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 공화국의 마지막 양심.


95 BC–46 BC.


"대부분의 동년배 원로원 의원들이 침묵 속에서 존경스러운 선배들의 연설에 귀 기울이며 앉아 있을 서른의 나이에,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의 목소리는 원로원 건물에서 낭랑히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투박하고 꾸밈이 없었으며, 공화국 건국 초기의 거칠고도 덕성 넘치던 시절에서부터 곧바로 울려나오는 것만 같았다.

군인이었을 때의 카토는 자기 부하에게 지시한 모든 일들을 스스로도 행했다. 그는 자기 부하들이 입는 것을 입었고, 그들이 먹는 것을 먹었으며, 그들이 행군할 때 자기도 같이 행군했다. 일반인이 되어서는 유행을 경멸하는 것을 유행으로 만들었다. 날라리 잔치족들이 모두 자줏빛 옷을 입었기 때문에 그는 검은 옷을 입었고, 해가 쨍쨍 내리쬐든 얼음같은 비가 내리든 상관없이 어디에 갈 때나 걸어 다녔으며, 모든 종료의 사치를 경멸했고 때로는 신발조차 신지 않으려 했다.

이러한 행동에 거짓 꾸밈의 기미가 혹시 조금이나마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심오하게 보존되는 도덕적 목적의식의 표현이기도 했으며, 로마인들이 여전히 스스로를 투영하고 싶어하지만 역사책 속에만 남아 있는 것으로 여기던 청렴함과 내면적 강인함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 카토에게는 과거의 유산이란 무한하게 신성한 것이었다. 그것은 곧 덕성의 표현이었다.

동료 시민들에 대한 봉사와 그에 대한 사명감은 카토의 전부였다. 재무관을 지낼 때는 재무관의 책임과 법적 역할에 대해 모조리 외우고 익힌 뒤에야 비로소 재무관 선거에 임할 준비를 했다. 관직에 당선되고 나서는 어찌나 성실하고 근면하게 근무했는지, '카토는 재무관직을 집정관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명예로운 직책으로 만들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당시 공화국의 원로원은 스스로 심한 부패에 물들어 있었지만, 아직은 카토 같은 인물에게서 감동받지 않을 정도로 타락하지는 않았다.


카토는 덕성에 관한 교훈이 필요할 것 같은 사람은 그가 누구이든 덤벼들었다. 그는 당시 정치가들이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던 음모와 책략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다. 이는 그의 동맹자들을 걸핏하면 좌절하게 하고 분통 터지게 만든 완고함의 표현이었다. 카토에 대해 깊이 감탄하고 있던 키케로조차 "그가 원로원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자기가 로물루스의 똥구덩이가 아니라 플라톤의 공화국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을 정도였다.

여러가지 면에서 카토는 키케로와는 전략적으로 극단적 반대에 위치했다. 키케로는 타협의 한계를 건드려보는 시험을 통해 전 생애를 쌓아갔다. 하지만 카토는 자신이 세운 원칙 이외에는 누구의 원칙에도 동조하지 않았다. 공화국의 최고로 엄격한 전통에서 힘을 끌어옴으로써 그는 자기 시대의 변덕스러움에 대한 비난의 살아 있는 화신이었다."




-톰 홀랜드, "Rubicon" (2003). 한국 출판명 "공화국의 몰락". 김병화 역. 2004년 웅진닷컴 출판.
231쪽부터 232쪽까지. 카토에 대해서.

좀 번역이 이상하다, 또는 말이 어색하다 싶은 부분은 내가 임의로 고쳤음.




카토는 훗날 자기 정적 카이사르 일파의 의도 때문에 멀리 떨어진 키프로스 섬의 총독으로 부임하게 되었는데, 스스로 마뜩찮아한 총독직이었음에도 재임기간 동안 단 한 푼의 돈도 착복함 없이 그야말로 '청렴공명정대'하며 '마치 자로 잰 듯한' 정확한 행정능력을 보여주었다. 보통 지방총독직을 역임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한재산 불리는게 삶의 목표인듯 행동했음에도.

