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차 백년 전쟁



백년 전쟁은 백년 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쟁을 해서 백년 전쟁이 아니다.
다만 프랑스와 영국이 1330년대부터 1450년대 사이의 시간동안 치른 여러차례의 무력 충돌과 정치적 분쟁들이 하나로 엮어서 "Hundred Year's War" 라고 부를만큼 전쟁이 잦은 시대였을 뿐이다. 또한, 프랑스와 영국 사이의 충돌은 이 백년 전쟁 이전과 이후 시대에도 여러차례 있었던 일이지만, 그런 분쟁들이 백년의 시간 안에 꽉 들어찬 것이 특기할 만하기 때문에 백년 전쟁이라고 명명된 것이다. 백년전쟁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에드워드 왕의 전쟁 - Edwardian War (1337~1360).
- 영국왕 에드워드 3세와 그의 아들 흑태자가 왕위 계승 문제로 프랑스를 상대로 일으킨 전쟁.
크레시 전투, 푸와티에 전투 등 영국의 압도적 선전. 1360년에 휴전 협정 조인.


브레통 승계 전쟁 - Breton War of Succession (1341~1364).

-브리타니 공국의 공작위 계승 문제를 놓고 영국과 프랑스가 각자의 후보들로 치른 대리전.


카스티유/아라곤 전쟁 - (1356~1375), (1366~1369).
-스페인의 카스티유 왕국에서 왕위 문제를 놓고 치뤄진 내전. 이것도 영국과 프랑스의 대리전.
-아라곤 왕국의 내전. 이것도 역시 영국과 프랑스의 대리전이자 원정 전쟁.


캐롤라인 전쟁 Caroline War (1369~1389).
-흑태자에 도발된 프랑스 왕 샤를 5세가 시작한 전쟁. 라 로셸 해전에서 영국 제해권 상실.
흑태자와 샤를 5세 둘 다 병들어 죽고 그 후계자들에 의해 1389년에 휴전 협정 조인.


랭카스터 전쟁 Lancastarian War (1415~1429)
-그 유명한 헨리 5세의 노르망디 상륙으로 시작된 전쟁. 아젱쿠르 전투 등에서 프랑스군 격파.
그러나 헨리 5세의 전승들은 오래 가지 못하고 그 사후 그가 획득했던 이익은 전부 상실됨.
쟌다르크도 등장, 영국의 패배와 그 패배 상태의 고착화 후 서서히 평화가 찾아옴.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백년 전쟁은 한번 있었던 일이 아니다. 두번째 백년 전쟁이 있다.

학자들에 의해 Second Hundred Year's War 라고 명명된 시대가 또 있는데, 일반인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이 시기는 1689년부터 1815년까지, 앞서의 1차 백년전쟁과 비슷한 기간 동안 영국과 프랑스가 사사건건 충돌한 전쟁들로 가득 들어차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 136년 중 오직 가장 마지막의 10년 - 즉 나폴레옹 전쟁에 대해 들어 볼 뿐이다.)



제 2차 백년전쟁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9년 전쟁 Nine Years' War (1688~1697).
-프랑스 왕 루이 14세의 제국 확장 정책과 영국 왕 윌리엄 3세의 아일랜드 확보/프랑스 견제 정책이
충돌하면서 발발한 전쟁. 네덜란드와 벨기에, 그리고 아일랜드에서 주로 전쟁을 치름.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War of the Spanish Succession (1701~1714).
-스페인 왕위 계승 후보를 놓고 유럽 각국의 이해관계가 겹치면서, 동시에 강성한 프랑스를
나머지 나라들이 견제하려는 차원에서 발발한 전쟁. 말보로 공작의 지휘 하에 영국 육군이
프랑스 군을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본토 등지에서 연달아 격파. 다른 전선에서 프랑스군 선전으로
영국과 프랑스 양측 다 내주지도 얻어오지도 못한 상태에서 어정쩡히 끝남.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 War of the Austrian Succession (1742~1748).
-마리아 테레자의 오스트리아 황위 계승 문제를 놓고 프러시아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를 억누르려는
상황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이해관계가 얽혀 발발한 전쟁. 벨기에와 슐레지아 지역이 주 전장이 됨.
애-라 샤뻴 조약으로 '모든 것을 전쟁 전 상태로 되돌림'.


