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26 원수: 나폴레옹의 수하들 - 01. 베르나도트

18세기 말 프랑스.

1799년 안개달에 쿠데타로 집권하고, 수년 후 황제의 관을 머리에 얹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프랑스 최고 최대의 군인이었다, 라는데에는 왠만해선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 프랑스에 장군이 나폴레옹 밖에 없었는가?

나폴레옹의 대승리들과 그가 수행한 전쟁들이, 나폴레옹 개인의 힘으로 다 구상되고 실행되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나폴레옹은 '군사상의 천재' 가 아니라 '신'이었을 것이다.

나폴레옹의 작전들은, 그의 승리들은 그 휘하의 명장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폴레옹에 의해 제국의 원수 직위를 부여받아 나폴레옹의 명령들을 수행하고 그 구상을 실현시키며 그들 나름의 명성을 쌓고 전장에서 그 이름을 떨쳤던 자들이 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거대한 이름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나름 난세를 살며 이름을 알린 이 군인들.


"루이 14세 시대 튜렌 원수가 죽고 나서부터 나폴레옹이 등장할 때 까지 프랑스에 뭐 군인이 있었나요?"

- 뭐 있었다.


이 연재 기획은, 나폴레옹과 동시대에 나폴레옹과 함께 전장에서 활약하고, 나폴레옹이 황제가 된 후에는 그로부터 하사받은 원수봉을 휘두르며 그 명령을 수행했던 스물 여섯 명. 영웅이었거나 명장 또는 충신, 배신하는 변절자, 평범한 범재이기도 했던 그들. 나폴레옹 1세 치하 제 1 프랑스 제국의 26 원수들 (Vingt-six maréchaux sous Napoléon Ier de Premier Empire de France)에 대한 글들이다.








01.

장-밥티스트 베르나도트 Jean-Baptiste Bernadotte 원수
.



베르나도트는 나폴레옹 휘하 원수들 중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자다. 그는 가장 뛰어난 군인들 중 하나이기도 했으나 변절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1763년 프랑스 뽀에서 평범한 중산층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1780년에 17세의 나이로, 이병으로 (다시 말해 쫄에 쫄병으로) 왕실 해병 연대에 입대한다. 프랑스 왕실 해병 연대는 막 프랑스 영토로 편입된 코르시카 주둔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코르시카와 그 외 남부 프랑스에서 주둔하는 동안 베르나도트는 상사로 진급했으며, 그 후 프랑스 대혁명으로 인한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르게 진급, 1792년, 29세에는 이미 대령 계급장을 단다. 2년 동안 프랑스 혁명군에서 싸운 그는 승전에 승전을 거듭, 31세에 이미 중장으로 까지 진급한다.

1796년에 혁명군이 라인강 일대에서 오스트리아에게 격파당했을 때 그 오합지졸로 산개된 프랑스군과 남은 병력들을 규합해 성공적으로 철수시킨 것은 베르나도트의 업적이었다. 1799년 나폴레옹의 쿠데타와 독재 통령 정부 때는 협력을 거부했으나 나폴레옹은 이를 신경쓰지 않고 베르나도트를 기용, 1804년에 원수로 진급시킨다.

베르나도트는 1805년의 울름 전투에서 프러시아군을 포위하는데 공헌했으며 1805년 12월의 아우슈테를릿츠 전투 -나폴레옹 최대 최고의 승전-에서 큰 공을 세워 퐁트 코르보의 왕자 칭호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1807년 아우어슈테트 전투에서 포위당한 다부 원수의 군대를 구하지 않았으며, 예나 전투에서 나폴레옹을 도우러 오지도 않았기에 원수 직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다.

때마침 나폴레옹이 베르나도트의 아내인 데지레 클라리와 불륜관계에 있었기에 베르나도트는 직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위기를 넘긴 베르나도트는 다시 나폴레옹의 마음에 들기 위해 열심히 전선에서 활약한다. 블뤼허의 프로이센군을 철퇴시키기도 했으며 뤼벡 시를 함락했고, 1809년 7월의 바그람 전투에서는 작센인 부대의 지휘를 맡아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결국 나폴레옹과 베르나도트는 다시 사이가 좋아져, 베르나도트는 나폴레옹에게 자기 아들 오스카의 대부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고, 나폴레옹은 이를 기꺼이 수락한다.


