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이언과 스톤. 그들이 베트남전을 극복하는 방식.



사실 한국에는 팀 오브라이언올리버 스톤 이 둘의 이름이 그다지 너리 알려져 있진 않다.
하지만 한 명은 소설가로서, 그리고 또 한 명은 영화감독으로써 끊임없이 미국 내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어왔다.

소설가 오브라이언O'Brien과 영화감독 스톤Stone 간에 접점은 없다.

하지만 그 둘의 공통점은, 바로 자신들의 월남전 참전경험과 그 악몽을, 예술이라는 이름의
창작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재생산 함으로써, 전쟁의 진실을 알리고, 더불어 스스로
그 악몽을 극복해내는 것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1969년. 베트남에 선 팀 오브라이언]


소설가 팀 오브라이언은 대학생 때 징집되어 보병으로 베트남에서 1968년부터 1970년까지
제 46 보병 사단에서 복무했다. 비록 그의 복무기간 대부분은 후방근무로 채워져 있었지만
몇주 동안은 최전선에서 전투와 수색에 참가해야 했다.


팀 오브라이언은 전역 후 1973년에 자신의 전장 체험을 담은 첫 자전적 수필이자 소설이기도 한 책
"If I Die in a Combat Zone, Box Me Up and Ship Me Home"을 냈다.
그의 솔직 담백한 보병 생활의 묘사와 그의 작가로서의 재능은 빛을 발했고, 이 참전용사의 책에
월스트릿저널, 워싱턴포스트 등의 언론들은 찬사를 보냈다.

오브라이언은 자신의 실제 경험담과 소설을 묘하게 섞어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해 책을 썼는데,
새 소설을 출판할 때마다 그 글들의 분위기는 갈수록 어두워지고, 더욱 냉혹하게 현실적이 되어간다.



그런 그의 작품 성향은 1990년의 The Things They Carried 에서 가장 강하게 드러난다.
거기서 그는 하나의 소대를 조명하면서 여러가지 인간군상들을 보여준다.
소대원들은 시간이 흐를 수록 하나 둘 이어지는 전투들에서 전사하고, 다들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전쟁을 버텨낼 수 없어 점점 괴물이 되어간다.

막 대학을 다니고 있던 파릇파릇한 소대장은 짝사랑하던 여인과의 밀애를 상상하며 서 있다가
기습에 소대원이 전사하는 일을 겪는다. 그는 직후 자신의 '환상'을, 또는, 고국의 '현실세계'를 지우는 것처럼
짝사랑의 사진을 모두 불태운다. 작품 내내 그의 '현실'로부터의 탈피와 전장이란 이름의 환상세계로의 이입이
묘사되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흔히 아름다운 것으로 묘사되는 전우애조차도,
똥물에 빠져 익사한 전우의 시체 하나 건져내지 못하는, 영광스러움과는 극도로 거리가 먼
상황 앞에 그저 무력하기만 하다.

그렇게, 오브라이언이 월남전과 그 광기를 다루는 방식은 끝없는 반복과 더욱 더 메말라가는 감정 표현이다.


오브라이언은 지금까지 베트남전 소설/수기를 총 여덟권 집필했다.

If I Die in a Combat Zone, Box Me Up and Ship Me Home (1973)
Northern Lights (1975)
Going After Cacciato (1978)
The Nuclear Age (1985)
The Things They Carried (1990)
In the Lake of the Woods (1994)
Tomcat in Love (1998)
July, July (2002)

그리고..





[1968년. 베트남에 선 올리버 스톤.]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은 예일 대학을 중퇴한 후 영화 대본 집필일을 배우다가 1967년부터 68년까지
제 25 보병사단에서, 그리고 얼마 후 제 1 기병 사단에서 복무했다.
그는 복무기간 대부분을 최전선에서의 작전수행으로 보냈고, 두 번 부상당해 명예 전역했다.
그는 전역과 동시에 동성 무공훈장을 수여받았다.





올리버 스톤은 영화 각본 부분에서 일하다가 1984년에 이르러서야 대작 영화를 제작, 발표하게 된다.
그게 미국의 어떤 영화 평론 또는 영화 애호가에게 물어봐도 만장일치로
"역사상 최고의 전쟁영화 1위"에 올려지는 영화, PLATOON이다.

스톤의 플래툰 또한 전쟁 속에서 점점 '인간'이 아닌 '군인'이 되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라이어스 중사와 반즈 중사 두 상반된 상관들에 의해 변신을 하게 되는 병사들을 묘사하면서,
극도의 쓸쓸한 여운을 남겨준다.

스톤은 플래툰에서 끝나지 않고 플래툰과 더불어 "베트남 3부작"으로 불리우게 될 영화들 두 편을 더 제작한다.

탐 크루즈가 주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고, 스톤 본인은 감독상을 수상하게 된
(그리고 탐 크루즈는 골든글러브에서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Born on the Fourth of July (1989)와,

토미 리 존스가 주연했고 베트남 여인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Heaven & Earth (1993)가 그것이다.



특히 Born on the Fourth of July는 군대를 동경해 해병대에 입대, 전투 중 부상으로 하반신이 마비 된
탐 크루즈가 전쟁의 참 의미와 그 폐해를 깨닫고, 더 나아가 진정한 '애국'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느끼고 스스로 나라를 위해 반전 운동의 기수에 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올리버 스톤 자신의 이야기를 담다시피 한 영화다.


