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잡담, 키케로, 백악관




1. 서양의 문화와 사상, 정치 철학의 근원에는 기독교 이전에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있습니다. 물론 키케로 이전에는 그리스인들이 있지만, 키케로 (카토와 함께)의 공화국 보존에 대한 열망과 노력들은 훗날 미국 독립운동의 주역들, 그리고 프랑스 혁명의 사상가들의 행동에 지침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 'Founding Fathers' 멤버들 중 키케로의 명문들을 외우고 있지 않은 이가 몇이나 되었겠습니까. 다들 연설을 하며 스스로가 카틸리나 탄핵을 하는 것처럼 행동했겠지요.

그럼에도 동양권에서는 키케로에 대한 대접이 좋지 않... 은게 아니라 아예 키케로에 대해 모르는군요.


2.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인물의 일대기에 대해 어떤 인간적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그 개인의 행보가 워낙 과감하고 사람을 휘어잡는 힘이 있었기에 그런 역사적 발자취를 남길 정도였던 것이니까. 그런데 아돌프 히틀러에게는 그런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 차이는 어디서 나올까요? 그저 관점의 차일 뿐입니다. 결국 정도와 수단만 다를 뿐, 민주주의를 파괴한 독재자란 점에서는 결국 마찬가지입니다. 그 인간적 매력이 어찌되었든 간에 말입니다. 그래서 전 카이사르에 대한 눈 먼 찬양들을 보면 눈을 찌푸리게 됩니다.


3. 저는 '로마인 이야기'를 읽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1권을 조금 읽다가 논조가 마음에 안들어서 때려 쳤었지요. 그래서 시오노 나나미를 제대로 비판할 수도 없습니다. 전 모르는 얘기니까요. 하지만 그 로마인 이야기를 읽는데 앞으로 시간을 할애하고픈 열망은 별로 생기지 않네요. 그냥 타키투스의 '연대기'나 한 번 더 읽고 말지.

그런데 그 로마인 이야기에서 키케로가 나쁘게 묘사되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화가 치미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이 아줌마가 키케로에 대해 뭘 안다고 지껄여 놓은거지?' 같은 험한 혼잣말도 속으로 하게 됩디다.


4. 그나저나 미국 일반 대중에서는 오늘날 로마 '공화국'은 잊혀진 존재입니다. 로마, 하면 제정 로마를 떠올리고, 로마라는 국가 역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화국으로서의 시기는 그저 '삼두정치'라는 키워드로 압축 될 뿐입니다. 고대 로마에 대해 다루는 대중서들에서 '로마의 역사'라면서도 공화정 로마는 첫 10여페이지에서 끝나버린다고나 할까요? 이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전 이것이 정말 슬프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사람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빛나는 겉포장과 거창한 몰락의 모습인가 봅니다.



5. 잡담이니 로마 말고 다른 얘기도 해 봅시다. 백악관 얘기인데, 정말 지나치게 널리 퍼진 백악관 이름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과 다릅니다. 1812년 전쟁에서 영국군 기동부대가 워싱턴 DC를 불태워 그을린 자국을 가리기 위해 다시 하얀색으로 칠했기에 화이트 하우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는 말이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얘기들을 하는데, 아닙니다. 미국 대통령 관저는 미국 제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임기 말에 완성 되었는데, 애덤스는 몇 달 만 거기서 기거하고 퇴임했지요. 이 때는 이름이 단순히 'Presidential Residence' 또는 'President's House'였습니다만, 이때도 백악관은 하얀 건물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하얗게 칠해진 건물이었다고요. 'White House'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어쨌든 1812년 전쟁 이전의 일입니다. 1800년대 초반에 원래 대중 사이에서는 화이트 하우스라고 불리었던 거지요.


6. 역사 밸리 블로거 중 한 분인 耿君님께서 '좌우명' 얘기를 하신 적이 있는데, 댓글들에도 보면 모두들 동양의 성현들의 말씀들을 귀감으로 삼고 계셨으나 저는 한자를 읽지 못하고 동양의 인물들에 대해 무지하기에, 그에 대한 저의 무지가 좀 부끄러웠던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제가 좌우명으로 삼는 것은... 물론, 블로그 프로필에 걸어놓은 퀸투스 호라티우스 플라쿠스의 시 구절인 'FESTINA LENTE' (느긋하게 서둘러라)도 있지만, 더 중히 여기는 것은 키케로의 말입니다.