7년 전쟁 Seven Year's War (1756~1763).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이해관계가 얽혀 식민지 확장 문제로 발발한 전쟁.
프랑스가 영국령 미노르카를 공격하면서 유럽까지 전쟁이 확장 됨. 프러시아의 프레드리히 대왕의
중유럽 제압 정책으로 영국-프러시아 동맹 vs 프랑스-오스트리아 동맹 + 여러 나라의 대규모 전쟁으로
확장된, 그때까지는 최대 규모의 전쟁. 북아메리카 전쟁에서 영국의 압도적 승리로 프랑스는 대규모로
식민지 상실, 양국 국고 탕진.


미국 독립 전쟁 American Revolutionary War (1775~1783).
-7년 전쟁의 여파로 인한 독립심 고취와 본국에 대한 불만으로 영국의 북미 식민지들이 반란.
프랑스는 미국과 동맹을 맺고 영국과 전쟁. 프랑스 지원에 힘입은 미국의 승리, 독립.


프랑스 혁명 전쟁 French Revolutionary War (1792~1802).
-미국 독립 전쟁 참가로 국고를 탕진한 프랑스에서 민주주의 혁명 발발, 공화정 성립.
영국을 비롯한 왕정 국가들의 공격과 이에 대응한 신생 프랑스 공화국의 체제 유지 전쟁.


나폴레옹 전쟁 Napoleonic Wars (1803~1815)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 직후부터 유럽을 휩쓴 프랑스의 전쟁. 해전에서 영국의 전승.
영국은 반도 전쟁 Peninsular War (1808~1814)와 백일 천하 (1815) 때 프랑스를 직접 격파.

그 후로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 끝.

21세기가 되도록 영국과 프랑스는 동맹 관계로 남게 된다.



제 2차 백년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원본 백년 전쟁보다 더 징하게, 더 치열하게 양국이 패권을 다투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제 2차 백년 전쟁'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제 2차 백년전쟁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영국 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 동안 프랑스와 영국의 치른 전쟁들은 '낫 퍼스널 이너프'. 즉, 다른 참전국이 너무나 많고, 그 참전국들의 입장 또한 중요하기에 '프랑스와 영국만의 일'이 아닌 '모두의 일'인 것이다. 또한, 각각의 전쟁들이 하나의 '백년 전쟁'이란 개념으로 뭉뚱그리기엔 국제 정세에 끼친 영향이 각각 다르고, 각자 중요도가 너무 높다.

하지만 이 2차 백년 전쟁이란 용어와 그 개념을, 영-불 관계를 거시적 시각에서 보기 위해 알아두어 나쁠 것은 없다.



영불관계의 변화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심도있게 써보고 싶지만, 어디까지나 '나중에'.

덧글

  • asianote 2010/01/19 12:00 #

    제1 차, 제2 차 세계대전 모두 독일이 중심이었다는 말을 하고픈 1인. 영국과는 스케일이 다릅니다.
  • Bluegazer 2010/01/19 12:00 #

    생각해보면 20세기 중반까지 유럽에서 정말 워낙 많은 전쟁이 있다보니 그 중 상대적으로 전쟁 분포가 좀 몰린 100년을 추려서 백년전쟁이라고 하는 것도 좀 웃기는 분류인 것도 같습니다.
  • blizt 2012/12/27 22:15 # 삭제

    굉장히 많습니다. 고대부터 수천년간의 전쟁을 겪은 유럽대륙인데도 불구하고 많은사람들은 왜 정작 이런데에 광범위하게 관심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문화와 예술의나라 유럽?(X)
    전쟁의나라 유럽(O)
  • 미친과학자 2010/01/19 12:25 #

    그렇게 싸웠는데도 서로 안망한거 보면 참 용합니다 그려.....
  • Nosby_Leader 2010/01/19 12:37 #

    저때 영국이 징병제였나요 모병제였나요?
  • 월광토끼 2010/01/19 14:41 #

    언제나 모병제였습니다.
  • 월광토끼 2010/01/19 14:42 #

    '저때'가 '어느' 때를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8세기 해군은 Press gang 이라고 해서 징병을 했습니다.
  • 초효 2010/01/19 15:54 #

