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일본 락인가? -횡설수설-


10 Feet - "Ni?"



한국 사람인 내가 굳이 일본의 락 음악에 빠져들게 된 것은 같은 동양인으로써 그 '특색'에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일본의 락 음악에는 정말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보편성과 매력이 있다. 본고장 영미권의 락/메탈 보다도 일본의 그것을 듣게 되는 것은 의식적인 선택이 아닌 자연스러운 본능의 발현이다.


L'arc en Ciel 이라던가, B'z 라던가 하는 이름들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 밑에 흐르는 격류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에 락 음악이 처음 소개 된 것은 1960년대, 비틀즈를 필두로 한 영국 락 붐이 일본에도 상륙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일본에서는 Rock과 Metal이라는, 동양 문명권에서는 매우 생소할 음악 장르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Straightener - "Reminder"



1980~90년대 일본에서는 '비쥬얼 계'라는 이름하에 특이한 부류의 밴드문화가 형성되었는데, 그것은 특이한 복장과 화장으로 치장한, 잘생긴 젊은이들로 구성된 밴드들이 인기를 끌게 되어서였다. 아직까지도 일본 음악 이라고 하면 그런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당시 일본의 비쥬얼 락은 일본 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음악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었다.


그러나 90년대를 거치고 21세기에 접어든 일본 락 음악은 미국의 얼터너티브 흐름의 영향을 받아 더욱 다채롭게 발전해 나갔다. 과거의 비쥬얼 계는 사장되었고 밴드들은 더 이상 화려한 치장따위는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 덕에 커진 락 음악 시장은 다양한 새 흐름을 받아들이고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랩-락, 포스트 펑크, 하드코어, 정통 펑크, 팝-락, 얼터너티브 락, 얼터너티브 메탈 등의 장르들로 정의될 수 있는 밴드들이 무수히 생겨났으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Acidman - "ある証明"


긴 역사와 그 대중적 인지도, 그리고 활발하고 정열적인 언더그라운드 락 씬과 수많은 실력있는 인디밴드들을 뒷받침하고 오버그라운드로 올려낼 수 있는 공연문화와 음악 애호가들로 인해 지금의 일본 락 씬이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생한 일본 락 씬은 분명 같은 장르더라도 영미권의 락 음악과는 차별화 된 고유의 성질과 느낌을 지니게 되었다. 그 '일본 고유의' 색은 나날히 짙어졌고, 그렇게 일본적 특색을 띄게 된 일본의 락 음악은 영미권에서도 그 특색을 인정받아 많은 사람들을 자국의 음악이 아닌 그 음악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 결과, 현재 일본 락은 자체적 음악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발전해, 세계에서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크고, 깊고, 다채로운 락 씬을 키워내게 되었다. 이제는 오히려 인터넷의 발달과 일본 문화의 수출로 인해 원조 고장인 미국과 영국으로 일본 락이 흘러들어가는 세태가 되었다. 일본의 음악 중 서구 문화권에도 크게 어필하고, 언어와 문화를 넘어 사람들로 하여금 교감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락이라는 장르 하나뿐이었던 덕이다.



Asian Kung-Fu Generation "After Dark"



고유의 색을 만들어내고, 그와 동시에 대중의 인기를 얻는다. 고유의 음악성과 개성을 형성하면서도 대중적 인기의 후원을 받은 음악은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었고, 밖으로 뻗어나갔다. 원석처럼 투박하면서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정제됨. 자본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Fuji Rock, Sweet Love Shower, Rising Sun Rock, Rock In Japan. 10만 청중 동원. 앨범 당 수십만 장 판매.

국내 라이브 하우스 숫자만 일본 전체에 최소 1만개 이상 (도쿄 시부야지역내만 4000개).