NESCIRE AVTEM QVID ANTE QVAM NATVS SIS ACCIDERIT, ID EST SEMPER ESSE PVERVM.
과거(자신이 태어나기 전 일)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은 영원히 아이로 남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기 위해서라도 끊임 없이 과거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ps.

그리고 로마 공화국사 관련해서는 감사하지만 이미 굳이 강변해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이미 길게 썰을 풀어놨었고 말입니다. 아래 장문의 포스트들을 혹시 놓치신 분들은 한번 읽어 보셔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리우스 군제개혁과 로마 공화국의 몰락(2009년 7월 작성)
"오프티마테스와 포풀라레스 - 공화국을 멸망시킨 분열"(2009년 11월 작성)



덧글

  • 초록불 2010/07/06 06:53 #

    단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그건 나만의 이야기겠지요...)
  • 월광토끼 2010/07/06 09:56 #

    ;;전 한자를 못하지요 OTL
  • deokbusin 2010/07/06 08:31 # 삭제

    1,3 합쳐서...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이 우리말로 번역되기 이전이라도 키케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글만 잘쓰는 사람"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이건 그나마도 중등교육과정에서 세계사를 배우니까 알게 되는 것이고, 중등교육과정에서 로마공화정에 대한 자세한 강의는 국영수에 배정되는 시간의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시간덕분에 불가능한게 현실입니다.

    사학과에 가서 서양사를 공부해야 그나마 키케로의 행적을 알게 되었다는게 시오노 이전의 한국지식계의 실태지요.


    서양사 그리고 로마사에 대해서 제대로 안다고 자부하는 관련학계의 교수님들은 시오노를 열심히 비판하고 무시합니다만, 저는 오히려 되묻고 싶더군요. "여러분들은 <로마인 이야기>가 나오기 이전에 제대로 된 서양사와 로마사 책을 내신 적 있으십니까?" 귀국하실때 한번 도서관에 들리셔서 시오노의 책이 나오기 전후의 서양고대사 관련 책의 종수를 검색해 보십시오. 혀를 차신다는데 걸지요^^. 그만큼 시오노의 그 시리즈가 아니었으면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버린 21세기 초반의 한국인들에게 로마사와 서양사에 대한 관심을 대중적으로 불러 일으킨다는 것은 전문적인 연구자가 작성한 개론서-기껏 학점취득용으로나 어울릴려나?- 따위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시오노의 그 "책" 덕분에 로마사 관련 책들이 덤으로 더 팔렸다는 사태마저 있었습니다. 갈리아전기는 시오노가 아니었으면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죠.


    게다가 시오노의 책이 사회지배층의 군사복무를 찬양하고 환기시킨 덕분에, 구성원들이 군사복무를 제대로 안했다고 낙인찍힌 한나라당이 10년간 죽을 쑤고도 모자라 지금도 욕을 먹게끔 만들었습니다(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저로서는 한숨만 나오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이런 것들 만으로도 시오노의 책은 한국에서 "책"으로서의 긍정적인 역할은 충분히 다했다고 봅니다.

    남은 것은 연구자로서의 훈련을 받지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공부한 시오노가 자신의 필력을 가지고 싹으로 틔운 로마사와 서양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연구자로서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 나무로, 숲으로 키워야지요. 이걸 안하고 그냥 시오노만 비판한다면 한국의 서양사학계는 욕설 좀 들어 마땅할 겁니다.
  • 모에시아 총독 2010/07/06 09:01 #

    맞는 말씀입니다. 일단 시오노 나나미가 잘 쓴 'Faction'(저는 로마인 이야기를 팩션으로 봅니다. 원래는 개설서에 가깝지만 말기로 갈 수록 이 아주머니의 없는 것 지어내기, 있는 것 삭제하기가 너무 심해서-_-;;;;;)으로 척박하기 그지없는 우리나라의 서양역사 서적 분야를 살린 것은 맞지요.

    그러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시오노의 저작에서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것만 보고 끝인 거지요. 그러니 로마인 이야기만 보고도 로마사에 통달했다는 사람도 나옵니다. 비극이죠.
  • 엽기당주 2010/07/06 09:20 #

    faction(당파나 도당..)이 아니라 fiction을 말씀하시는게 아닐지..

    그리고 로마인 이야기는 우리에게 로마사라는 주제를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한 요인이긴 합니다만. 그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역사라는것이 어떤 대접을 받고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부터 알아야하지 않을까 싶군요.

