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에 대한 불평

요즘 대학생들은 선생들 위에 서고 싶어하고, 선생들의 가르침에 논리가 아닌 그릇된 생각들로 도전한다. 그들은 강의에는 출석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그들은 무시해도 되는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다. 사랑이니 미신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그들은 그릇된 논리로 자기들 판단에만 의지하려 들며, 자신들이 무지한 영역에 그 잣대를 들이댄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오류의 화신이 된다. 그들은 멍청한 자존심 때문에 자기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창피해한다…
(중략)

그들은 축일에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 대신 친구들과 마을을 쏘다니거나 집에 틀어박혀 글이나 끄적인다. 만약 교회에 가게 되면, 하나님에 대한 공경으로 가는게 아니라 여자애들을 만나러, 또는 잡담이나 나누려고 간다. (중략) 그들은 부모님이나 교단으로부터 받은 학자금을 술집과 연회와 놀이에 흥청망청 써버리며, 그렇게 결국 집에 지식도, 도덕도, 돈도 없이 돌아간다.

-1311년 여름, 알바루스 펠라기우스.-




14세기 스페인 프란체스코회 사제였던 알바루스 펠라기우스Alvarus Pelagius는 동시대의 ‘타락’과 ‘도덕의 상실’등에 대해 비판을 일삼는 아주 건전한 (보수적인) 사제였는데, 그가 남긴 글들 중엔 당시 대학생들에 대한 개탄도 포함되어 있었던 거지요. 여기서 묘사되는 ‘대학생들’의 모습에서 오늘날 현대 대학사회와의 긴밀한 유사성이 … 보이지요?

사실 ‘요즘 젊은 것들은…’하는 류의, 어느 시대에나 있는 불평일 수도 있지만, 점점 기독교 신학과 사제단 중심의 학문으로부터 탈피해가는 대학사회/학계의 모습과 세속적으로 변해가는 중세 후기 신지식인들의 출현을 감지할 수 있는 글이기도 합니다. 펠라기우스 자신도 저 글을 쓰기 불과 10여년 전 볼로냐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한 대학생이었으니 대학생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겠지요. 이런 식으로 점차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갔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ps. 펠라기우스가 수학한 볼로냐 대학(University of Bologna)는 1088년에 설립되었고 현재는 거의 10만명의 학생들이 재학중인 대학입니다.


참고문헌:
Thorndike, Lynn. University records and life in the middle ages.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44. pg. 173~174

핑백

  • 흰용의 레어whtdrgon's Lair : 요즘 대학생들.... 2010-07-13 15:58:13 #

    ... 로부터 받은 학자금을 술집과 연회와 놀이에 흥청망청 써버리며, 그렇게 결국 집에 지식도, 도덕도, 돈도 없이 돌아간다.-1311년 여름, 알바루스 펠라기우스.-출처: 월광토끼님 -> 오유 ->흰둥이집 ... more

덧글

  • dunkbear 2010/07/08 07:04 #

    700년이 지나도 대학생은 여전한 것인가요... ^^;;;
  • 곰돌군 2010/07/08 07:29 #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도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 고 써놨다더니.

    뭐 다 그런것이겠지요
  • 상처자국 2010/07/08 14:42 #

    불변의 진리..
  • hyjoon 2010/07/08 17:05 #

    세대갈등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전통(?)인 것입니다. (응?)
  • 나르디엔 2010/07/11 00:41 #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없다
    너희가 나만큼 커보면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라고 할거다

    불변의 진리..넵
  • 대한민국 친위대 2010/07/08 07:42 #

    아니 도대체 이거 중세시대 대딩입니까 아니면 2010년 대한민국 대딩입니까.....OTL
  • 크핫군 2010/07/08 07:45 # 삭제

    으허허허... 왠지 레알 돋네;;;
  • Lucid 2010/07/08 08:07 #

    무시해도 되는 문제에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는 덕분에 학문세계가 더 발전해 온 것이겠지요. 그런데 볼로냐 대학교 재학생이 꽤 많네요. 서울대가 2만7천명 정도인데.
  • 위장효과 2010/07/08 08:14 #

