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디데스THUCYDIDES의 역사

"역사를 배움에 있어, 그 안에는 어떤 동화/신화적인 이야기도 들어있지 않음으로 아마 신이 나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되풀이될 수도 있는 사건들의 진실들에 대해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글을 충분히 유익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뭔가 짧은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속적인 보물로 보전되기 위해 쓰이는 것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中- (이 부분은 리쳐드 크롤리의 영역본을 기준으로 내가 의역했음을 밝힌다)







투키디데스는 약 기원전 460년 경에 태어나서 약 기원전 395년 경 까지 살았던 그리스의 역사가다. 그는 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그 동맹국들이 스파르타와 그 동맹국들을 상대로 벌였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역사를 기술한 "역사" *1, 곧, 역사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책을 썼다.



그는 실제 전쟁 기간 동안 아테네군에서 복무한 참전용사이기도 했다. 그에 대해 많은 건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스스로가 "역사"에서 언급하는 짧은 이야기가 그에 대해 알려진 전부다. 그는 트라키아 지방에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고 그리스군의 장군으로 임명되어 암피폴리스를 구원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그가 도착하기 앞서 암피폴리스는 스파르타에게 함락되었다. 투키디데스는 그 직후 암피폴리스 실함 책임을 지고 아테네에서 추방된다. 아테네에서 추방되고 나서부터는 여생을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집필에 투자한 것 같다. 후대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그의 가문은 부유한 명문이었고, 트라키아에 금광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수익으로 다른 걱정 없이 역사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각각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주축으로 갈라진 그리스 문화권 에게해 세계의 전쟁, 즉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전부 투키디데스의 저작에 의거한 것이다. 그는 기원전 433년부터 기원전 411년까지 22년간의 아테네 중심의 델리안 동맹과 스파르타 중심의 펠로폰네시안 동맹*2 간의 긴 전쟁을 놀라우리만치 치밀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술하고 있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역사를 그 안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것과 거의 동시의 시간대에서 집필했다.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전쟁이 아직 한창이던 때로 짐작된다. 그 덕택에 투키디데스는 2차 사료가 아닌, 주로 동시대인들. 다시 말해 현장증인들의 증언과 일기, 서한, 그리고 자기 스스로가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3



그런데 투키디데스의 “역사”, 그 이전의 다른 역사 문헌들에서 나타나지 않는 가히 혁명적인 특성들을 여럿 가지고 있다. 그 특성을 뭉뚱그려 결론짓자면, 투키디데스는 최초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역사가다. 그도 고대세계-더 나아가 중세까지-의 다른 모든 문장가들처럼 수사적이고 시적인 문장으로 역사를 기술하고 있으나, 그의 관점은 그때까지의 서사시적, 신화적, 종교적 미화에서 탈피한 “객관적인 실재(在) 사실의 기술과 그 사실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라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개념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기본적 역사학에 대한 관념을 최초로 도입한 것이 투키디데스라는 것이다.


투키디데스의 ‘역사학적’ 초점은 다음과 같다.


여타의 고대 사가들과 달리 투키디데스는 사건들을 매우 철저하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대기적으로 기술한다. 그는 자신의 저작을 각각의 시간대에 맞추고 나누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경과 원인, 그 경과, 결과와 그 여파로 나누어 분석했다. 제 1부는 전쟁 전야의 갈등의 배경과 원인을 분석한 후 페리클레스의 그 유명한 연설로 끝나며, 제 2부는 바로 그 다음에 개전과 전초인 기원전 431년부터 428년까지의 시간대를 다루고 있는 식이다.


그리고 중립성의 문제가 있다. 헤로도투스 같은 사람은 “페르시아 전쟁기”를 통해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대결을 마치 선악 대립구도처럼 표현해 놓았다. 하지만 투키디데스는 비록 스스로가 아테네측 지휘관 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전체를 거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아테네의 입장과 스파르타의 입장을 거의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이 점 또한 역사를 ‘조상님 찬양과 애국심 고취’ 적인 측면에서 다루던 고대의 저술가들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또한 그는 군사적인 측면에서의 전쟁을 굉장히 세밀하게 과장 없이 묘사한다. *4 다른 역사가들이나 서사시인들이 전쟁을 십만 대군끼리의 부대낌이나 신적 영웅들의 일기토 식으로 단순화시킨 것에 비해 그는 세부적 수치와 사실적 군사적 사항들, 전략전술, 지휘관들과 정부의 작전계획,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정치적 의도 등에 중점을 두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전쟁이 일반 시민들의 삶에 끼친 영향까지도 놓치지 않는 점에서 투키디데스는 특별하다.

그리고 그는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대폭풍이나 해일, 그리고 대전염병등에 대해 상세히 묘사하면서 그 재해들이 전쟁에 미친 여파 또한 객관적으로 기술한다. *5 여기에는 어떠한 종교적 입장 -아무개 신께서 노하셔서 역병이 돌았다던가 하는-도 언급되지 않는다.