The Back Horn - "Cobalt Blue"


한국의 인디 락 씬에도 좋은 음악을 만드는 훌륭한 밴드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인디 락 씬은 지나치게 '인디' - '언더그라운드' 적이다. 대중의 비호를 받지 못해 대중성을 잃어버리고, 대중성을 잃어버릴수록 대중은 더욱 외면했다. 그리고는 한국 특유의 폐쇄적이고 경직된 음악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 속에서 락 이라는 장르의 음악은 홍대 클럽이라는 게토 속에 갇혀버렸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현재 음악 시장과 일반 시민의 취향 자체를 송두리째 뒤집지 않는 한 한국 락 음악이 이웃나라의 그것처럼 발전해나갈 가능성은 없다. 정제되지 않은 보석들은 정제될 기회를 박탈당한채 광산 속에 묻히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난감 보석들이 '가요'라는 이름아래 대중의 귀를 지배한다.


그래서 난 한국의 락 음악을 열심히 찾아 들으려 하면서도 결국은 일본 락 앨범을 집어들게 된다.


이 포스트에 링크된 밴드들은 모두 일본무도관에서 공연을 했다. 일본에서 음악을 시작한 모든 음악인들에게 있어, 무도관은 꿈의 목표다. '아.. 언젠간 우리도 무도관에 서서 공연할 날이 있었으면..' 하는 소망. 그리고 수많은 실력있는 밴드들이 무도관을 거쳐갔다. 일렉기타, 베이스, 드럼, 그리고 가끔은 키보드로 구성된 '시끄러운' 음악을 하는 놈팽이들이 무도관 객석을 꽉 채우게 할 수 있는 일본. 한국에도 일본의 무도관에 해당될 공연장이 있는가? 언젠간 성공해서 그곳에서 연주하자, 고 다짐하게 만들 곳이 있는가? 있어도, 청중이 '시끄러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그 무대위에 올려줄 수 있는가?


글쎄. 난 우연히 "FT 아일랜드"란 친구들에 대해 듣게 되었고, 뭐하는 애들인지 찾아봤으며, 그리고는 절망했다.
FT 아일랜드 같은게 무대 위로 올라오는 한국에서 음악 듣는게 어떻게 재미있을 수 있을까.

너무나 어이가 없었던 나머지 잠시 실의에 빠졌을 정도였었다.





9mm Parabellum Bullet - "Black Market Blues", "Termination"






너무 횡설수설했다. 그냥 간단하게 요점 정리를 해보자면;


일본 락은 듣기 좋다.

듣는게 너무 재밌다.

영미 락보다 듣고 발견하는게 재밌다.

한국 락도 일본 락 처럼 발전하길 기원한다.







덤:

화장같은거 안하고 티셔츠에 청바지 입은채 연주하고 노래하는 평범한 밴드가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Visual Kei로 오해받고 있는 어느 메탈 밴드.↓




요즘은 일본 본토보다도 미국와 유럽에서 더 인기를 얻고 있다.







ps. 원래는 이오공감급 포스트를 쓸라고 그랬는데 너무 횡설수설해버려서 이오공감은 못가겠네요 -_-; [..]

덧글

  • 少雪緣 2009/11/24 10:21 #

    영미권에서는 일본의 퓨전재즈들도 제법 어필했던거 같습니다. 사실 일본 재즈쪽도 녹록치 않은게 주일 미군이 주둔하면서 흘러든 재즈가(재법 재미있는 요소인데 주한미군이 주둔하던 시기와 겹쳐보면 당시가 재즈에서 록으로 미국 음반계가 움직이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꽤나 발전을 거듭했으니까요. 구하기는 조금 힘들지만 Tokyo Bossanova collection같은 앨범은 상당한 수작입니다. 지금이야 카시오페아나 T-Square같은 밴드는 나이도 있고 내공도 걸출하죠: )
  • 월광토끼 2009/11/24 14:42 #

    전 재즈는 잘 몰랐지만, 추천해 주신 것들은 찾아 들어보겠습니다 :)
  • 유로스 2009/11/24 15:22 #

    원래 일본 하면 이른바 '뉴에이지'가 록보다 훨씬 더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죠. 록 중에서도 이런 쪽과 연관 있는 익스페리멘틀 록 쪽에 좋은 밴드들이 많고요.
  • 少雪緣 2009/11/24 16:18 #

    그쪽은 사카모토 교수님께서 마지막황제에서 Rain한방을 먹여주신터라...(근데 교수님이 사실은 테크노 전사라는게 더 확께지만서도...)
  •  달  2009/11/24 11:14 #

    잘 읽었습니다!
    아즈캉은 진리 아아.. 블랙혼 노래도 좋네요.

