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즈 강의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역사.

17세기 영국의 시인이었던 존 테일러John Taylor는 원래 런던 탬즈강에서 뱃사공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뱃사공 조합의 서기장이기도 했던 그는 종종 시를 썼는데, 만년에는 일을 그만두고 시와 에세이의 집필에 몰두했다. 그런 그는, 자신의 삶이 터전이었던 만큼 탬즈 강에 관해서 여러 시를 썼다.

그 중 1632년에 쓴 시를 보자.



죽은 돼지, 개, 고양이, 가죽을 발려 썩어들어가는 말들의
냄새나는 시체들이 물길을 더럽힌다.
돼지와 마굿간의 똥들, 짐승의 창자와 쓰레기.
거리의 먼지, 정원사가 뽑아낸 잡초와 썩은 풀들.
불결하게 부패한 이런 물로부터
우리의 고기와 음료가 만들어져, 병균을 퍼트린다.



Dead hogges, dogges, cats and well-flayed carrion horses,
Their noisome corpses soyled the water's courses.
Both swines and stable dung, beast-guts and garbage,
Street-dust, with gardners' weeds and rotten herbage.
And from these waters' filthy putrefaction,
Our meat and drink were made, which breeds infection.

-John Taylor, "The Water Poet"








탬즈 강. 영국의 수도 런던을 가로지르는 강...


탬즈는 17세기 뿐만 아니라, 굉장히 오랜 세월 동안 위 시에서 묘사된 것 같은 상태를 유지했다.

정복왕 윌리엄이 헤이스팅스 전투로 영국을 정복하기도 전부터, 탬즈 강은 런던 시민들의 하수도이자 쓰레기처리장 그 자체였다. 런던 거주자의 수가 불어나면 불어날수록 그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1357년에 국왕 에드워드 3세는 탬즈 강으로부터 은은히 풍겨오는 끔찍한 악취를 참지 못하고 시내 도축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법령을 발표하여 도살된 동물의 시체를 강에 버리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 법령은 에드워드 3세 사후 완전히 잊혀졌다.

세월이 흐를수록 탬즈 강은 더욱 더러워져 갔는데, 16세기 초에 국왕 헨리 8세는 아예 탬즈 강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 자체를 전면 금지시켜버렸을 정도였다. 물론 이는 지켜지지 않았으며, 이를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무리였다.

19세기 중반에 가면 매일매일, 하루에 250톤 분량의 똥덩어리들이 강물에 흘려보내졌다.

똥만?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이젠 시멘트물과 산업용수까지 가득 들이부어졌다.
물론 도축된 가축이 버려지는 것도 여전했다.

...그런 강물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상상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1858년에는 유래없이 무덥고 건조한 여름이 찾아왔는데, 그 해 7월 어느날에 강의 악취가 그야말로 최고점에 도달, 탬즈 강 바로 옆에 있는 국회의사당이 이 악취에 쩔어버렸다. 이 날은 결국 의원들도 의정활동을 중단하고 향수에 절인 손수건으로 코를 막은채 건물로부터 탈출해야했다.

총리 벤자민 디스라엘리는 그 날 건물로부터 탈출하며 새로운 법안 상정을 결심했고, 곧 1860년부터 거대한 하수처리 시설이 탬즈 강변을 따라 건설되게 된다. 하지만 이 하수처리 시설은 강의 상류부분만 처리했을 뿐이고 하류에는 여전히 무책임하게 오물이 쏟아져 들어갔다.

결국 탬즈 강은 참사를 불러일으킨다.






1878년 9월 3일의 "Princess Alice" 사건.

유람선 "Princess Alice"호가 탬즈 강을 따라 가다가 맞은 편에서 오는 상선과 충돌해 뒤집혀 가라앚은 것이다. 이 날 유람선에 타고 있던 사람 650명이 그대로 익사했다. 아니, 익사라기 보단 독사했다. 이 사건의 생존자 중 한명은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물에 빠지면서 삼켰던 물을 모조리 다 즉각 토해냈던 덕분이라고 증언했는데, 그리 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뭍으로 나오고서도 이상한 병을 앓다가 그대로 죽어버렸다.