    그냥 우리나라에선 역사란 드라마를 쓰기 위한 소재나 가쉽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오노 여사님의 소설로 사람들이 로마사를 접했다는게 우리의 비극이 아닐까 싶군요.

    추가적으로 저는 시오노 여사님을 욕하자고 하는게 아니죠. 시오노 여사님은 아예 서두에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야기'라고요. 역사책이라고 주장한적은 없으니 역사책을 비판하듯이 이야기 하면 곤란할듯 합니다.
  • 월광토끼 2010/07/06 09:59 #

    그 교수님들 중에도 '좋은 대중서를 쓰지 못한 우리 책임도 있다'고 자책하는 분들은 꽤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한국의 서양사학계에서 로마사 쪽에 투신한 분들이 많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철학이나 고전 또는 정치이론 방향에서 접근하는 경우는 많아도..


    그리고 엽기당주님,
    Noun:
    faction (plural factions)
    1. A form of literature, film etc., that treats real people or events as if they were fiction; a mix of fact and fiction


    나나미는 그렇게 밝히나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으니 문제지요.
  • 들꽃향기 2010/07/06 21:58 #

    그러게나 말입니다. ㄷㄷ;; 한때 로마인 이야기에 경도된 제 친구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는 먹물이면서, 또 자존심과 허영은 상당했다는 식으로 알고 있었으니.....ㄷㄷ
  • Mr 스노우 2010/07/06 23:34 #

    로마사뿐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 중세사 모두 척박한게 한국 서양사학계의 현실입니다. 교수님들도 근대사나 현대사를 전공하신 분들이 더 많은게 사실이구요.
  • Niveus 2010/07/06 09:00 #

    학자, 변호사, 철학자로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좀 있지만 좋아하는편이지만 인간적인 매력으로라면 좀(...)
    솔직히 카토-키케로 로 이어지는 공화파의 경우 이상론과 현실론의 갈등을 해결할 수단을 제시하지 못했으니까요. 술라-마리우스-카이사르(마리우스는 사실 덤이지만;;;) 라인으로 이어지는 독재루트는 그런 시대적 현실을 해결할 방책으로 나온 시대적 흐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과두정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고(이미 그라쿠스형제시절에 제도적 한계에 대해서 명확해졌다고 봅니다) 그걸 자체적으로 어찌하기엔 당시 의회는 무능력에 가까웠죠. -_-;;;

    뭐 시오노할머니는 카이사르 빠순이 기질만 좀 커버하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풀어낸 부분이 있으니 그점에 대해서는 평가해줄만하다고 봅니다.
    사실 저 할머니덕분에 우리나라에 로마 관련 서적들이 나와줘서 여러가지 재미있게 보는 책들이 많으니까요 -_-;;;
    (갈리아 전쟁기같은게 완역 나올거라고는 생각도 못할 나라였잖아요? -_-;;;)
  • 위장효과 2010/07/06 09:43 #

    갈리아 전쟁기 완역본은 그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게 문장이 읽기 쉽다고들 하는데 어느 정도 내용이 알려져서-시오노 할매덕에-그런 거 같고 제가 가지고 있던 책하고 비교해보니까 양쪽 다 문장에서 차이는 크게 없는 거 같았습니다.
    다만 로마인 이야기중 몇 안되게 공감한 게 바로 갈리아 전쟁기에 대한 평. 저도 처음 읽을 때 "다짜고짜 "갈리아는 어쩌구저쩌구 나뉘어져있다."라는 첫머리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뒤져보면 의외로 빨리 나온 게 많습니다. 이번에 권당 3만원씩 여섯권으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도 나왔지만 80년대 후반에 기번의 완본과 데릴 손더스의 축약본 모두 까치 출판사에서 출간한 적도 있었고, 비록 일어판 중역본이지만 70년대 후반에 이원수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서 플루타르크 영웅전도 완역출판된 적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로마인 이야기도 어느 모 그룹 총수가 직원들더러 읽으라고 해서 그게 입소문 탄 덕에 유명해졌지 책 자체의 내용만 가지고는 인기를 못 끌었을 겁니다. 그 이전에 나왔던 시오노 할매 책중에 그만큼 팔린 게 없는 걸 봐서도요.
  • Niveus 2010/07/06 09:53 #