    확실히 일본락은 듣는 맛이 남다른것 같습니다.
    비주얼 계.. 아직도 그쪽을 파는 저라 점점 마이너화되는게 좀 아쉽기도해요.
  • 월광토끼 2009/11/24 14:41 #

    아즈캉X 아지캉O
    블랙혼X 백혼O

    비주얼계라는게 음악성으로 어필하는게 아니라 외모로 어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장르는 오래가기 힘들지요.
  •  달  2009/11/25 10:44 #

    아; 오타 정정 감사합니당; 눈이 문제에요 문제;

    백혼의 다른 곡도 찾아 들어봐야겠습니다.
  • 른밸 2009/11/24 11:58 #

    일본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일본이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앞서나가는 것이 토양과 문화이지 않나 싶습니다. 토양이라하면 어디서든지 나쁘지 않은 시스템과 엔지니어, 노래를 들어줄 관객이구요. 문화라하면 음악한다고 말했을 때 '음악해서 먹고살수 있어?' 라고 묻기 전에 '오...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구나. 좋겠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전 생각합니다;; 지방음악팬이 뭘 알겠습니까마는 ㅎㅎ

    전 일본 락씬 보다는 어쿠스틱 기타라던지 보사노바 뮤지션들을 주로 들었는데, 락 씬도 찾아봐야겠네요. 링크하신 곡들 다 좋은데 Acidman이 가장 좋네요. 비슷한 류의 뮤지션 누가 있을까요?
  • 월광토끼 2009/11/24 14:43 #

    결국 음악을 다루는 사람 이전에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의 문제라는 걸까요?

    Acidman하고 비슷한 류의 밴드로는 Bump of Chicken 이나 The Pillows를 택할 수 있겠네요. 사실 Acidman이나 Bump of Chicken은 The Pillows의 직계손이나 다름없으니 다 취향에 맞으실것 같습니다.
  • 꽃가루노숙자 2009/11/24 14:20 #

    비쥬얼 락하면 떠오르는 게 각트.

    제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예전 m.net에서 연말에 했던 아시아 페시티발 송 방송을 본 후였죠.

    한국어로 노래를 개사해서 부르는 게 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관심을 두고 있는 일본 락 밴드라고 하면 라르크나 이름은 모르지만 니들리스 제로의 1기 오프를 맡았던 그 팀이 있지요. 블라스트레이터라는 애니의 오프도 맡았었는데 박력이 있고 좋더군요.
  • 월광토끼 2009/11/24 14:44 #

    각트 말입니까? 아, 그 유명한 엔카 가수? [...]
  • rAin 2009/11/24 20:37 #

    아 Granrodeo 말씀이시군요. 기타와 보컬이 출중한 그룹이죠. 특이한 점이 있다면 보컬은 성우와 가수를 겸업중입니다.
  • 꽃가루노숙자 2009/11/24 20:58 #

    네 맞아요. 목소리가 시원하게 내지르는 게 좋지요. 두 명 구성으로 아는데 둘 다 성우도 하는 건가요?
  • rAin 2009/11/25 08:49 #

    아, 성우는 보컬인 KISHOW(타니야마 키쇼)만이고요, e-ZUKA(이이즈카 마사아키)는 원래 작곡가겸 기타리스트인데 어떤 곡을 계기로 타니야마씨랑 그룹을 결성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widow7 2009/11/24 15:27 # 삭제

    일본 락밴드 중 일본어를 절대 쓰지 않고 영어로만 곡을 만드는 밴드는 누가 있나요?
  • 월광토끼 2009/11/24 16:44 #

    과거 Ellegarden이 그랬고, 그 Ellegarden이 찢어져서 나온 후생 밴드들이 다 그렇습니다.
    Beat Crusaders가 메이져 밴드들 중에서는 영어로만 노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메탈 밴드 중에서는 Galneryus가 순수 영어로만 작사를 합니다.