그리고 사건 발생 6일 후에 가라앉았던 익사자들의 시체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보통 가라앉은 시체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9~10일.

이 시체들은 어마어마하게 부패해 있었고 그야말로 지옥의 악취를 풍겼다. 뭔가 알 수 없는 푸른 점액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그 점액질은 완전히 닦아내도 다시 사체 표면에 생성되곤 했다. 시체를 처리해야 했던 일꾼들이 도저히 작업을 진행 할 수가 없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들어갔을 정도.


이 사건의 여파로 탬즈강 주변의 하수처리 시스템이 개선되고, 오물들은 탬즈 강 자체에 버리는게 금지된 대신 쓰레기 처리선에 실려 먼 바다에 실려나가 버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탬즈 강이 제대로 '정화'되기 까지는 거의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더 걸려야 했다.






지금에야 영국 정부의 오랜 노력 끝에
고래도 들어오고, 연어도 알까러 오고, 백조도 노니는 나름 깨끗한 강이 되었지만...




[2006년 1월, 탬즈 강을 거슬러 헤엄치던 고래 한마리. 이후로도 고래는 가끔씩 계속 출몰했다.]


고래 사진의 출처는 BBC.



참고문헌:

Lacey, Robert. 2005. Great tales from English history. Joan of Arc, the princes in the Tower, Bloody Mary, Oliver Cromwell, Sir Isaac Newton, and more. New York: Little, Brown and Co.

Schneer, Jonathan. 2005. The Thames.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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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초록불 2009/05/01 09:57 #

    수세식 변소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창밖으로 오물을 던지는 통에 우산은 꼭 들고다녀야 했다는 이야기도...
  • 월광토끼 2009/05/01 10:45 #

    '창문으로 오물투척'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내려온 유럽세계의 오랜 전통입니다 ^^
  • Allenait 2009/05/01 09:58 #

    ...우얽(..)
    그래도 지금은 깨끗해져서 다행이군요
  • 월광토끼 2009/05/01 10:45 #

    다행이고, 인간 문명의 패악을 다시 그 문명의 힘으로 정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죠.
  • 오토군 2009/05/01 10:10 #

    마침 자격증 공부 하느라 주요 대기오염 사건들-에서 대표가 런던스모그- 에 대해 간략하게 보고 온 뒤 이 글 보니까 감명이 두배입니다.(???)
  • 월광토끼 2009/05/01 10:46 #

    감명이 두배여서 다행입니다(???)
  • Bluegazer 2009/05/01 10:14 #

    유럽 하천에 비하면 한강은 참 깨끗한 편이라던가요(...)
  • 월광토끼 2009/05/01 10:46 #

    예전에야 그랬죠 [..] 물론 오늘날의 유럽 대부분의 하천들은 한강보다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 신시겔 2009/05/01 10:18 #

    아니, 정말 고래도 들어옵니까?
  • 월광토끼 2009/05/01 10:47 #

    포스트에 사진을 추가했습니다.
  • 오토군 2009/05/01 10:53 #

    그런데 저 고래 사진 보니까 2차대전 다큐에서 독일 패망 후에 U보트에 검정 깃발 걸고 템즈강 거슬러 올라오던 그 장면 생각나네요.-_-;;;

    덧 : 그때 그냥 잠깐 본 장면이라 거의 기억이 가라 수준인데 뭐 이게 해군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런 나레이션이었던가 가물가물합니다.
  • 上杉謙信 2009/05/01 10:43 #

    조선에 온 서양인들이 한양의 개천은 지저분하다면서 까던데 템즈강도 만만치않은 수준이었군요 ㅋ
  • 월광토끼 2009/05/01 10:48 #

    물론 조선시대 한양 개천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긴 했지요. 요즘에야 청계천이 '서울시민의 놀이터'라지만, 조선시대에는 그야말로 쓰레기장 그 자체였었으니까요.
  • Silverfang 2009/05/01 10:48 #