    ...있었지만 거진 절판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_-;;;
    보려면 도서관에 가야했죠 -_-;;;
    기번의 물건이야 워낙 메이져했으니 있었다지만 보통 서적들은 거진 다 절판모드였거든요 -_-;;;
    (한번 찍고 그 다음에 안팔리니 안찍었겠죠. -_-a)
    안나왔다 라기보다는 못구했다 가 정확하겠네요 ^^;;;
    그리고 완역본의 존재는 몰랐엇군요. 몇해전 나온걸 보니 '국내 최초 완역!' 이래서 완역 처음인줄 알았습니다.
    (축약본은 도서관에서 봤었지만말이죠 ^^;;;)
  • 월광토끼 2010/07/06 10:01 #

    ;; 제가 태어날 무렵에도 이미 범우문고판으로 나왔고 그 범우 문고판 고전들은 오늘날까지도 계속 남아 있으며 재판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여기엔 갈리아 전기도 포함되고 말입니다.
  • Niveus 2010/07/06 10:37 #

    ...여기선 '속였구나 교보!' 를 외쳐야할 타이밍인듯(...)
    제가 중학교 다니던 당시(90년대말)에 교보에서 찾았을땐 절판이라 없다고 했었거든요.
    덕분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봤던 기억이 있는데 -_-;;;
  • deokbusin 2010/07/06 09:11 # 삭제

    2.
    프랑스 혁명을 주도한 지식인들은 타키투스의 연대기를 읽고 왕정을 부수고 공화정을 만들자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겠다고 국민투표를 실시했을때, 지식인들은 역시 타키투스를 읽고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가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라고 생각하면서 자기자신을 설득했습니다.

    두번째 문단의 글은 모로와의 <프랑스사>에 나오는 것입니다만, 사회가 거세게 변화해가는 현장에서 예전에 읽었던 책의 주요한 사상을 그대로 실천한다는 것은 왠맨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당대의 프랑스 지식인들은 그러한 의지를 가지기에는 공화정 말기의 로마시민들처럼 너무 지쳐 있었습니다. 덤으로 공화정을 유지해야 할 일차적 책임을 지는 원로원은 원로원 자체의 기능개혁은 고사하고 공화정의 기반들을 갉아먹는 짓만 골라서 하고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원로원 공화정 및 그것의 가치"만"을 지키겠다고 나선 키케로와 소 카토에게는 이해도 하고 동정도 할 수 있습니다만, 공감이나 지지를 보내기에는 어렵군요.

    그나마 그들이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가며 설친 덕분-특히 소 카토가 할복자살이라는 유례없는 충격적인 행동을 한 덕분에 "공화정"의 가치는 제정 초기 백여년 동안 지켜질 수 있었고, "통치가 불가능한" 게르만 전사귀족들이 이러한 가치를 자기네 관습과 결합하면서 초보적인 의회제의 관념을 다시 만들어내고 결국 왕권의 약화 및 소멸과 공화정을 부활시킬 수 있었을 겁니다. 그래봤자, 키케로와 소 카토에게 로마공화정 몰락의 책임을 전혀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말입니다.



    덤으로 히틀러의 집권과정에 대해서인데, 히틀러는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에 여러가지 실수를 하는 바람에 1932년 말에 이르면 히틀러도 나치당도 자연소멸될 거라는 예측이 독일내에서는 지배적이었다고 합니다. 사정이 그러했는데도 보수진영의 대응미숙 등과 히틀러 자신의 수완이 겹쳐서 결국 그 다음해 1월 30일에 히틀러는 정권을 잡는데 성공하지요.

    이런걸 보면 히틀러 자신에게도 인간적인 매력이나 뛰어난 수완이 없다고는 할 수가 없고, 카이사르나 나폴레옹이 그러했던 것처럼 국가와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 그 자체가 민주정과 공화정에 대해서 의심을 가지거나 유지하려는 행동에 대해서 지치게 되었을때 자신의 매력과 수완을 총동원해서 독재정을 관철하는데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민주정과 공화정 국가가 독재정 국가로 전환하는 데에는 독재자의 책임보다도 대다수 시민들의 공화정과 민주정을 수호하려는 의지가 붕괴한 것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 겁니다. 특히 20세기 후반기라면 말입니다.

  • 월광토끼 2010/07/06 12:41 #

    그렇게도 볼 수 있군요. 타키투스의 연대기에 대한 이해는 결과적으로 아나키클로시스 이론의 해석에 따른 내용이겠지만.