그는 훗날 내전이 벌어지고 공화국파가 파르수스에서 카이사르에게 패퇴했을 때
스스로 손목을 그어 자결했다.

그의 아들 (아버지와 같은 이름의)은 훗날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라고 자칭하게 될 가이우스 옥타비아누스 일파에게 항거하기 위해 브루투스와 합류해 공화파에서 싸움을 계속하다가 필리피 전투에서 전사했다. 아들 카토의 죽음도 아버지의 그것만큼이나 비장했는데, 전선이 무너지고 병사들이 달아나고 있는 와중에 그는 투구와 갑옷을 벗고 적진으로 뛰어들어가 난전을 벌이다 난자 당했다.

카토의 딸이자 브루투스의 아내였던 포르키아 또한 필리피 전투의 결과를 듣고 나서 만류하는 친구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부엌으로 달려가서 활활 타는 숯을 삼키고 자결했다.


그들이 로마인들이었다.

시대착오적인.

2백년은 더 빨리 태어났어야 했을.

덧글

  • Allenait 2009/07/24 11:10 #

    사실 카토.. 나나미 여사가 꽤 고집불통으로 묘사하기는 했습니다만 꽤 원칙적이고 정열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더군요. ..이로서 로마인 이야기는 괜찮은 로마 역사책을 찾기 전까지는 좀 봉인해 놓아야 할것 같습니다.

    어떤게 좋을지 좀 추천 부탁합니다.(굽신굽신)
  • 월광토끼 2009/07/24 11:43 #

    1. 고대 역사가인 폴리비우스의 The General History of Polybius.
    2. 이 글의 원문인 톰 홀랜드의 Rubicon: The Last Years of the Roman Republic
    3. 마이클 크로포드의 "The Roman Repbublic"
    4. 앤쏘니 에베렛의 Cicero: the life and times of Rome's greatest politician
    5. 에릭 그루엔의 The Last Generation of the Roman Republic.
    6. 아드리안 골즈워디의 책들 거의 다.

    정도를 추천합니다.
    이 중 뭐가 번역되었는지는 모르겠군요. 한글로 번역된 거는 보통 제목도 바뀌고 저자 이름의 한글 표기도 제 생각이랑 다르기 때문에 찾는 법도 모르겠다는게 -_-;

    2번은 이미 본문에 나와있듯 번역되었고.
    4번도 "로마의 전설 키케로" 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으며
    6번의 경우 그의 저작 중 "In The Name of Rome" 이 "로마전쟁영웅사"라는 제목으로, "Caesar: Life of a Colossus"가 "카이사르 전기"로 번역되어 나온걸로 압니다.



    아니면, '기본'으로 돌아가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제대로 완역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 Allenait 2009/07/24 11:44 #

    원서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로마제국 쇠망사는 예전에 번역된 걸 본것 같은데 요즘에는 또 모르겠군요.
  • 함부르거 2009/07/24 13:07 #

    로마제국쇠망사는 1990년 일본어 중역본이 있었는데 지금 완역본이 발간중이네요.
  • 미친과학자 2009/07/24 13:33 #

    어익후 좋은정보 컨닝(?)하겠습니다.
  • 월신초 2009/07/24 11:45 #

    마르쿠스가 마크로스로 보였다는 오TL
    마크로스 프론티어를 엊그제 다본 것에 대한 후유증인가...
    근데 꽤 무서운 인물이네요. 위업이 무섭다는게 아니라 그 꿋꿋함과 엄격함이
  • 월광토끼 2009/07/27 15:34 #

    두각을 나타냈던 시대의 위인들 중 하나죠.
  • Lorein 2009/07/24 11:57 # 삭제

    당시 공화국의 원로원은 스스로 심한 부패에 물들어 있었지만, 아직은 카토 같은 인물에게서 감동받지 않을 정도로 타락하지는 않았다.
    ㅡ,.ㅡ X발 저게 제일 부러워
  • 월광토끼 2009/07/27 15:35 #