    10만 재학생이라니...이탈리아에서는 카페에서 "도토레!"하고 부르면 내부 손님 절반 이상이 돌아본다는 말이 생각나버렸습니다.(물론 그게 법이 바뀐 탓도 있다지만)

    인류역사의 모든 것은 수메르에서 시작했죠...(그시절 이미 촌지받는 선생님도 있었으니)
  • 알트아이젠 2010/07/08 08:26 #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군요. ^^;;
  • 터미베어 2010/07/08 08:36 #

    ..근데 저때의 중요한건 신학이려나요...
  • 원심무형류 2010/07/08 08:41 #

    어느 시대든 그 나잇대는 다 비슷한거 같아요 ㅎㅎ 그 사이에서 뛰어난 학생이 되는건 어찌 보면 참 쉬운일인데 잘 하려 하지 않더군요.
  • 행인1 2010/07/08 09:05 #

    700년전 대학생들도 휴일에는.... 친구나 여자 만나러 교회간다는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통용되는군요.
  • 네리아리 2010/07/08 09:28 #

    어어??? 뭐지 이 어느 대학에서나 볼 법한 이 장면은?
  • 네리아리 2010/07/08 09:28 #

    그런데 종교개혁은 그보다 200년 뒤 ㄳㄳ
  • 지나가던과객 2010/07/08 09:38 # 삭제

    이집트때부터 지금까지 '요즘 젊은것들은....'이라고 말하는 건 변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 Allenait 2010/07/08 11:27 #

    ..어느 시대 어느 대학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군요(..)
  • 프랑켄 2010/07/08 12:10 #

    이 글보니 여기 계신 분들도 나이 들면 똑같이 '요즘 것들 버르장머리 드럽게 없네' 소리 할 거 같습니다. 수천년간 그래왔다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극히 높죠 ㅡㅡ
  • rumic71 2010/07/08 14:18 #

    전 벌써 그러고 있습니다...ㅠㅠ
  • 생의실감 2010/07/08 12:31 #

    심지어 "요즘 젊은 것들은 ㅉㅉㅉ "문장은 이집트 벽화에도 써있다고 하던걸요. ㅋㅋㅋㅋ
  • 궁상각치우 2010/07/08 13:09 #

    파피루스 문서에 '요즘 젊은이들은 예의가 없고, 놀기만을 좋아하며 일하려 하지 않아 큰일이다."라고 써있었다는데.. 사실 파피루스라니 벽화라니 이집트가 아니고 메소포타미아라니 너무 썰이 많아서 사실 신빙성은 좀 떨어지죠; 근데 공자시대만 가도 비슷한 말은 나오니 뭐..
  • 궁상각치우 2010/07/08 14:24 #

    처음에 앞부분을 보고 '아니 월광토끼님이 이런 꼰대발언을!'하며 보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었더니 ㅎㅎㅎ
  • 상처자국 2010/07/08 14:43 #

    처음 읽을때 요즘 대학생들 얘긴줄 알았..
    싱크로율 300%(..)
  • 네비아찌 2010/07/08 14:45 #

    700년 전 대학생이나 지금 대학생이나 같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이니 같은 상황에서 같은 행동 패턴을 보이는게 당연하겠지요^^
  • lunic 2010/07/08 17:02 #

    스크롤이 적절히 내려가서 '1311년'이 안 보였는데, 뜨끔했습니다 (.....)
  • 누군가의친구 2010/07/08 20:35 #

    시대를 초월하는군요.ㄷㄷㄷ... 연도와 이미지 파일 없었으면 낚일뻔 했습니다.
  • 잠본이 2010/07/08 22:03 #

    이렇게 역사는 되풀이되고(...)
  • 들꽃향기 2010/07/09 03:21 #

    여자만나러 교회간다는 페턴은 역시나 유구한 전통!
  • 마무리불패신화 2010/07/10 00:00 #

    이렇게 역사는 되풀이되고(2)
  • 2012/04/23 15:3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WeissBlut 2014/06/16 02:51 #

    이 글은 잊을만하면 재인용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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