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설거지 하며 생각하고
샤워 하며 생각하고
버스 타며 생각하고
자기 전 뒤척이다 생각하고
TV보며 웃다가 생각하고
계속 해서 생각난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끊임 없이 생각난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기분이 더럽다.



밤.
똑똑한 아이로부터 얘기를 들었다.
똑똑한 아이 동무들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똑똑한 아이 동무들에게 안부 인사 전하라 했다.

새벽.
잔다.

새벽.
전화가 왔다.
Restricted #.
뉘쇼
이게 누구누구의 전화번호 맞나요
네 제가 누구누구인데 댁은 뉘신지
FUCK YOU

끊어진 전화.

뭐...?



난 니가 누군지 알아 개새야
영어로 말하면 모를 줄 알았냐
번호를 Restricted로 가리면 모를 줄 알았냐
난 네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목소리였는데
덕분에 더 확실히 뇌리에 남았다


그냥 넘기고 잊고 싶은데
자꾸만 자꾸만 뇌리에 F5키가 눌리네
바쁜데
할 게 많은데
그딴 일에 신경 쓸 여유 없는데


제기랄
되로 받아 말로 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으니 이거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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