    키케로와 소 카토는, 특히 소 카토는 현실감각 또는 현실적인 기여가 매우 부족했으나 적어도 그들의 노력 그 자체에서 로마 공화정 멸망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건 좀 잘 이해하기 힘들군요.

    사실 시민들의 피로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 상실은 응당히 모두가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힘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을 경우 그의 시대적 역할 또한 중할 수밖에 없기 마련입니다. 다수의 일반 시민에게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Killing Blow'는 언제나 큰 이름의 개인에게서 오기 마련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 행인1 2010/07/06 09:39 #

    1. '플루타크 영웅전'이란 제목으로 나온 책(아마 발췌 중역본?)도 아니었다면 키케로는 한반도 중,남부에서는 정말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5. 앗, 이런 진실이...
  • asianote 2010/07/06 10:29 #

    1. 뭐 역사에 대해 잘 모르면 키케로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요. 저도 사기는 읽었지만 키케로의 저술을 읽지 않았으니까요.

    2. 그런 점에서 본다면 동양에서는 독재자에 대해 뜻밖에 냉정하지요. 진시황도 그랬고 한무제도 그랬고(사기 기준) 서양 기준의 영웅을 동양 기준으로 가져다 붙이면 아마 폭군 소리 안 듣기 힘들 겁니다.

    3. 나중에 시간 나면 율리우스 카이사르 부분만이라도 읽으심이 가한 줄로 아뢰옵니다. 님이 보시기에 그리 어렵지 않고 비판할 점은 강력하게 비판할 필요가 있을테니까요.

    4. 어차피 역사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저 고리타분한 학문이니까요. 한 고조조차 나중에는 반성했지만 이런 말을 했지요. "나는 말을 타고 천하를 제패했지. 시경, 서경을 읽고 천하를 제패하지 않았다." 기억에 의지해서 정확한 발언을 아닐테지만 대략 이런 뉘앙스였습니다.

    5. 역시 역사 상식이라는 것도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군요.

    6. 뭐 사기 정도는 읽어 두시면 어디가서 동양 역사인물 모른다는 소리는 안 나올 겁니다.
  • 월광토끼 2010/07/06 12:46 #

    2. 그건 사마천이란 인물의 특수한 상황과 사관이 개입하고, 그러한 사마천의 사관을 따른 다른 사가들의 영향이겠지요.

    3. 일단 그 책을 구할 방법이..

    4. 사실 식자는 역사의 격변점에서 아무 역할을 못하는게 부지기수입니다. 그렇지만 지식문화와 교양이 붕괴된 사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몰락한 역사 또한 반복되어 왔던걸 생각한다면. 제왕이 식자여야 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식자 없이는 제왕도 없습니다.

    6. 사기는 읽긴 했는데 하도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안나는군요. 한국에 가면 다시 책꽃이에서 꺼내 읽어봐야겠습니다.
  • Allenait 2010/07/06 10:35 #

    3. ..사실상 국내에서 '로마인 이야기' 는 교양 로마 입문서 비슷한 취급을 받죠.
  • Bolivar 2010/07/06 10:37 # 삭제

    2차 삼두정의 처형이 그를 위인으로 완성시켰죠. 그의 글을 현재에 전할 수 있게 해 준 지인이 있었다는것도 부러운 일이고...
  • 월광토끼 2010/07/06 12:47 #

    그 죽음에서의 당당한 모습도 카토의 그것처럼 전설적으로 남았고...

    아티쿠스와 티로 말씀이시군요. 그나저나 티로에 관해서는 아예 포스트 하나를 준비 중입니다.
  • 곰소문 2010/07/06 10:40 # 삭제

    공감합니다.

    추천 버튼이 없는데 아쉬울 정도네요.
  • 월광토끼 2010/07/06 12:47 #

    감사합니다 ^^;
  • 2010/07/06 10:4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월광토끼 2010/07/06 12:38 #

    전 저 스스로가 my story를 써나갈 사람은 못 된다 생각하기에...
  • Fedaykin 2010/07/06 11:59 #

    히틀러와 나폴레옹, 징기스칸, 카이사르, 알렉산더의 차이는 독재의 피해자가 아직 살아있다는 점 정도일까요... 시간이 지나고, 독일이나 유럽이라는 이름 자체도 무의미해질때가 오면 잘나가던 정복자중 하나로 쳐줄지도 모르지요. 킁.
  • 키엘 2010/07/06 12:13 # 삭제

