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미국 독립전쟁 지원과 프랑스 대혁명 발발 경위

1776년 3월 1일. 당시 영국에서 스파이질을 하고 있던 피에르 오귀스탱 꺄홍 드 보마르셰는 주군인 루이 16세에게 수천 단어로 이루어진 장문의 에세이를 써 제출한다. "La Paix ou La Guerre"(평화 또는 전쟁) 이란 제목의 이 글의 요점은, "미국은 현재 폭력적이고 다급한 위기에 쳐해있습니다." 와 "설탕 농장들이 위험합니다!" 였다.



보마르셰의 상관이기도 했던 외교부장관 베르젠네 백작 샤를르 그라비에는 보마르셰의 보고 내용과 자기 생각을 섞어, 최종적으로 "Considerations"이라는 보고서를 올린다. 보마르셰와 베르젠네가 루이 16세에게 보고한 내용의 요점은 다음과 같았다.:


"영국의 미국 식민지 반란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1. 영국이 식민지를 무력으로 제압하는데 성공할 경우-
영국이 여세를 몰아, 그리고 식민지 반란 제압에 들인 손실을 떼우기 위해서라도,
서인도제도에 있는 프랑스 소유의 설탕 생산 섬들을 점령할 것임.
그러니까 프랑스와 영국 간의 분쟁은 어쨋건 불가피함.

2. 미국 식민지가 자력으로 독립에 성공할 경우-
국가명예/이미지/브랜드에 먹칠을 당한 영국이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어쨌건 프랑스를 공격할 것이다.

3. 영국이 식민지의 요구를 들어주고 평화적으로 독립을 보장할 경우-
성공적으로 독립한 신생 미국이 (서인도제도에 영국보다 더욱 가까이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서인도제도 설탕 생산 섬들을 빼앗으려 할 것임

4. 미국 식민지인들이 양보해서 영국 정부와 화해하고 반란 종결될 경우-
필요할 때 도와주지 않았던 프랑스에 대한 분노 때문에 영국에 전력을 다해 협조.
그렇게 되면 영국과 미국 둘 다 힘을 합쳐 서인도제도의 프랑스 식민지들을 공격.

5. 어찌되었건 지금 안도와주면 도와줄 때 쓰는 돈보다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임.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독립전쟁을 프랑스가 안 도와줄 때 그 결론은

[불란서를 공격한다]



...라는 거였다.

....
...









그리고 줄기차게 올라오는 이런 개념없는 내용의 보고서들을 받는 루이 16세는 스물 두 살의 청년으로, '국정운영'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 개념도 잡혀있지 않은, 그저 매일같이 사냥 나가는 것만 즐기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 제대로 된 '제왕학 교육' 같은 걸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인기 있는 훌륭한 왕이 되야지!'하는 막연한 생각 정도는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문제였다. 그러니 그가 하게 된 생각은 "오 정말 안도와주면 국익이 위태로롭겠구나!".

-_-


아무튼 베르젠느와 보마르셰의 보고서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어전회의가 개최되었는데.
여기서 대신들은 모두
"미국을 돕지 않으면 나중에 손해가 있을테니 지금 도와야 한다" 는 논지에 동의했다.

딱 한 사람만 빼고.




1774년 7월에 재무장관직에 임명된 안느 로베르 쟠크 투르고는 만약 프랑스가 미국식민지들을 도와주게 된다면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른 대신들과 국왕을 설득하기 위해 열변을 토했는데, 그 논지는 다음과 같았다.


1. 현재 프랑스의 재정상태는 극히 심각하다.
매년 3억 2천 5백만 리브르의 지출.
그래서 총 적자가 매년 5천만 리브르.

2. 내가 (투르고) 개혁 프로그램들을 잔뜩 시행해서 간신히 적자를 반으로 줄였음.

3. 하지만 여기서 뭔가 더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하나 더 지출이 늘게 되면 딱 세가지 방법밖에 없음.

1) 세금을 올린다.
2) 특정 지역에 대해 파산을 선고해 지출을 동결한다.
3) 지출을 늘리는 대신 다른 부처에서 예산을 잔뜩 삭감한다

하지만 1)과 2)의 방법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것임.
3)은 이미 모든 부분을 검토해봤는데 삭감 할 수 있는 곳이 없음.




재무장관 투르고는 미국의 혁명가들이 부르짖는 자유와 공화주의 정신에 동조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미국을 돕자고 주장하는 외무장관 베르젠느는 그 혁명정신과는 극히 거리가 먼 뼛속까지 귀족이었다) 그럼에도 그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임무였고, 그것은 쓰러져가는 프랑스 경제상황을 여러 개혁을 통해서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마침 루이 16세에게 여러가지 재정개혁안을 제출한 상태였는데, 그 개혁안은 산업거부들의 문어발식 기업체 해체, 여러 부문에서의 세금 철폐, 공공 은행 설립과 화폐제 개혁, 최저임금 제한 등등을 주장하고 있었다.


루이 16세는 이를 받아들였고 공표했는데, 그 공표일이 마침 이 베르젠느가 올린 안건에 대한 어전회의가 있었던 날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루이 16세는 싸늘하기 짝이 없는 반응에 크게 당황해 투르고의 개혁안을 철회시킨다.


