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의 식사.

웰링턴 공작의 식사.


저는 지금 배가 무척 아픕니다. 오늘 하루만 화장실을 댓번은 들락거렸죠. 그런데 배가 아무리 아파도 맛있는 식사는 해야 됩니다. 저는 미식가도, 대식가도 아니지만 '애식가'입니다. 그래서 미련 곰단지같이 보글보글거리는 대장의 상태도 무시한채 점심에 멕시코 음식 퍼먹고는 지금 고생하고 있죠.




하지만 그런 저와는 달리 웰링턴 공작 아서 웰즐리 - 영국의 육군 장군, 워털루와 비토리아의 영웅, 영국정부 수상, 영국민에게 가장 존경받는 위인 중 하나, 등등등인- 는 '음식의 맛'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사람이었답니다.

무지 이전에 아예 관심이 없었죠.

웰링턴의 아침 식사는 주로 .. 말 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세수하고 면도하고 그 다음에 9시까지 서류 검토하고 명령서 작성하며 일하다가 전선 시찰하러 떠났죠. 아침식사는 그 9시에 전선 시찰할 때 이루어졌습니다. 삶은 달걀 몇알을 외투 호주머니에다가 넣어서 다니다 말 위에서 까먹었다고 하죠.


아침식사만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점심은 아예 거를 때도 자주 있었고 저녁식사는 그냥 대충 병사들이 먹는 수준으로 먹는 일이 태반. 차게 식은 고기와 빵과 콩. 애초에 웰링턴 공의 요리사도 실력이 형편없는 요리사였다고 합니다만.

다만 언제나 포도주만은 본토에서 고급품만 직접 배송받아서 마셨다더군요.

나중에 전쟁이 끝나고 나폴레옹이 세인트 헬레나로 유배된 뒤 연합군이 파리를 군정 통치하고 있던 때에, 점령군 사령관인 웰링턴이 프랑스의 깡바세레스 후작의 저택에 초대받아 저녁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깡바세레스 후작은 당대의 알아주는 미식가였습니다. (능구렁이같은 정치인이기도 했지만) 언제나 최고의 산해진미를 즐겨먹는 사람이어서, 웰링턴에게도 호화찬란한 성찬을 대접합니다.

이 때 깡바세레스 후작이 "맛이 괜찮았는지요? 어떠셨습니까? 최고지 않습니까?"
하고 묻자 웰링턴은 무뚝뚝하게
"뭐.. 괜찮았소. 그런데 난 살면서 먹는거에 신경을 써 본적이 한번도 없어서."
라고 대답했답니다. 깡바세레스 후작은 "아니 그런 분이 프랑스에는 왜 오셨답니까!?"라며 기겁했고요.





그는 훗날 파티를 엄청 즐겼고, 게다가 늘 분위기도 잘 잡을 줄 아는 사람이라서
그가 파티에 참석하면 늘 분위기를 띄우는 손님인지라 다들 앞다두터 그를
초대하곤 했지요.

그런데 그는 사람들(그것도 여자들)하고 대화를 나눌 때만 흥겹게, 웃으며 있고
밥 먹을 때는 무표정하게, 아무런 감흥도 없이 먹기만 했답니다.



그렇게 대단한 위인이었던 웰링턴은 먹는거에는 엄청 무심한 사람이었습니다.




ps.

전...

먹는걸(그것도 맛있는)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좋습니다 ^^;
맛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은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비슷한 의미에서 채식주의자 친구들하고 같이 밥 먹으러 가면 참 피곤합디다.



ps.2.

그래서...   아앍 배야.

포슽잉이고 뭐고 자시고 간에 제정신이 아닌채로 화장실만 들락날락 ㄱ-

그래서 오늘 포스트는 날림인 점에 양해를 구합니다.

덧글

  • 유로스 2009/03/06 17:09 #

    앗백 겨울한정메뉴였던 '웰링턴'에 대한 솔직담백한 포스팅이 자동검색결과로 나와있군요... 뭔가 연계되는 포스팅.
  • Zutta 2009/03/06 17:14 #

    '영국인'이었군요...... 그는.....
  • 耿君 2009/03/06 17:14 #

    배 건강의 회복을 빕니다. 자동검색이 센스있군요 ㅎㅎ
  • Silverfang 2009/03/06 17:23 #

    짧다면 짧은 인생에 먹는 낙이라도 없다면 심심해서 살겠습니까? ㅎㅎㅎ
    쾌유를 빕니다.
  • asianote 2009/03/06 17:24 # 삭제