여기서 베르나도트 최대의 행운이 찾아온다. 덴마크 전쟁에서 잡힌 스웨덴인 포로들을 매우 인도적으로 친절히 접대한 덕분에 스웨덴에서 인기가 높던 그를, 1810년에 스웨덴 국왕 카알 13세가 양자로 들이며 후계자로 지명한 것이다!!

왕세자가 된 이 신데렐라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신의 새로운 조국을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그 충성의 대상 또한 뒤바뀐다.


그는 1813년의 대對 나폴레옹 연합에 스웨덴이 참가하도록 이끌었다!

옛 주군을 배신한 이 배은망덕한 자는 그대로 이 유럽 연합에서 스웨덴이 주장할 권리와 이권들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1814년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스웨덴군이 연합군에 참전해 프랑스군과 싸운다.

[즉위식]


그래서.... 

그는 1818년에 카알 13세가 늙어 죽자 카알 14세 요한의 이름으로 스웨덴 왕위에 올랐으며, 동시에 노르웨이 왕국의 왕위도 차지한다. 그는 스웨덴어도, 노르웨이어도 한마디 할 줄 몰랐지만 프랑스어가 국제 왕실 공용어이던 세태에서 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웨덴 왕 베르나도트는 국제 사회에서 스웨덴 왕국의 위치를 안정, 확립시켰다. 내정에도 힘써 스웨덴 국민들은 그를 환호하며 사랑해주었다. 1844년에 그가 스톡홀롬에서 조용히 늙어죽은 후 그의 뒤를 이은 것은 (나폴레옹이 대부가 되어주기도 했던) 아들 오스카였고, 이 신생 "베르나도트 왕가"는 끊기는 일 없이 (건강한 아들들이 계속 태어나준 덕에)


지금까지 이어진다. -_-

현 스웨덴 국왕 카알 16세 구스타프는 베르나도트의 직계 후손이다.



프랑스 왕실 해병 연대의 일개 이병으로 입대해 원수봉을 쥐었으며 왕까지 된 베르나도트.
그는 기회주의자였으나, 난세를 살아남는데 있어 극히 유능한 인물이었다.

다만, 프랑스 국민들은 베르나도트를 최악의 배신자들 중 하나로 손꼽고 있다.



[스톡홀름시 한가운데에 서 있는 베르나도트의 기마상]





-이제부터 이 연재 기획은 이 태그

http://kalnaf.egloos.com/tag/26MarechauxDeNapoleon

아래 연재됩니다.


그리고 26 원수들 중에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자들도 여럿 있으며
이 점 또한 얘기할 예정이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원래는 그 중 훌륭하다 평가되는 사람들만 뽑아 쓸려 했으나
그냥 형평성을 고려, 스물 여섯 모두에 대해 쓰겠습니다.

한 회 당 두 세명에 대해 쓸 일도 있을 겁니다.

덧글

  • 계원필경&Zalmi 2009/01/20 15:44 #

    정말 로또 당첨(!?)이 아닐 수 없군요...(랄까나 배신은...)
  • 觀鷄者 2009/01/20 15:48 #

    진짜 진짜 기대하겠습니다~
  • 개발부장 2009/01/20 15:50 #

    오오 기대됩니다
  • 피그말리온 2009/01/20 15:53 #

    이번건 정말 기대됩니다.....
  • 르-미르 2009/01/20 16:15 #

    저런 엄청난 로또에;;;
  • 슈타인호프 2009/01/20 16:24 #

    오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곤충 2009/01/20 16:32 # 삭제

    시대가 사람을 부르는 건지 사람이 시대를 부르는 건지;;
    다른 인물들도 기대 하겠습니다.
  • 깐죽깐돌이 2009/01/20 17:05 #