    9월의 4대강 정비사업... 어쩔...
  • 월광토끼 2009/05/02 17:35 #

    그놈의 정비사업은 수질/환경 개선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돈낭비 쓰레기 사업일 뿐이니.
  • 제노테시어 2009/05/01 11:03 #

    ...빅토리안 시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맑은 하늘의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도도하게 흐르는 푸른 템즈강을 상상한 제 상상력에게 정말로 미안해지는 포스팅이로군요 -_-;; 뭐랄까... '나, 나의 템즈강은 저렇지 않아!'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orz...
  • 월광토끼 2009/05/02 17:33 #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많은 판타지 소설들을 떠올리셔 보세요. 제노테시어님만 그런게 아닙니다.
  • Ciel 2009/05/01 11:20 #

    아.. 저 점액질은 뭐였을까요..ㅋ
  • 월광토끼 2009/05/02 17:33 #

    Slime...
  • Cicero 2009/05/01 11:30 #

    아직도 구글어스로보면 템즈강은 녹색의 뭔가 알수없는 색을 띄더군요.

    물이 너무 맑으면 옥색을 띈다고 하지만 절대 그색은 아닌거 같고...
  • 월광토끼 2009/05/02 17:33 #

    음.... 그래도 더 이상 독수의 수준은 아닙니다.
  • 소금인형 2009/05/01 11:48 #

    가축(분뇨포함), 부패한 생선 등이 런던에 버려지자 아예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장소에서 가축과 생선을 매매하도록 도시당국이 규제하거나 런던시 내에서 정해진 가축상들에게만 도살허가를 해주기도 합니다. 특히 내장을 투기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었는데, 템즈강의 지류인 플리트강에서 내장을 제거하는가 하면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건물 밖의 도로 위에다 내장을 갖다 버리죠.
  • 월광토끼 2009/05/02 17:34 #

    오호... 첨언에 감사드립니다.
  • 티이거 2009/05/01 12:38 # 삭제

    피식.... 아직은 한강이 유럽보다는 깨끗한 수준입니다..... 결국 생활하수들을 처리하는 최종단계가 그렇다보니.... 뭐 유럽대도시가 서울보다 인구가 적으니 더 방출량이 적다고는 해도 한강 자체가 유럽의 강들과는 비교가 안되게 커다란 강이다보니... 비견될만한 것은 라인강이나 도나우 강 정도...? 세느강이나 템즈강은 한강에 비교하면 약간 과장해서 개천 수준....
  • fel 2009/05/01 21:11 # 삭제

    외쿸인들이 깠던건 한강이 아니라 청계천인듯 합니다. 한강은 당시 교외였지요.
  • Mecatama 2009/05/01 13:20 #

    曰. 아아 리명박각카의 4대강 사업 어쩔... -_-;
  • 월광토끼 2009/05/02 17:35 #

    그건 확실히 삽질 돈지랄 사업입니다.
  • 오제영 2009/05/01 13:21 # 삭제

    이런 사례를 보고 미리미리 대처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꼭 사람들은 닥치거나 경험을 해야만 대비한단 말이죠..

    근데 "사체를 두배의 속도로 썪게하는 정체불명의 독수"에서 잘도 유람선을 타고 다녔군요.. 영국인들은....
  • 월광토끼 2009/05/02 17:36 #

    그러게 말입니다. 냄새도 고약한데 왜 그 한가운데서 뱃놀이를 했는지..;
  • 松下吹笙 2009/05/01 14:15 #

    제 생각 보다 심각했군요. 그러고 보니 19세기 구한말에 조선에 온 외국인들이 청계천의 불결함을 비판을 많이 하던데... 음.. 템즈강을 보면 산업용수까지 섞여서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듯 하네요.
  • 월광토끼 2009/05/02 17:36 #