    영국음식이 혀에 대한 테러라던데 테러에 무관심한 분이셨군요.
  • 소시민 2009/03/06 17:54 #

    삶의 즐거움이자 삶의 이유이기도 한 것에 무감각한 사람이었군요. 안타깝습니다...
  • 계원필경&Zalmi 2009/03/06 18:28 #

    이게 바로 '적응'이라는 거죠(어라???)
  • 함부르거 2009/03/06 18:33 #

    딱 군대체질이네요.
  • 페리 2009/03/06 19:17 #

    그럼요, 맛을 즐기는게 얼마나 큰낙인데!!!
  • StarSeeker 2009/03/06 19:20 #

    딱. 영국인 다운...(...)
  • 윙후사르 2009/03/06 19:35 # 삭제

    더 유명한 건 술트가 먹지 못한 아침식사를 자기 저녁식사로 먹을 때의 사건이죠. 고기 요리 한 점 먹더니

    " 야! 여기 양념 모조리 걷어내고 소금이랑 식초 뿌려!"
  • 붉은별 2009/03/06 20:37 #

    웰링턴 : 장...장금... 장금아... 미각을 잃었다.
  • 게온후이 2009/03/06 21:36 #

    어떤점에서 영국요리가 왜 그런식인지 잘 알게해주는 사람입니다
  • Allenait 2009/03/06 22:04 #

    역시 딱 영국인 다운(...)
  • 티이거 2009/03/06 23:21 # 삭제

    영국인 무시하지 마삼....!!! 지금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요리사 중에도 영국인들 많고 영국 가정요리도 괜찮습니다....(현재 인디안 요리와 이탈리안이 주종이라고는 하지만..^^) 영국인도 맛은 압니다... 단 맛있는 영국요리가.... 있나?(로스트 비프도 괜찮고... 뭐 그럭저럭 괜찮은 거 많습니다.) 하필이면 프랑스와 비교되어 탈이지^^
  • 황제 2009/03/07 00:19 #

    로스트 비프와 스카치 위스키 말고는 영국에 먹을게 있나(프랑스의 블랙유머....)?
  • 프랑켄 2009/03/07 12:25 #

    영국 요리가 괜찮다면 지금까지 영국 갔다와서 '영국음식 먹을 만한게 없어'라고 말한 사람들은 뭐가 돼나요?
    ㅋㅋ
  • 윤민혁 2009/03/07 00:25 #

    웰링턴은 말 그대로 진정한 존 불(...)인 겁니다. (먼산)
  • 2009/03/07 01:1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theadadv 2009/03/07 08:51 #

    근데, 유럽 본토로 간 웰링턴이 본국에서 포도주를 공급받았다니... 영국도 포도주 수입해 먹지 않았나요?
  • 조이 2009/03/07 13:15 # 삭제

    재밋게 읽었습니다. 웰링턴은.... 쯧쯧쯧, 인생의 즐거움 하나를 모르고 살았군요.
  • 곤충 2009/03/07 14:00 # 삭제

    ..... 음식이 '먹거리'(입에 쑤셔넣을 거리... 영양공급용)이냐 '요리'(문화로서의 음식)이냐는 문화나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저는 음식을 먹거리로 간주합니다만.
  • 티이거 2009/03/07 16:46 # 삭제

    황제, 프랑켄/ 전 영국요리에는 맛있는 것도 있다고 했는데요^^ 단 '영국인'들에 대한 비하를 꺼려한 것이죠... 영국 요리는 까도 됩니다... 하지만 왜 영국인들을 까는거죠?
    뭐 저도 영국 살 때도 오븐에 음식을 주로 데워먹었고... 뭐 키드니 파이 등도 맛있었죠... 덤으로 자취하다가 괴혈병 초기증세까지 당했지만 말이죠...
  • 월광토끼 2009/03/07 17:31 #

    모두// 지금은 세계 최고의 요리사들과 식당들이 파리에 있는 것 만큼이나 런던에도 몰려있답니다.
    그리고 영국인들도 먹는거에 신경 많이 썼습니다. 다만 '자국 고유 음식' 중 쓸만한게 없을 뿐이죠. 다만... "Fish & Chips"같은 경우 정도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예 랄까 -_-;

    그러니 이 글의 요점은 '영국민'이 아닌, '웰링턴 공작'이라는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로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 Zutta 2009/03/07 18:56 #

    ;;; 어느새 영국인의 미각, 음식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 버렸군요;;;
  • 나아가는자 2009/03/07 23:50 #

    아아 저도 애식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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