06/25 12:36 # 답글
전 그 '자성의 분위기' 때문에 그녀의 책을 좋아합니다. 이 바닥에는 정작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너무 적거든요.그녀의 이야기는 흥미면에서는 입문서로 적당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논리, 정보면에서 선입관이 생겨서 곤란하다는 것인데... 이거 언급하신 대로 정말 그녀의 이야기를 대신할 수 있는 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그런데 그게 잘 팔릴지에 대해서는 좀 걱정이 드는군요.)
はひ 2008/06/25 13:13 # 답글
역사서는 읽기 괴롭던.. 뭐 교과서같은거니..하지만 소설은 완전한 역사서가 될수 없죠..
ESTRA 2008/06/25 13:16 # 답글
흠...암적인 존재라고 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을 듯 합니다만 =ㅁ=...나름 고대 서양 역사 입문서로 '로마인 이야기'는 나쁘진 않았는데 ...
진냥 2008/06/25 13:31 # 답글
도서관 세계사 서가의 로마 쪽에 가면 얼마든지 읽을 만한 책이 많은데도 불구하고..ㅠㅠ 애초에 언론에 대서특필되어서 읽으면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책을 선호하는 한국의 독서 풍조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akudoku 2008/06/25 16:37 # 삭제 답글
사진으로 너무 도배되어 있네요;본문조차 읽을 수가 없도록....
파이어폭스서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군요...
음.....ㅠ.ㅠ
요즘 로마인 이야기 재밌게 읽고 있는데, 그닥 좋은 것만은 아니었군요^^;
클레안 2008/06/25 21:16 # 답글
음, 로마인 이야기 소설 아니었나요?포스팅보다 옆에 나와있는 뮤즈 DVD와 클래식 앨범에 눈이 가는 군요. 말러 부활 잘 들으셨나요?
긁적 2008/06/25 23:40 # 답글
똑똑해서 오히려 문제인 사람중에 하나지요 -_-;그러나 현실을 보면 케안습입니다. 원전중에 한국어로 된 것은 하나도 없고, 심지어 몸젠횽님의 '로마사'조차 한국어 번역이 없습니다. -_-............ (최소한 학교 도서관에는 없음. 제가 다니는 학교 도서관이 쫌 크므로, 그냥 전국적으로 없다고 봐도 될듯 ㅋ)
한국인에 제한한다면, 그런 점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시오노 나나미는 상당히 많은 양의 정보를 제공해줍이다. 다만, 그 사람의 생각과 그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실을 구별하지 못한다면 독이 되겠지요.
긁적 2008/06/25 23:42 #
추가 -> 서울대 도서관에도 없으니. 거의 확실함.
월광토끼 2008/06/25 23:44 #
응? 타키투스, 리비우스, 베르길리우스 모두 번역되어서 나왔습니다만?작년만해도 타키투스의 "연대기"가 번역되어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고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아스도 출간되었습니다만. 리비우스는 옛날 옛적에 번역되어 나왔고.
긁적 2008/06/26 00:02 #
음음?? 진짜 타키투스랑 베르길리우스가 있네요... (뭥미)그러나 리비우스는 없던데요. 이상하군요..;; 몸젠도 없었습니다.
여튼 읽을거 생겨 좋군요.
황제 2008/06/26 01:12 # 답글
애시당초 [로마인 이야기]지. [로마인 역사]가 아닙니다. 그 책을 가지고 역사서 운운하면, 시오노 여사 본인이 더 놀랍겁니다. 소설 내지는 동인지에 가깝죠. 그러나 로마인 이야기 이전에 이렇게 로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나 했을지는 의문이기는 합니다. 그것까지 폄하하는 사람이 있던데.... 왜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