올리버 스톤은 그 영화들에서 감정, 그가 넘긴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고 실제 느꼈던 것 보다 더 격렬한
것으로 격화시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지금에야 '어설픈 좌빨' 수준으로 격하되어 내놓는 영화마다 참패하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스톤이 베트남 3부작에서 보여준 그 모든 감정들은 베트남전의 정수를 표현한다고 할 수 있을 지경이다.



그렇게, 이 두 사람은, 베트남전을 경험하고 그에 대해 표현한 수많은 사람들 중 가장 성공하고
가장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베트남전이 끝난지 30여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들이 만든 소설과 영화가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그 둘의 경험과 그 표현이,
그 전쟁에 참가하고, 또는 전사한 수많은 다른 미국인들의 그것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절절하게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계속해서 그 감정을 대변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참전 경험과 그 응어리를 풀어나간다.



베트남전을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게, 그 시대의 시대상과 그 시대를 살아간 인간군상들을
느끼기에 오브라이언과 스톤, 이 둘의 작품들보다 더 나은 건 없다.
















휴.

오랫동안 쓰고 싶은 주제였는데 이제서야 써 놓고 나니까 속이 다 후련하네요.

덧글

  • 코난 2009/10/10 12:03 #

    오오 흥미롭군요
  • 효우도 2009/10/10 12:06 # 삭제

    이 글을 읽으니, "U.N 오웬은 그녀인가?" 라는 노래로 만든 "풀메탈 재킷" 매드가 생각나네요.
  • ㈜계원필경 2009/10/10 13:19 #

    그러고보면 플래툰의 '그 명장면'을 안 떠올래야 안 떠올릴 수 없다죠...(현을 위한 아다지오와 함께...)
  • 월광토끼 2009/10/11 16:47 #

    달리다가 털썩하는 윌렘 다포의 모습을 보면 정말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지요 ㅠㅠ
  • 엽기당주 2009/10/10 13:24 # 삭제

    현대 전쟁에서 개인이란 존재가 얼마나 무의미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영화들이죠.

    결국 국가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영광도 없고 의미도 없는 전쟁에서 숱하게 죽어가는 젊은이들의 목숨값은 또 일반 시민들이 부담하고 고통을 받아야하는거라..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속성에 간혹 회의가 들곤 하죠. 시대와 장소에 따라 페러다임의 차이로 나타나는 모습은 다르지만 결국은 다 똑같거든요.
  • 월광토끼 2009/10/11 16:47 #

    하지만 그런 속성이 정식으로, 또 정면에서 노출되고 그 경험자들이 공공연하게,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된 것은 베트남전이 최초가 아닌가 싶습니다.
  • Allenait 2009/10/10 14:46 #

    정말 대단하죠. 플래툰이란.

    이제 이라크 전도 누가 저렇게 좀 해줬으면 좋겠군요
  • 월광토끼 2009/10/11 16:48 #

    뭐.. "Generation Kill" 이나 "Jarhead"(이건 걸프전이지만) 정도가 나름 괜찮게 '저렇게' 해줬습니다.
  • 행인1 2009/10/10 15:15 #

    올리버 스톤이 동성무공훈장 수여자였군요.
  • 월광토끼 2009/10/11 16:48 #

    네. 전쟁을 부정적으로 묘사해도 이 사람은 '쓰러진 전우를 구해낸' 전력까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죠.
  • 이준님 2009/10/10 18:21 #

    1, 팀 오브라이언의 진짜 걸작은 Going After Cacciato입니다. 실지로 과장이 좀 섞였지만 이 작품 이후에 쓴 오브라이언의작품이 이 작품을 못 넘는다고까지 할 정도이지요. 이 작품은 굳이 말씀드리자면 유머가 절제된 베트남판 캐치 22라고 생각하면 됩니다.아니면 베트남판 제 5도살장정도로 보면되겠지요.(대단히 몽환적이면서 현실감이 살아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유명세에 비해서 오브라이언의 작품은 단 한작품만 번역된게 현실이지요.

    2. 스톤의 경우는 원래 60년대 3연작으로 기획한게 "플래툰" "7월 4일생" "도어즈 "였습니다. 나중에 60년대 연작이 늘어난게 "JFK"와 "닉슨"이지요. 그래서 편의상 베트남 3연작으로 "플래툰" "7월 4일생" "하늘과 땅"을 넣지요.

    사실 플래툰이나 JFK의 성공때문에 그가 각본만 참여한작품들 "미드나잇 익스페스"나 "버디" 초기 작품 "살바도르"는 묻히는게 아쉽습니다. -논란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게 본 "네추럴 본 킬로"도 그렇구요.
  • 월광토끼 2009/10/11 16:49 #

    아. Going After Cacciato는 제가 끝까지 다 읽지를 못했기에 -_-;
    베트남판 제 5도살장이라 하시니 참 와닿는군요.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와 내추럴 본 킬러는 저도 참 재밌게 봤습니다.
  • 이준님 2009/10/10 18:22 #

    익스페서-> 익스프레스
  • blue ribbon 2009/10/10 18:23 #

    오타지적합니다
    너리가 아니라 널리입니다.
  • 월광토끼 2009/10/11 16:50 #

    아이쿠 ㄱ-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 원생군 2009/10/10 23:37 #

    그야말로 시대의 상처가 넣은 안타까운 걸작들이네요
  • 월광토끼 2009/10/11 16:51 #

    한국에서는 '월남간 김중사'에 대한, 또는 김중사의 걸작이 탄생할 일이 없을까요?
  • Reibark 2009/10/12 11:35 #

    수정할 것이 있습니다.
    탐크루즈는 이 영화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골든 글러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지요.
  • 월광토끼 2009/10/12 12:19 #

    지적 감사합니다. 반영/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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