    그 외 인디밴드들 중 상당수가 영어로만 부릅니다만 제가 인디씬에는 조예가 깊지 않은 터라... ㅠㅠ

    일단은 Beat Crusaders와 Galneryus를 들어보세요.
  • 5frame 2009/11/24 18:02 # 삭제

    widow7 //
    제 기억에 따르면 Pay money To my Pain도 그 부류에 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월광토끼 //
    Galneryus도 일본어로 작사한 곡들 있습니다(Cause Disarray 등).
  • rAin 2009/11/24 20:41 #

    음? 엘르가든 노래 중에서 일본어로 된 곡 있지 않나요? 대표적으로는 Missing이라든가.
  • 유로스 2009/11/24 15:53 #

    한국 인디록의 80%가 홍대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는 홍대 게토화는 한국의 지역적 특수성을 놓고 봤을 때 당연한 귀결일 뿐이라고 봅니다. 물론 부산/인천/대구나 청주 같은 곳에 나름의 모임이 있습니다만 애초에 클럽은커녕 공연할 장소마저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이죠. 대부분의 지방도시들이 나름의 견고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의 지방은 뭐...(한숨)

    한국에서 부도칸만큼 큰 공연장을 갖는 건 불가능합니다. 지역의 클럽, 도시의 중소공연장이라는 인프라 위에 세워진게 부도칸입니다. 한국은 내한공연하는 외국 가수 말고는 만 명 단위를 동원할 만한 가수가 손에 꼽습니다. 게다가 이런 큰 공연이 설령 지속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투어라든지 머천다이즈 같은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확률도 희박한 공연을 계속적으로 열 만한 공연장을 만들 여력도 없습니다. 결국 상암 같은 종합경기장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거죠.

    야심차게 만들었던 멜론 악스마저도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그나마 지방자치단체의 후원을 등에 업은 500명 안팎의 중소공연장들이 조금씩 생겨나는게 그나마 희망이라고 할까요.
  • 월광토끼 2009/11/24 16:45 #

    결국은 공연장의 문제가 아니라 청취자 규모의 문제고, 청취자를 늘리려면 전반적 취향의 개조가 필요한데, 그게 불가능하니 문제인 걸까요.
  • 생선 2009/11/24 17:40 #

    부도칸도 원래 용도는 체육관이지, 전문 공연장이 아닙니다. 64년 도쿄올림픽때 지었으니 따지고 보면 체조경기장같은 곳에 의미를 부여한 것에 불과하지요.
  • 월광토끼 2009/11/24 17:44 #

    그렇죠. 그야말로 "武道"관이니까요.

    하지만 한국에는 부도칸 이전에 시부야AX, 아니, 하다못해 Club Quatro 급의 공연장도 없으니.
  • 2009/11/24 15:5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월광토끼 2009/11/24 16:46 #

    네,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더욱 빠져들어보세요~
  • 새매 2009/11/24 17:26 #

    인구가 더 늘어나는게 해법이 될 지도... (힘들겠지만...) 근데 일본과 한국의 인구규모 대비 격차가 좀 많이 나긴 하죠.
  • 월광토끼 2009/11/24 17:44 #

    단순히 인구비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죠...

