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영국령 아프리카에서의 사형집행과 관련하여.

영국이 식민지로 삼았던 아프리카의 수많은 지역들의 지방 정부들은 당연하게도
영국 본토의 보통법Common Law을 따랐는데... 그중에서 인상적인게 법정 최고형, 즉
사형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교수형]



영국법에 따라 사형은 강간범, 살인범에게 해당되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일은
아무리 식민지 흑인에 대해서라도 극히 드물었고, 대부분은 중대한 국사범이 아닌 이상
그냥 징역형에 처해졌지요. 그럼에도 식민지 치안 유지와 본보기를 보인다는 목적 때문에 드물게라도
사형선고는 계속해서 내려졌는데...

문제는 이게 '공개'처형Public Execution이냐 아니면 비공개 처형이냐의 딜레마였던 것입니다.
도덕적 문제의식이 높아지던 영국 본토에서는 1868년에 이미 공개처형 자체가 법으로 금지되었고,
1900년대에 접어들게 되면 식민지들에서도 공개처형을 하지 않고 사형 자체는 조용히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웃기는건 이 비공개성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아프리카 식민지 흑인들은 죄수가 처형되는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당국의 처형 발표를 믿지 못하고
"그들은 도술을 부려서 무사히 빠져나갔다! 그래서 당국이 처형 증거도 보여주지 못한다!"
또는 "하이에나로 변신해서 빠져나갔다!" (-_-) 라는 식의 믿음을 가지고 죄수가 계속 살아있다고 우겼던 것이죠.

그래서 이후부터 식민정부 당국은 사형식에 사형수의 출생지로부터 한 사람을 참관인으로 참가시켜야 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


죄수인권문제가 불거지면서 감옥 안에서의 죄수 편의를 위한 방편도 마련되게 되었습니다.
교도소 내 도서관의 설립이라던가 술과 담배의 배급 등이 그러한 편의제공이었는데,
사형수들에 대한 처우도 이런 선상에서 사형되기 전까지는 교도소에서 어느 정도 혜택을 입으며
일반 죄수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었지요.

사형선고 이후 사형까지는 지금도 그렇듯 긴 시간이 걸렸고, 가끔 사형수들은 일반 죄수들과 섞여 지내면서
교분을 쌓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 사례.

1930년대의 로데시아에서 한 사형수는 사형날짜를 기다리는동안 교도소의 정원사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18개월동안 정원일을 하였고, 그 기간 동안 그 사형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 마음씨 좋은, 다만 정원 관리 솜씨가 좀 형편없을 뿐인 정원사 아저씨" 정도로
인식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정작 그가 사형당하고 난 후에 동료 죄수들은 그 소식을 믿지 않았으며,
누구도 다음 정원사직을 맡으려고 하지 않았지요. "그는 하도 솜씨가 형편없어서 아버지에게 돌아가 정원일을
다시 배우고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사형수의 고뇌의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사형집행은 아주 이른 아침에 행해졌기 때문에 보통
교도소 다른 죄수들이 형 집행을 목격할 일은 없었구요. (어차피 사형수는 잠 못 이루고 밤 지새겠지요)


-_-



(Hynd, Stacey. "Killing the Condemned." Journal of African History, vol 49, no 3, CUP)

덧글

  • 들꽃향기 2009/11/30 08:46 #

    오오 도술을 부려 빠져나갔다...-_-;; 그런데 동향출신 참관인에게 차비라도 준 것인지 ㄷㄷ 보통 다시 식민지 면적 대비 법정 설치수를 생각했을때, 참관인은 꽤 먼 거리를 와야 했을텐데 말이죠 ㄷㄷ
  • 한뫼 2009/11/30 09:33 #

    도술이라... 부적을 달여먹고 주문을 외우면 총에 맞아도 안죽는다 라던 분들이 생각납니다.
  • 터미베어 2009/11/30 10:00 #

    샤머니즘? 아니 에니미즘인가....
    어쨋건 영국정부도 좀 뭐했겠
  • 네비아찌 2009/11/30 10:54 #

    그래도 공개처형의 유혹에 빠지지 않은 영국 식민 당국도 보통은 아니네요. 하긴 그정도 솜씨가 있으니까 지금도 영연방이 유지되고 있는 거겠지요^^;
  • 세실 2009/11/30 11:27 #

    무려 도술인가요... 멋지군요 ㄷㄷㄷ
  • 2009/11/30 11:5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월광토끼 2009/12/01 11:37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 Allenait 2009/11/30 12:08 #

    ...나름대로 묘한 문제군요(...)
  • 효우도 2009/11/30 13:39 # 삭제

    정원사 사형수 이야기는 사형수가 어떤죄를 저지른 것인지 모르니까 미담인지 아닌지 모르겟군요.
  • 델카이저 2009/11/30 13:52 #

    뭔가...

    순수하군요....
  • 명랑이 2009/11/30 22:39 #

    조선태형령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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