    진짜 인생역전이네요.
  • 페리 2009/01/20 17:07 #

    이야 :)
    진짜 행운의 사나이라고 해야할까요 ㅎㅎㅎ
    죽을 고비도 운좋게 넘어가고 (불륜이라니...(....)) 왕까지!!!
    게다가 죽은 후에도 혈통이 그대로 유지되다니! 우와아..
  • 악희惡戱 2009/01/20 17:09 #

    엄청난 행운의 사나이로군요.
    그나저나 마누라를 잘 두었다고 해야 되는 건지...^^
    다음 편도 기대하겠습니다.
  • ELWsuki 2009/01/20 17:13 #

    "프랑스 국민들은 베르나도트를 최악의 배신자들 중 하나로 손꼽고 있다."
    라는 문구에 의구심이 들어서 질문을 하나 해봅니다.
    예전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현재의 프랑스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배반하고 스스로 황제가 된 나폴레옹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 월광토끼 2009/01/20 17:21 #

    아뇨, 좋아합니다. 다만 평가가 엇갈릴 뿐이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국가의 이름을 전세계에 떨친' 점에서 영웅화되었고, 애국주의/국가주의 풍조를 강조하던 나폴레옹 3세와 드골 행정부 시절에 프로파간다식으로 떠받들어졌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막스갈로의 장편소설 "나폴레옹"이 수백만부가 팔려나가고, 대하 미니시리즈 "나폴레옹"이 방영될 때 7백만명이 동시 시청한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원복 교수가 그 저서에서 번번히 범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꽤 많이 있습니다.
  • tore 2009/01/20 17:34 #

    정말로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 소시민 2009/01/20 18:30 #

    이병으로 입대한뒤 17년만에 중장이 된 것도 ㅎㄷㄷ인데 한나라의 왕까지 되다니 정말 난세는 인생역전의

    장이군요. 그런데 나폴레옹을 배반하게된 계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싶습니다. ^^
  • 블루피치 2009/01/20 18:33 # 삭제

    언젠가 본 것 같은데...
    나폴레옹이 프랑스에서는 좋아하지만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대륙은 별로 안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싫어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영국같은 경우는 나폴레옹의 군사적 능력을 높여주어야 넬슨의 위대함이 빛나니까 조금 인정해주는 분위기... -_-

  • EL엘 2009/01/20 19:46 #

    처음 덧글을 남깁니다. 누군가 했더니 어릴 때 본 소설 중 하나인 '데지레'에서 본 주인공의 남편이었군요! (대략 베르나도트, 나폴레옹, 그리고 그 사이에 낀 데지레 사이의 로맨스를 그린 팩션이었지요) 읽으면서 역사에 어둡기에 이게 어디까지 사실이었나 싶었더니 꽤 많은 부분이 사실이었군요; 다음 장군들도 기대합니다 ^^
  • 非狼 2009/01/20 20:08 #

    ...이것이 인생이다, 라는 삶이로군요 (...)

    뭐, 누구라도 저런 입장에 처하면 비슷한 선택을 할 거란 생각도 드니 그리 비난할 만한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멋진 사람이군요;
  • 윙후사르 2009/01/20 20:19 # 삭제

    "루이 14세 시대 튜렌 원수가 죽고 나서부터 나폴레옹이 등장할 때 까지 프랑스에 뭐 군인이 있었나요?"

    "콩데는 어디로 갔나요? 로크루아의 영웅께서 어디로 갔나요?"

    일단 베르나도트는 확실히 운 좋은 사나이 같긴 합니다.
  • 함부르거 2009/01/20 21:11 #

    흥미진진한 기획 기대됩니다.~~~~

    베르나도트야 저 시대의 기회주의자 중 가장 성공한 인물이죠.
    나폴레옹의 신하들은 만고충신에서부터 저런 변절자들까지 다양하게 있는게 매력 아니겠습니까. ^^
  • 에르네스트 2009/01/21 20:35 #