    그 '외국인' 중에 '런던시민'은 없었나 보지요 -_-
  • 효우도 2009/05/01 16:20 # 삭제

    템즈강 이야기를 들으니까 생각났는데
    고등학교 시절 과학선생님께서 현재의 런던 공기가 몇 백년 전의 공기 보다 깨끗 하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아마 산업혁명 전보다 깨끗하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런던 사람들은 언제나 석탄을 태웠기 떄문에.
    화롯가에서 석탄을 태우는 것은 English한 일이었기 떄문에 석탄 태우는게 금지 됐을때 사람들이 당황했다고 하더군요.
  • 월광토끼 2009/05/02 17:37 #

    그렇지요. 탬즈강에 쓰레기 투척하는 것도 지극히 Londonian 전통에 입각한 행위였습니다.
  • 데프콘1 2009/05/01 16:20 #

    모두 똑같은 세상이죠
  • 하텔슈리 2009/05/01 19:12 # 삭제

    http://www.sciencetv.kr/program/program_list.php?page=19&s_mcd=0156

    사이언스TV에서 방영한 BBC다큐들인데 산업사회의 7대 불가사의 (4) 가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지어진 런던 하수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꽤 볼만합니다.
  • 월광토끼 2009/05/02 17:37 #

    흥미로운 링크에 감사드립니다. 시간날 때 봐야겠군요.
  • 윙후사르 2009/05/01 19:46 # 삭제

    효우도님 말씀 들으니까 중근세 런던은 참 끔찍했을듯... 석탄연기, 강의 악취, 안개..... 끔직하겠네요.
  • 월광토끼 2009/05/02 17:38 #

    사실 요즘 세상이 살기 좋아진 겁니다. 중근세 런던뿐의 일이였겠습니까.
  • windxellos 2009/05/01 21:32 #

    그러고 보니 상당히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올림픽 치르기 얼마 전부터 '우리의 젖줄'
    운운하며 한강을 깨끗이 하자는 캠페인을 국가 차원으로 줄창 했었죠. 제 기억이 맞다면 그 때 방송
    등에서 '더러운 강 정화'의 모범적 모델로 삼았던 것이 아마도 저 템즈강이었을 겁니다. 능히 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이기는 한데, 과연 한강이 템즈강만큼 성과를 거두었을는지는 애매하군요.(웃음)
  • 월광토끼 2009/05/02 17:38 #

    아직 '괴물'이 나타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봐야겠죠 (웃음)
  • Fedaykin 2009/05/01 23:16 #

    흠.....간단하게


    요즘의 겐지스 정도였군요. 와우.
  • 월광토끼 2009/05/02 17:39 #

    그보다도 심했을 겁니다.

    ....라곤 하지만 그래도 겐지스... 우웩
  • 과객 2009/05/03 14:12 # 삭제

    어느 인도체류기에서 봤는데, 갠지스강에서 강물을 패트병(용량은 정확히 모르지만, 콜라담는 패트병 가운데 대형...)에 떠와서 조사해봤더니, 세균이 140만마리가 나왔다더군요.

    저 당시 탬즈강은 얼마나 나왔을까....
  • John 2009/05/01 23:49 #

    역시 크게 일을 치룬 다음에야 개선이 일어나는군요.
  • 월광토끼 2009/05/02 17:39 #

    그건 그나마 낫죠. 일을 치르고도 개선 안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 터미베어 2009/05/02 02:56 # 삭제

    탬즈강이야..엄청유명했죠...그 엄청난 명성....ㄱ-
  • blue 2009/10/14 06:10 # 삭제

    예전에 놀러갔을 때 무슨 다리(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요)에서 본 Parliament가 템즈강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참 고즈넉하게 느껴졌는데 이런 역사가 있었군요. 상선 충돌 사고는 참 비참한 것인데 그 경과를 보니 왜 웃음만 나올까요..^^ Sherlock Holmes가 등장하는 두번째 장편 "The sign of four"에서 보면 홈즈와 범인이 템즈강에서 배를 타고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결국 홈즈가 범인을 잡고 그가 훔친 보물상자를 열었더니 상자는 텅 비어있었는데, 범인이 보물을 템즈강에다 버려서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기술이 있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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