    설령 북한하고 통일을 한다쳐도 음악 시장의 구조와 대중 취향은 바뀔 수 없으리라 봅니다.
  • 유로스 2009/11/24 19:31 #

    아마 하드웨어적으로만 보면 40년 넘은 부도칸보다 상암이 훨씬 나을 겁니다. 문제는 공연장소보다 음향을 다루는 엔지니어나 세팅 노하우의 부재고요. 부도칸 같은 경우는 정기적인 행사 뿐 아니라 비틀즈 이래 수시로 월드투어 하는 뮤지션들이 공연하기 때문에 그동안 꾸준히 쌓인 노하우들이 있습니다. 한국은 80년대에 날림으로 지은 올림픽경기장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대관운영하면서 허송세월하며 보냈습니다. 무도관이라는 명성을 지키려는 일본(비틀즈 때 이곳에서 공연하는 걸 반대했었다죠?)과, 한탕주의에 찌든 기획사들이 난립하는 걸 방치한 한국이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애초에 부도칸은 좀 특별한 곳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만 명 동원은커녕 음반 1만 장 팔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청취자 규모고 뭐고 없죠. 인프라에 신경쓰지 않은 채 좋은 시절 단물만 빨던 업자들이 불황이 오자 가장 먼저 한 것이 P2P와 스트리밍을 두고 싸움박질을 건 것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수익구조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단기적 이익에 천착한 상황에서 답이 나올리 만무했죠.

    지금 한국은 한국 사람들이 얕잡아보는 동남아보다 음악에 있어 후진국입니다. 비단 굵직한 뮤지션 월드 투어에 동남아가 들어가고 한국이 빠지는 것만이 아니라, 창작이나 세계적 인지도 면에서도 그렇죠. 일단 제대로 교류가 안 되고 있고, 진입장벽이 높으며, 한국 내에 음반판매가 바닥을 기고 있으니 후진국이 안 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옛날 음악을 잘 갈고닦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전통은 전통대로 싹 다 날려먹어놓고는 아직도 외국 최신 유행이랍시고 껍데기만 뒤집어쓰는 대리점음악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죠.

    인디 찬양하면서 아이돌 가수 골 비었다고 까는 사람들 많은데, 지금 인디 뮤지션 중에서 아이돌 가수 반만큼 공연 준비 연습하는 밴드 손에 꼽을 겁니다. 그렇다고 아이돌 가수에 소속된 작곡가들보다 곡을 잘 쓰는 것도 아니죠. 사실 잘 살펴보면 왕년에 이 바닥에서 이름 날렸던 뮤지션들이 지금 영화음악과 걸그룹 작곡에 참여하는 일이 당연한 일처럼 된지 꽤 됐고, 자연스레 요 1~2년 간 오버그라운드 음악의 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차피 다 같이 판매율이 사이좋게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오버/언더 라는 식의 이분법 자체가 별반 의미가 없어진 탓도 있고, 오버그라운드에 대한 진입장벽이나 선입견도 상당 부분 사라진 탓도 있죠.

    '취향의 개조'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작년과 올해 나온 음반들을 보면 문제는 취향이 아니라 어떤 장르에서 좋은 음악이 나오는가에 따라 사람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냥 힙합이니 소몰이니 일렉이니 하는 유행에 휩쓸리는게 아니라 정말 괜찮은 음악이 뜨고 조잡한 기획상품이 외면당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한국 사람이 굳이 록 같은 걸 들을 이유따윈 없는 거죠. 좋은 음악을 들을 줄 알면 그만인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좋은 음악이 있음에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 월광토끼 2009/11/25 09:34 #

    그냥 기대를 안하렵니다.
  • 카범 2009/11/24 20:35 #

    아 FT아일랜드 격하게 공감합니다

    Out of Control 라이브 부르는거 보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오더군요

  • 월광토끼 2009/11/25 09:34 #

    제 친구가 노래방서 부르는게 천배는 더 잘 부르겠더군요 -_-
  • rAin 2009/11/24 21:08 #

    예전에 지인 따라서 홍대도 기웃거려 보고 인디 콘서트도 가보고 그랬지만 딱히 앨범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밴드가 별로 없더라고요. 설령 마음이 동한 그룹이 있더라고 해도 그 그룹은 싱글 한 장 빼고 구입할만한 컨텐츠도 없고… 보컬이 출중하다거나, 기타가 엄청 잘났다던가, 곡이 속된 말로 숑가게 좋다든가 하는,그런 특색있는 그룹이 없더군요. 학생 시절에 좀 듣던 그룹들은 지금 뭐하는지 소식이 없거나 뭔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든가.
    정신 차리고 보니 그냥 일본 쪽 음악만 듣고 있더군요.(…)
  • 월광토끼 2009/11/25 09:35 #

    그러니까요. 실력이 있어도 그 실력을 뭐 어떻게 뽐 내거나 갈고 닦아 보여줄 기반 또는 청중이 없으니 홍대에서도 '확 끌리게 하는' 맛을 만들어내질 못하는겁니다...