    원수는 아니어도 맥아더장군말의 원조"La garde meurt mais ne se rend pas!" ("The Guard dies and does not surrender!") (근위대는 죽을 뿐,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 를 외쳤다는사람도 있죠(자기자신은 그런말 안하고 "Merde !"(shit!)이라고 했다~ 라고 하고다녔지만 말입니다)
  • 황제 2009/01/20 23:08 #

    일개 병사에서 국왕까지~ 말그대로 재능과 행운이 따라준 멋진 인생이군요~
  • 나아가는자 2009/01/20 23:16 #

    저런 인생역전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프랑스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왕이된 인물은 비단 나폴레옹뿐만이 아니군요.
  • 가일 2009/01/20 23:30 #

    말그대로 입지전적 인생을 살아간 사람이군요 ㄷㄷ
  • 2009/01/21 00: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월광토끼 2009/01/21 03:08 #

    님께서 읽으신 그 이야기가 협력 거부 맞습니다 ^^
    약한 강도의 거부였죠. 그야말로 협력 제의 거절, 정도.
  • 터미베어 2009/01/21 01:55 # 삭제

    인생역전이다..진짜
  • 엘리시온 2009/01/21 11:25 #

    인생역전의 표본이군요ㅎㄷㄷ
  • 이준님 2009/01/21 15:03 #

    그러고보니 소싯적 동아출판사에서 나온 리더스 다이제스트 역사 소설 시리즈 1권인 "나폴레옹을 사랑한 여인 데지레"가 생각나네요. 베르나도트의 부인 이야기입니다. 의외로 재미있는데 허접한 발편집으로 좀 기괴한 느낌의 책이었지요-영화판은 말론 브란도가 나폴레옹을 했다고 합니다
  • Bolivar 2009/01/21 20:03 # 삭제

    혁명으로 주어진 기회에서 최대의 성과를 얻어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죠. 스웨덴 왕위 계승자 선거에 참여하게 되는 기회도 잘 잡고.. 운을 잡을 만한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 삶이란노래 2009/01/24 11:15 # 삭제

    전 개인적으로는 예나 전투에서의 베르나도트가 참 보기가 안좋더군요.
    스웨덴 국왕이 된 다음의 행보야 그 국가의 국왕으로서의 책임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전장에 나서 일군을 이끄는 장군이 작전 계획을 무시하고 동료장군의 위험을 방기한채 움직이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겠지요. 그런 관점에서 배신자 맞지요 ㅎㅎ (이 때는 분명히 프랑스 국민이자 장군이었으니)
  • 방랑자 2009/04/23 23:53 # 삭제

    베르나도트가 아우어슈테츠에서 다부를 지원하지 않은 건 나폴레옹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뭐 명령 무시하고 지원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게 가능했다면 다부, 란느, 마세나와 동급인 최고급 사령관이겠죠.

    개인적으로는 뮈라같은 인물보다는 백배 나은 인물이라고 봅니다.
  • 김와초 2012/09/25 21:58 # 삭제

    퍼가도 될까요 ?
  • 뮈라 2013/03/02 15:05 # 삭제

    베르나도트가 나폴레옹 치하의 프랑스를 떠나 스웨덴에 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스웨덴에 가고 나니 기후가 너무 춥고, 해 뜨는 날이 너무 적고, 또 중년의 나이에 스웨덴에 간 바람에 스웨덴어를 배우지도 못하고 그래서 베르나도트와 부인 데지레는 매우 쓸쓸한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특히 데지레는 남편 따라 북쪽의 낯선 땅에서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너무 다른 세계에서 우울증으로 고생하여 프랑스로 돌아가기를 바랬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베르나도트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도무지 스웨덴어를 배우지 못했기 떄문에 스웨덴에서 자라 스웨덴어를 할 줄 알았던 아들에게 통역을 맡겼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삼왕국 전쟁사 또는 단순히, 영국 내전사

7년전쟁 북미전역

말보로 공작의 일생

로열 네이비 이야기

이베리아 반도전쟁

라파예트 후작의 일생

영국육군 블랙왓치 부대史


통계 위젯 (화이트)

60126
983
4707576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1417

I Support ROKN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아지캉 최고

9mm Parabellum Bullet

the pillo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