    모병제였는데 거의 사기를 치다시피하면서 모았죠. 해군은 그냥 보이는 데로 끌고가고...
  • AyakO 2010/01/20 00:36 #

    그 당시의 해군은 포로로 잡은 적들이나 적의 민간선박 선원들도 자기네 해군으로 밀어넣지 않았었나요;
  • Allenait 2010/01/19 12:38 #

    ..진짜 저렇게 계속 싸우면서도 안망한게 희한합니다
  • Niveus 2010/01/19 13:57 #

    16세기 이후 유럽 전쟁사를 보면 '저놈들 저러니까 망했지'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_-;;;
    하기사 저렇게 전쟁질 할수 있는 원동력이 된 식민지들도 동반으로;;;
  • 2010/01/19 14:3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월광토끼 2010/01/19 14:41 #

    감사합니다. 표현을 좀 잘못 썼군요. 수정했습니다.
  • 소시민 2010/01/19 18:23 #

    그래도 각각의 전쟁이 10 ~ 20년 동안 이어졌으니 당시의 참혹함은 대단했군요...
  • 프티제롬 2010/01/19 20:40 #

    남의 나라 왕의 계승때문에 싸우다니 묘하네요
  • 계원필경 2010/01/19 21:46 #

    그러고보면 유럽에는 전쟁이 워낙 많아서 외우기도 참 힘들 것 같다죠;;;
  • 오제영 2010/01/19 21:47 # 삭제

    서양사에 무지한 사람이 보면 참 재밌는 서양근대사.. (저도 그중 하나지만요)

    대체 무슨 근거로 남의나라 왕위가지고 서로 싸우는가.
    저렇게 피터지게 싸우고도 잘도 안망하네.. 수나라는 전쟁한판 잘못해서 폭싹 망했는데.

    여기에 이 포스팅만으로 느낀점 하나 더는.
    전쟁에서 이긴건 영국이 더 많은데 싸움을 시작한건 프랑스가 더 많은.
    유럽의 다른나라(특히 스페인)은 왜 저리 들러리 역할인가..

    가만, 스페인도 강국이었잖아요!?!?

    참 아리송합니다..
  • 상처자국 2010/01/19 22:17 # 삭제

    1차가 더 유명한건 잔다르크가 모에하기 때문 ' ㅅ'
  • 01410 2010/01/19 23:31 #

    아, 이렇게 모아서 볼 수도 있군요. 개개의 전쟁들은 전부 이런저런 역사 교육용 교재라든가 인문서적에 언급되어서 들어는 봤지만, 제2차 백년 전쟁이란 개념은 흥미롭습니다.
  • Zannah 2010/01/19 23:46 #

    쟤네들은 전쟁을 밥먹듯이 하는 것도 재밌지만 발단들을 보면 참.. -_-
  • 초효 2010/01/20 01:02 #

    아참, 한국전쟁도 60년 이상 계속되고 있습니다...
  • 만슈타인 2010/01/20 10:15 #

    캐롤라인 전쟁 Caroline War (1369~1389).
    -흑태자에 도발된 프랑스 왕 샤를 5세가 시작한 전쟁. 라 로셸 해전에서 영국 제해권 상실.
    흑태자와 샤를 5세 둘 다 병들어 죽고 그 후계자들에 의해 1389년에 휴전 협정 조인.

    흘... 바다의 여왕이라던 영국도 해군에서 왕창 깨진 적이 있군요 ㄷㄷ
  • 네비아찌 2010/01/20 16:45 #

    이렇게 서로 으르렁대던 영-불을 동맹으로 묶어준 독일은 참 대단하군요^^;
  • 2011/07/06 17:1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월광토끼 2011/07/07 14:56 #

    어이구. 위아래 두개가 엉뚱하게 들어가 있었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당장 수정했습니다.
  • 초효 2015/11/20 06:41 # 삭제

    아참. 한국전쟁도 116년 이상 계속되고 있습니다...
  • 만슈타인 2015/11/24 06:40 # 삭제

    캐롤라인 전쟁 Caroline War (1999~ 2000).
    -흑태자에 도발된 프랑스 왕 샤를 6세가 시작한 전쟁. 로셸 해전에서 한국 제해권 상실.
    흑태자와 샤를 6세 여섯 다 병들어 죽고 그 후계자들에 의해 2000년에 휴전 협정 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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