유일하게 미국독립전쟁 지원을 반대하던 재무장관 투르고는 몇 주 후 해임된다.

이게 1776년 3월의 일이었고,


1776년 7월에 미국 반란주들에 대한 지원이 정식으로 결정된다.



그 10년 후 프랑스의 재정상황은 투르고가 예견한대로 흘러갔고, 그래서 정부는 세금을 올렸고, 가뜩이나 살기 힘든데 세금이 오르니까, 민중이 택한 해법이 뭐였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대로.


덧글

  • asianote 2009/08/02 11:52 #

    돈 문제를 가볍게 한 자는 그 대가를 치르는 법이지요. 슈타인호프님이 쓴 책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빚은 무서운 법이지요."
  • 萬古獨龍 2009/08/02 11:55 #

    부처도, 신도 구제할 도리없는 돈문제란....(먼산)
  • 아브공군 2009/08/02 11:57 #

    세상은 돈이 지배한다... OTL
  • 검투사 2009/08/02 12:11 #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당시 미국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특히 토머스 폐인이라는 자와 조지 워싱턴 등의 입에서) 뭔 얘기가 나오고 있었는가"를 국왕 폐하께 보고한 사람이 없다는 점이군요. -ㅅ- (저는 그렇게 봅니다만... -ㅅ-;)
  • 검투사 2009/08/02 12:12 #

    하긴 독립전쟁 초기에 훗날 "건국의 아부지들"이 되실 양반들은 내지의 국왕 폐하를 거부할 마음이 없었다고도 하니... -ㅅ-
  • 나아가는자 2009/08/02 14:06 #

    근본적으로 프랑스가 그렇게 매우 심각한 재정적자에 빠졌던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 에르네스트 2009/08/02 14:52 #

    루이14세가 짐이 곧국가다! 외치시면서 돈낭비를 많이하셔서~~
  • FELIX 2009/08/02 14:55 #

    태... 태양왕!!
  • 나아가는자 2009/08/02 20:05 #

    만약 그런 궁정의 돈 낭비가 주된 원인이었다면, 다른 부처에서 뺄게 없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궁정예산부터 줄여야 한다고 재정대신이 왕을 설득하지 않았을까요?
  • 황제 2009/08/02 20:51 #

    가장 큰 문제는 쓸데없이 여기저기 벌인 전쟁 때문이었죠. 이기면, 그래도 낳지만, 지면 그대로 빚만 남는 올인성 도박이니깐요.
  • yodastreet 2009/08/03 00:43 # 삭제

    전쟁으로 비롯된 적자는 고질적이었죠. 1700년대 초에 경제를 잡아 보겠다고 중앙은행도 설립되고 대형 무역회사를 통해 주식도 찍어보고 했지만 결국 주도자의 욕심으로 망해서 (...) 프랑스의 경제 발달은 몇 세대 뒤쳐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 델카이저 2009/08/03 09:56 #

    궁정 낭비 때문도 적지 않았지만 진짜 문제는 전쟁이었습니다. -_-;; 루이 14세 재위기간 내내 거의 세계대전을 벌여놔서.. 루이 15세 때도 그 상황이 그닥 변하지도 않았었구요...
  • 지나가던과객 2009/08/02 15:18 # 삭제

    결국 세상을 지배하는 건 예산이군요.
  • Mecatama 2009/08/02 15:19 #

    曰. 역시 진리는 돈. (...)
  • 상처자국 2009/08/02 16:46 # 삭제

    진리의 투르고
  • 계원필경Mk-2™ 2009/08/02 17:03 #

    전쟁을 도와주는 것도 엄청난 고민을 해야하는 문제이죠...(역시 모든 건 예산!)
  • Allenait 2009/08/02 18:57 #

    Money talks... 의 진리군요
  • 오제영 2009/08/02 19:05 # 삭제

    저런 개념없는 보고서를 쓰는것도, 믿는것도 가능하군요....
  • 다스베이더 2009/08/02 21:08 #

    ah.......
  • 방랑자 2009/08/02 21:41 # 삭제

    그냥 솔직히 "영국애들 까부수면 기분 좋잖아!"라고 할것이지 저렇게 후대에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짓이나 하다니 정말...
  • 하늘나늬 2009/08/02 22:24 # 삭제

    역시 돈이 문제야. 파산 지경에 이른 저역시 orz
  • 윙후사르 2009/08/02 22:41 # 삭제

    일단 무개념 선왕들이 유럽의 부국 프랑스를 막장으로 만든 전쟁과 사치에 투입한 것부터 처리를 하던가 했어야지.. 또 전쟁....
  • 효우도 2009/08/03 01:29 # 삭제

    토탈워 플레이 할때는 그럭저럭 흑자내던데.....
  • 마커스 2009/08/06 04:06 # 삭제

    어떻게 저런 무개념 보고서가 줄기차게 올라오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네요. 미국이 구워 삶은건지 아니면 프랑스인들의 현실인식이 정말 저랬던건지.
  • 2012/10/31 13:30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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