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CIFIC 을 보고 심란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바빴던 관계로 방영시간을 계속 놓치거나 잊어버렸기에 이제사 몰아봤습니다....




2차세계대전을 다룬 영화는 정말 끔찍하게 많습니다. 영화, 게임, 만화, 소설, 역사책, 연극, 정말 모든게 너무나 넘쳐나게 많습니다. 되풀이 되고 되풀이 되는 얘기인데도 매번 새롭고 매번 다릅니다. 끊임없이 재생산된 소재에서 무슨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냐며 2차세계대전 관련 작품들에 진저리를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흔히들 하는 얘기처럼, (어느 포스트-아포칼립스 게임에서 말하듯) 전쟁은 절대로 변하지 않지요. 원시 소부족들끼리의 패싸움에서부터, 우리같은 일반인의 관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한 2차세계대전같은 전쟁까지, 모습과 규모와 사람이 달라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변하지 않는 본질이란 것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분명 전쟁은 같은데 각자가 보는 그 '본질'은 다릅니다.

마치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같습니다. 남녀간의 연애담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재생산되어도 사랑은 매번 새롭습니다. 그것은 인류의 근본적인 주제지만, 그 인류 속의 개개인에게 있어서는 다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랑을 다룬 작품들은 끊임없이 만들어집니다. 전쟁도 사랑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The Pacific도 다른 수많은 전쟁의 묘사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Band of Brothers와도, Saving Private Ryan과도, Letters From Iwo Jima와도 다릅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여러번 보여진 미국 군인이 일본 군인과 싸우며 총을 쏘고 총을 맞고 서로를 죽이는 장면들이지만, 그 모든 것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The Pacific이 지금까지의 다른 전쟁 이야기들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슬픔과 공포입니다. 특히 제가 지금 몰아 본 4화부터 7화에서 그것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분명 흔히 보는 살육의 현장, 작렬하는 포성과 총성과 비명 - '액션씬' - 임에도, 그 장면 하나 하나에는 깊은 비애와 공포의 외침이 담겨 있습니다. 적어도 그게 제가 받아들인 느낌입니다.

펠렐류 섬 비행장을 가로질러 달려가다 하나 하나 살육당하는 미 해병대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제가 달리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거칠어지더군요. 포탄 하나하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공포가 엄습하더군요. 아비규환의 지옥도 속에서 생기를 잃기 시작하는 유진 슬렛지의 슬픈 표정을 보면서, 그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제 눈에도 눈물이 고이덥니다. 제 또래의 청년들이 절규하며, 또는 절규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는 그 광경들. 실제 광경도 아니지만, 실제 벌어졌던 일들의 재현이라는 것이 마음을 짓누릅니다.

전쟁을 다룬 매체는 끝도 없이 많고 저도 그 매체들을 끝도 없이 소비해왔습니다. World At War 같은 잔인한 전쟁게임을 하면서 가상의 방아쇠를 당기며 스릴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새삼스럽게' The Pacific을 보면서 눈물이 나는 이유를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피곤합니다...


덧글

  • yupa 2010/04/30 11:19 #

    중대장 죽었을때 그 슬픔이 모니터 넘어까지 밀려오더군요.
    전쟁 영화 보면서 숫하게 사람 죽어나는거 봤는데 이런 감정은 처음 느껴보는것 같네요. 정말로 그자리에 나도 있는것 같은...

  • 들꽃향기 2010/04/30 11:54 #

    퍼시픽은 이전의 BOB 보다도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포커스가 두드러진 것이 특징인것 같아요..=_=;; 사실 그게 저는 올바른 시점이라고 보지만, 때로는 보는 사람이 그 무게에 못 이겨 힘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ㄷㄷ
  • 2010/04/30 12: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Fedaykin 2010/04/30 13:06 #

    저번에 올린 제작자와의 인터뷰처럼..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타락하는지를 너무 자세히 보여주는거같더군요.
  • dunkbear 2010/04/30 13:14 #

    덕분에 미국에서는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나중에 가면 걸작으로 인정받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 바람뫼 2010/04/30 15:17 #

    저도 비행장 돌격장면에서 오스왈츠가 쓰러지는 장면에서 "아! 쟤는 아까 물 나눠줬던 앤데!" 하면서 안타까웠습니다. 미국에서 제작했으니 100% 균형잡힌 시각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중용을 지키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일본쪽에서도 "제대로 싸운 (구)일본군이 나오는 건 처음 본다"는 평가가 있더라고요.
  • 가엘 2010/04/30 15:30 #

    7화에서 액액대위 죽으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 愚公 2010/04/30 16:09 #

    전쟁을 다룬 매체는 끝도 없이 많고 저도 그 매체들을 끝도 없이 소비해왔습니다. World At War 같은 잔인한 전쟁게임을 하면서 가상의 방아쇠를 당기며 스릴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새삼스럽게' The Pacific을 보면서 눈물이 나는 이유를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 좀 냉소적으로 말하면 그런 매체들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소비자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죠. 우린 반대로 본능적인 감정들을 일부분을 소비하는 것이고요. 그렇더라도 모두 소중한 감정이지요.,
  • Allenait 2010/04/30 19:23 #

    그만큼 사람의 감성을 잘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 울트라김군 2010/04/30 22:09 #

    "이빨 뽑지 마"
    "니들도 다 뽑았잖아,난 왜 안되는데?"

    "죽은지 오래되서 균있어"

    이 장면이 너무나 인상깊더군요.
    한순간 멍하니 보고만 있었습니다.
  • 가엘 2010/04/30 22:16 #

    유진의 분노 시리즈 중 하나죠.
  • 2010/05/01 02:5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leiness 2010/05/01 03:03 #

    릭키가 메인으로 나올 때는 솔직히 좀 그냥 그랬는데 유진이 메인이 되면서부터 마음에 들더군요. 7화는 여러모로 충격이었습니다. 한방에 나름 마음에 들던 두 캐릭터가 죽어나가기도 했구요.
  • 모에시아 총독 2010/05/01 17:04 #

    '전쟁이란 늙은이들이 명령하고 젊은이들이 피를 뿌리는 행위다.'
    예전에 어디선가 보았던 글귀인데 이 상황에 잘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 unknownone 2010/05/03 23:25 #

    8화에서 좋은 해병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는 얘기가 나오자마자...참 안타깝습니다. 패시픽이라는 드라마는 정말 여타 2차대전 미국 드라마 / 영화와는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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