    로마인 이야기는 14권짜리 '카이사르 연가' 이니까요.
    미국 일반의 로마 공화정에 대한 인식은 스타워즈나 글래디에이터가 대표하지 않을까요?
    스타워즈의 구 공화국->제국 이 로마 공화국->제국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니까요.
    적어도 리들리 스콧이나 조지 루카스는 '제국은 나쁘고 공화국으로 되돌여야 해'를 외쳤고, 대중이 이를 보러갔으니까요
  • Ciel 2010/07/06 12:13 #

    키케로의 유명세는 무엇보다도 카이사르와 함께 그 글이 남아서 라틴어 교재로 쓰인다는 점...이겠지요. 주어 목적어 동사의 어순을 철저하게 유지하는 시저와는 달리 키케로는 문장을 읽을때마다 / 표시를 하는게 고역입니다. 영어 공부하면서 /는 졸업할줄 알았건만... 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

    키케로의 사상 자체는 깊이가 너무 앝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치열한 고민으 했지만 일반론이랄까, 그런 점은 확실히 그런게 좀 있더군요. 다만 그 부분 조차도 높이 평가되는 것은, 카토와 키케로가 그리스의 우수한 학문을 거부하고, 로마의 언어로 로마의 학문을 하려고 했다는 점인듯 합니다.
  • 월광토끼 2010/07/06 12:47 #

    철학에 있어 깊이가 얕다고 비판할 수는 있으나, '우정/노년에 관하여'를 읽다 보면 그 절절한 마음씨에 감동받게 되더군요.
  • leopord 2010/07/06 12:17 #

    로마 공화정을 (근대적인 의미의) 민주주의 혹은 (고대적인 의미의) 민주정으로 볼 수 있을까요? 키케로와 카토가 '로마의 정치체제'인 공화정을 지지하고 '자유'를 갈망했지만, 공화정을 민주주의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고대인이 참주를 거부한 이유는 그가 '비민주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귀족과 평민 모두의 '자유'를 억압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고대의 지혜를 근대에 재현하는 과정에서 변형이 발생했다는 것(정교 분리 등)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월광토끼 2010/07/06 12:37 #

    네, 그에 대해 이미 길게 쓴 적이 있습니다.
    http://kalnaf.egloos.com/2763135
  • leopord 2010/07/06 13:05 #

    잘 읽었습니다.
  • 커티군 2010/07/06 13:32 #

    제가 아는 키케로도 소설 '임페리움'의 키케로밖에 없네요...
  • 일화 2010/07/06 14:34 # 삭제

    글쎄요, 일단 카이사르가 나은 점이라면 상당기간 이어지는 제국의 기초를 닦았다는 점이 있죠.
    그리고 히틀러가 욕을 먹는 이유는 인종청소를 위한 대량학살을 하였다는 점이 있고요.
    나폴레옹이 경탄을 불러 일으키는 점에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문제가 많았던 당시 민주정을 제정으로 바꿨다는 점보다는,
    당시 최신군사이론을 가장 뛰어나게 실천하여 정복활동을 하였다는 점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일반대중의 평가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는 점은 알겠습니다만,
    어느 한 면(게다가 대중들에게 별로 어필하기 힘든 면)만을 들어서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공감하기 힘드네요.
  • .. 2010/07/06 15:29 # 삭제

    각각 어떤 것들을 남겼는가에 있어서는 다른 항목들이 존재하겠지만
    기존의 모든 룰을 깨부수고 독재체제를 향해 달려갔다는 점에선 그놈이 그놈일 뿐.
  • 하이버니안 2010/07/06 22:45 # 삭제

    '로마인 이야기'의 키케로는 미드 ROME의 키케로에서 좋은 점은 다 없애고 나쁜 점만 크게 부풀렸달까요...
  • 수부기 2010/07/23 16:20 #

    그런데 꼭 시오노 나나미 영향이 아니더라도, 로마나 그리스의 '민주주의'란 게 과연 모범으로 삼을 만한 거였는지 묻는 역사학자들도 있던데요. 저는 아직 지식이 부족해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지만 같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반대파 암살이나 부정선거가 많았고, 민회나 원로원은 쪽수 많고 목소리만 크면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동양의 '야만스럽고 창의성을 억누르는 전제 체제'를 깎아내리려고, 서양 사람들이 일부러, 그 때의 정치와 근대 '민주주의'를 억지로 같이 취급해서 쓴 게 아닐까...하는 의문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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