    그래도 매주 EBS 스페이스 공감 보면서 그나마 멋진 밴드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 밥맛빵 2009/11/24 21:49 # 삭제

    콜드 플레이 누구인지.. 아무개가 미셸건엘리펀트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좀 충격먹었던 기억이 나네욤.,..암튼 일본록시장이 생각 외로 거대한것 같슴다
  • 월광토끼 2009/11/25 09:32 #

    아, 록 뿐 아니라 음반 시장 거대한걸로만 치면 미국(1), 영국(2), 바로 다음인 3위로 큽니다 -_-; 어마어마한 규모의 음반들과 자본이 유통되지요 -_-
  • 萬古獨龍 2009/11/24 23:28 #

    저도 왠지 모르게 일본쪽을 선호.... 무엇보다도 월광토끼님의 추천을 많이 보고있습니다?!?!
  • 월광토끼 2009/11/25 09:33 #

    제 추천 덕을 보신다니 다행입니다?!
  • 슈지 2010/01/22 02:25 #

    뭐 비주얼계(소프트락or흑복락)나 헤비메탈,심포닉 락이나 한때의 흐름이고 각자의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굳이 얼굴이나 비즈니스적인 면이 아니고서라도 폭넓은 장르를 수용하고 수많은 흐름이 용인되어 팔릴 수 있는 시장만큼 매력적인 시장은 드물겠죠. 물론 쇼비즈니스나 그쪽관련해서도 물건너 락 씬 역시 다소 침체기인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소리니까요. 저도 뭐...크로마뇽스,필로우즈나 스트레이트너같은 얼터너티브계부터 루나씨나 라르크같은 탈비주얼 흑복 및 뉴웨이브계, 콘테츠토 문 같은 클래시컬도 다 괜찮게 듣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저만한 파괴력이 있었던 때가 없진 않았었으니 국내 밴드들도 분발하기를 기대해야겠지요.

    덧. 마지막의 아직까지 Visual Kei로 오해받고 있는 어느 메탈 밴드...는 탈비주얼 어쩌고 이전에 실력이 좀 많이...^^;; 차라리 인디즈서 GAUZE까지가 좀더 나았습니다만 과도한 팬덤+ 행동이나 그런 게 문제라더군요. 추모공연서 자해를 하고 원저작자의 허락도 안 받은 카피곡을 내는 등등..
  • Mjuzik 2010/05/12 16:31 #

    낼모레 친구가 일본가는데... 사다달라고 할만한 앨범 두세장만 추천해주세요!!!
    국내에 안들어온게 머가 있을까... @_@
  • 월광토끼 2010/05/13 05:00 #

    음... 그냥 당장 떠오른 것만 말하자면... 9mm Parabellum Bullet의 'Revolutionary'와 The Back Horn의 베스트 앨범인 Best The Back Horn, 그리고 Last Alliance의 'The Sum' 을 추천해봅니다.

    전부 한국에는 발매되지 않은 걸로 압니다.

    일단 제 취향/아는 폭 이 매우 좁기 때문에 ㅎㅎ;
  • Mjuzik 2010/05/17 22:40 #

    감사합니다 다 사버렸어요 (...)
  • 익명 2010/08/22 07:14 # 삭제

    일본 락이 발달했다고들 하는데, 몇몇 들어봐도 별로네요.
    미국,영국락 70년대-최신음악 많이 들었는데 일본락은 영.. 쌍팔년도 느낌..
    도대체 뭐가 좋다는건지.. 원..
    차라리 미국,영국,유럽 락 듣겠어요.
  • 고맙습니다. 2012/09/10 13:50 # 삭제

    이번 발표 주제를 "일본 락과 한국 락의 비교" 로 잡았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 많은 글 정독하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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