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건이나 흐름의 배경/원인을 설명할 시 주의할 점

일례로 십자군 전쟁을 들어 봅시다.

전근대 기독교 사회에서야 십자군 전쟁은 당연히 종교전쟁이며 신앙에 의해 행해진 성전으로 받아들여졌지요. 그리고는 이 해석이 나중에는 십자군 전쟁은 모두가 피와 권력에 굶주린 교황에게 놀아난 사람들이 벌인 것.. 으로 달라집니다. 여기서 또 현대적 해석으로는 '십자군 전쟁은 순전히 경제적 이유 때문!' 이라는게 등장하지요. 여기에 가끔 이게 경직된 사회구조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계급 인권 투쟁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것들은 '주류 이론'에 불만을 품고 그 이론에 정 반대되는 해석을 밀다 보니 마치 그 해석 만이 유일한 진리인 것 처럼 설파하는데서 나오는 문제입니다. 그 해석이 '주류'가 되면 또 다른 이론이 나타나게 되고 이건 반복됩니다.

그런데 역사의 어떤 사건도 단 한가지 이유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모든 복합적인 배경과 사건과 요소와 인물과 동기와 등등이 모두 합쳐져 작용하지요.
하물며 십자군 전쟁같이 거대한 내러티브야..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원인과 배경이 모두 복합적으로 전쟁에 영향을 끼친 겁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잊곤 하지요. (사실 저도 가끔..)


다만 그 모든 동기와 배경들을 고려하고도, 그 기존 요건들을 한데 모아 빵! 터트린 '한 방' 요소라는 것도 존재하긴 합니다. 그 한 방 요소는 그 자체만으로 역사의 진행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지만, 기존 여건들이 다 준비를 해 논 상태에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공룡 멸망에는 여러가지 자연 환경적 요소가 겹쳐져 있지만 '운석'이라는 '한 방'이 있었기에 한번에 날아갔던 것처럼. 1차세계대전도, 국제 정세와 미묘한 외교 동맹 관계의 불균형과 각국 사회 정서들이 혼합된 상태에서 페르디난드 대공 암살 이라는 '한 방'이 있었기에 그 끔찍한 학살의 장이 터졌던 것처럼.

[결국 십자군 전쟁도 근본적으로 보면 그 '한방'은 열정적 신앙이었습니다. 경제적 고려보다 우선된.]



여기서 우리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는 '한 방'의 존재를 인정하되, 그 배경 여건들의 복합작용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배우는 것입니다. 그 중 어느 한가지에만 집중해서는 ('대중 교양서'나 '고교 교과서' 처럼 '한 방'에만 집중하는 것이 그 예) 정확한 서사를 끌어낼 수 없지요.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시야로 여러 요소들을 다 고려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은 쉬운데 이렇게 쓰는 저도 정말 그렇게 인지하는 게 어렵네요

덧글

  • gforce 2010/07/16 06:14 #

    정치학은 저런 경향이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회과학 쪽으로 놀다보니, 케이스 스터디든 뭐든 dependent variable을 찾게 되니 말이죠.

    P.S. 책 언제 주실건가염(...)
  • 월광토끼 2010/07/17 15:03 #

    쿨럭쿨럭쿨럭 책은 내일 점심에 시간 되신다면...[..]
  • gforce 2010/07/17 21:18 #

    됩니다. 전화주세요=ㅂ=
  • 알츠마리 2010/07/16 08:36 #

    '한 방'을 촉발원인이라고 하더군요...
  • 월광토끼 2010/07/17 15:03 #

    아하. 적당한 표현이 뭘까 고민했었습니다.
  • 라세엄마 2010/07/16 08:47 #

    이 블로그가 여러가지의 머리에 유익한 지식을 담고 있지만 포토로그 하나로 정체성이 결정나는 것처럼 말이죠 헉헉
  • 월광토끼 2010/07/17 15:03 #

    어이쿠야
  • 엽기당주 2010/07/16 10:04 #

    보다 쉽게 말하자면..

    학자도 사람이다보니 자기가 믿고 싶은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게 마련인거죠.

    예를 들면 유럽의 근대화에서 아랍의 영향이 더 컸는지 혹은 유럽 자체의 역량이 더 크게 작용했는지..뭐 이런 문제겠죠.

    역사적 기재에 대한 취사선택은 학자의 마음이지만 침소봉대가 과해서 포커스를 놓치는 일도 많은게 사실인듯 합니다..
  • 월광토끼 2010/07/17 15:04 #

    그 말씀 대로입니다. 아랍의 영향 얘기는 또 민족주의 계 사학자들이 제국주의의 안티테제로 지나치게 주장하다보니 논지가 사료 이상으로 과하게 나가는 경우기도 하고..
  • Allenait 2010/07/16 10:05 #

    진짜 그 한 방이 꽤 중요한 것 같더군요
  • 월광토끼 2010/07/17 15:04 #

    그러나 과평가해서도 안되지요
  • 모에시아 총독 2010/07/16 13:39 #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촉발원인이 되는 그 한방도 무시할 순 없겠더라구요. 총독도 조지프 테인터 할배의 말을 듣고 한계수익성 악화가 문명의 멸망에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한계수익성이 결여된 문명도 어떻게 버티다가 촉발원인이 터지면서 떨어진 수익성이 그걸 견디지 못해 멸망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 월광토끼 2010/07/17 15:05 #

    말씀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 네리아리 2010/07/16 14:09 #

    매우 미묘하죠. 십자군 전쟁도 교회사적으로 보면 참 미묘한 교리적 성지적 이유가 그 것이었죠.
  • 잠본이 2010/07/16 21:00 #

    낙타에게 등짐을 계속 지우다가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는 시점이 있는데 거기에는 바로 직전에 올려놓은 짐 하나가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나머지 짐들도 무시해서는 안되죠. (돈 까밀로 시리즈에 나온 비유를 약간 확장)

    여러모로 생각해볼 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 월광토끼 2010/07/17 15:06 #

    아주 적절한 비유군요
  • 2010/07/16 23:0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월광토끼 2010/07/17 15:07 #

    르네상스..보다는 그 후 계몽주의시대가 더 말씀하신 것에 가깝지 않을지..
  • 나르디엔 2010/07/16 23:41 #

    2차 세계대전의 한방은 뭐였을가요?....
    왠지 폴란드 침공은 한방치고는 약해보이는...
  • 월광토끼 2010/07/17 15:10 #

    그렇게 치면 좀 의견이 분분해지겠지요. 누구는 1938년 체임벌린과 히틀러의 회담이 그 한방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누구는 또 바르바로사 작전 개시일을 들기도 하고... 그냥 폴란드 침공으로 하는게 제일 적절합니다.
  • 엽기당주 2010/07/18 10:23 #

    2차대전의 한방은 베르사이유 조약과 그 이후에 이어진 패전국처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죠.

    그때 너무 가혹하게만 하지 않았다면 다시 전쟁은 없었을겁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1,2차 세계대전은 서로 연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일단 1차대전 후의 패전국처리, 2차대전 후의 패전국 처리를 비교해보시면 확연히 달라지신것을 알겁니다.

  • Cheese_fry 2010/07/21 07:08 #

    끄덕끄덕. 동감해요. 역사를 보고 싶은대로만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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