여기에 투키디데스는 조금이나마 자기 개인의 역사에 대한 해석을 더하고 있다. 아테네의 상업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그것이다. 지나친 팽창주의와 그로 인한 기원전 420년대의 시칠리아 원정과 그 실패로 인한 아테네 제국의 몰락 등에 대한 슬픈 논조에서 역사가 개인의 사고가 드러난다.


물론 투키디데스도 온전한 의미에서의 현대적 역사가는 아니다. 아니, 거리가 꽤 멀다. 1인칭의, 그 객관성이 의심받는, 국가 지도자들의 긴 연설문 기술이나, 마치 소설의 3인칭 작가 전지적 시점 묘사처럼 이미 죽고 없는 이들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문학적 묘사라던가 하는 부분들에서 투키디데스는 꽤 비판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투키디데스는 앞서 언급한 혁명적 부분들로 볼 때 분명 진정한 의미에서 ‘역사학의 창시자’로 보아도 무방하다.



*1."펠로폰네소스 전쟁사"라는 이름은 어디까지나 후대의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며, 사실 투키디데스의 저작에는 제목이 없다. 투키디데스 살아생전에 이 책이 공식 출판되었는지조차 확실치 않다. 현재 학계의 논지는 그 사후 누군가의 편집/감수로 이 저작이 빛을 보았다는 것이다.-

*2Delian League 등, 영미권 표현을 기준으로 표기했습니다만, 한국에서의 기준은 뭔지 모르겠군요. 델로스 동맹과 펠로폰네소스 동맹인가요?-

*3 그는 자신의 인용문헌 또는 증인에 대한 언급을 따로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후대 몇몇 연구자들은 투키디데스가 적은 내용들의 사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문헌으로’ 남겨진 기록이 아닌 사람의 기억이나 증언을 토대로 한, 게다가 인용구조차 밝히지 않은 것은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1차 사료라는게 어디 있겠나?-

*4 투키디데스는 에게해 세계를 자유로이 여행하고 다녔는데, 아테네에는 직접 발을 들여놓지 못했던 반면 스파르타에서는 제지를 받지 않았다. 그 덕택인지 그의 ‘자료와 수치의 객관적 묘사’는 주로 스파르타 쪽에 치우쳐 있다. 그는 연줄을 이용해 정부 고위직 인사들과 접촉한다던가 공문서등을 직접 확인한다던가 하는 작업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5 기원전 430년경 아테네를 휩쓸었던 대역병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모두 투키디데스로부터 나온다. 현재까지도 의학자들은 그의 묘사를 바탕으로 그 질병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비슷한 증상의 질병들이 몇 가지 후보로 거론되었는데, 묘사된 부분과 매치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묘사된 모든 증상이 정확히 일치하는’ 질병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은 없어진, 일종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병이라는 설이 일반적이다.



참고 문헌:
J.B. Bury의 “The Ancient Greek Historians" The Macmillan Company 출판, New York 1909년.
John Marincola의 “Greek Historians" Oxford University Press 출판, Oxford 2001년.








덧글

  • 초록불 2009/04/08 12:49 #

    잘 보았습니다.
  • 萬古獨龍 2009/04/08 12:58 #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아 그리고 *2 항목은 델로스 동맹과 펠레폰네소스 동맹이 맞습니다. 교과서에 그렇게 실려있지요.
  • 2009/04/08 13:0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월광토끼 2009/04/08 13:22 #

    다른걸 지우다가 뭔가 중간의 다른 단어가 지워졌나보군요. 수정합니다.
  • Allenait 2009/04/08 13:13 #

    오오오 투키디데스군요..!!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2번은 만고독룡님 덧글이 맞습니다. 인데 제가 알기로는 펠로폰네소스 동맹(..) 입니다
  • 萬古獨龍 2009/04/08 13:56 #

    아... 오타지적 감사합니다아...(뻘뻘)
  • raw 2009/04/08 13:22 #

    잘봤습니다.
  • Silverfang 2009/04/08 13:26 #

    5. 이런 부분은 지금도 '풍토병' 이란 이름으로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는 경우가 왕왕 있지 않은가요?
  • 아라시 2009/04/08 14:17 # 삭제

    『춘추』경문과 좌씨전 정도면 어께를 나란히 할 수 있지 않을지 싶은데...
  • 소시민 2009/04/08 18:28 #

    잘보았습니다.
  • 2009/04/08 20:59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달  2009/04/08 21:21 #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 나아가는자 2009/04/10 01:51 #

    잘 보았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삼왕국 전쟁사 또는 단순히, 영국 내전사

7년전쟁 북미전역

말보로 공작의 일생

로열 네이비 이야기

이베리아 반도전쟁

라파예트 후작의 일생

영국육군 블랙왓치 부대史


통계 위젯 (화이트)

74113
973
4703746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1420

I Support ROKN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아지캉 최고

9mm Parabellum Bullet

the pillo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