    ㄱ-... 미투
  • 오제영 2009/07/24 13:04 # 삭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를 먼저 읽었더니 카토를 상당히 안좋게 보고 있었는데. 역시 뭐든지 여러면에서 봐야하는거군요.
    그 이전에 로마인이야기는 재미는 있지만, 제국과 독재자의 미화라는 편협한 시야의 대표적인 물건이지만..
  • 황제 2009/07/24 21:18 #

    저도 로마인 이야기로 봤지만, 카토를 멋지게 봤는데요?
  • 월광토끼 2009/07/27 15:35 #

    로마인 이야기는 그야말로 '이야기책'이지요.
  • asianote 2009/07/24 13:14 #

    시대에 버림받은 멋진 남자.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 소 카토의 친구나 부하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 월광토끼 2009/07/27 15:36 #

    그건 저도 그렇습니다. 그의 친구들도 다 가끔 답답해 분통을 터트릴 지경이었으니 말입니다.
  • 산왕 2009/07/24 13:52 #

    공화국의 몰락. 기억해뒀다가 한 번 읽어봐야겠군요.
  • 월광토끼 2009/07/27 15:37 #

    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좋은 책입니다.
  • 효우도 2009/07/24 16:38 # 삭제

    근데 한가지 궁금한게, 글 위의 석상은 카토인것 같은데, 왜 저런 식의 석상은 죄다 누드인가요?
  • 월광토끼 2009/07/27 15:36 #

    남성미와 순결함을 표현하기 위해서겠지요.
  • nighthammer 2009/07/24 18:02 #

    시오노 여사님의 책에서는 배를 갈라 죽었다고 했는데 말이죠.

    뭐, 사실 여사님은 마키아벨리를 좋아하는 분이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마키아벨리즘을 신봉하는 모습입니다만.
  • AG 2009/07/24 21:10 #

    그러고보니 저도 굳이 편안한 자살이 아니라, 일부러 배에 칼을 꽂아
    고통스런 자살을 택했다고 들은 것 같아요.
    소 카토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인물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만,
    감탄하는 만큼 어딘지 떨떠름한 느낌도 같이 받는 듯 합니다.
  • nighthammer 2009/07/25 16:41 #

    존경하지만 가까이 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랄까요.
    좋게 쓴 글에도, 나쁘게 쓴 글에도 나오는 공통점이, 너무 까칠하다는 것인듯.
  • 월광토끼 2009/07/27 15:38 #

    아, 제가 잘못 기억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에 칼을 꽂아 자살했다는게 맞을 겁니다.
    스토아 철학의 신봉자라서 안식보다는 고통을 감내하는 것을 더 높게 쳤겠지요.
  • Fedaykin 2009/07/24 20:18 #

    가정사파탄막장드라마 ROME 에선 카토를 항상 검은옷에 맨발, 성대가 꼬인 쉰 목소리를 가진 꼬장꼬장한 늙은이 정도로 묘사했었지요. 오히려 카토보다는 키케로가 더 공화국의 양심이고 근본주의자 처럼 나왔었응께요.

    뭐..역사는 무한히 반복되지 싶습니다.
  • 월광토끼 2009/07/27 15:39 #

    사실 키케로가 카토보다 훨씬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지요. 뭐, 둘 다 공화국을 지키려 살신성인했지만.
  • 지나가는 사람 2009/07/24 20:33 # 삭제

    어디서 봤던 글인데? 싶었더니 공화국의 몰락이었군요 ㅎㅎ 읽은 책이 나와서 그냥 기분이 좋은 1人 ;;
  • 월광토끼 2009/07/27 15:39 #

    잘 쓰여진 책이지요.
  • 지나가던과객 2009/07/26 21:52 # 삭제

    카토의 아들과 딸 얘기를 읽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뻔 했습니다.
  • 월광토끼 2009/07/27 15:40 #

    정말 '기개가 대쪽같이 굳다'라는 진부한 표현이 어울리는 집안인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에 그런 사람들은 이제 찾기가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 blue 2009/10/15 11:47 # 삭제

    아마 시오노 나나미는 카토의 죽음을 묘사할 때 플루타크 영웅전을 참고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드로이드 2012/01/19 16:50 #

    저 책이 지금 품절이라 못 구한다는 게...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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