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제의 시대에 관한 칼라일의 견해, 그리고 역사를 보는 시각에 관해.


자연스러운 일이긴하지만, 그럼에도 불행히도, 그 시대의 역사는 지나치게 신경쇠약적으로 일반화되어 쓰여졌다. 과장됨으로 가득하며, 배설물과 통곡과, 전반적으로 어둠으로 차 있다. (중략) 우린 그렇게 많은 진실들을 잃었다. (그 시대의 역사에는) 지나치게 어둠이 드리워 있으며 혼란스러움으로 배회하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는 그 시절에도 지금처럼 9월에 태양이 빛났다는 것조차 상상하기 힘들 정도가 된다. 하지만 그 때도 태양이 빛났으며, 농사 짓기에는 아주 나쁜 날씨었을 지언정 날씨도 변했고 사람들이 일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it is unfortunate, though very natural, that the history of this Period has so generally been written in hysterics. Exaggeration abounds, execration, wailing; and on the whole, darkness. (중략) -true shape of many things is lost for us. Darkness too frequently covers, or sheer distraction bewilders. One finds it difficult to imagine that the Sun shone in this September month, as he does in others. Nevertheless it is an indisputable fact that the Sun did shine, and there was weather and work, -nay, as to that, very bad weather for harvest-work!"


Carlyle, Thomas. The French revolution; a history. New York: Modern library. 2002.
Book III, Part I, Ch.1. pg.508



이것이, 로베스피에르의 소위 '단두정' 시대의 역사를 보는 토마스 칼라일의 생각이다. 프랑스 혁명 시대의 그 공포독재 시기는 분명 암울한 폭압의 시대였으나, 세상만사가 그런 폭압으로만 가득찼을 리도 없으며, 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은 살아갔다. 그럼에도 역사의 기록은 그런 암울한 시대상만을 제시하고 있으니, 정말로 진실된 시대상을 보는 것은 힘들게 되었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영국의 역사가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 1795~1881. 1872년경의 초상화]



그러한 토마스 칼라일의 견해와 안타까움은 일리가 있으며, 진정으로 객관적인 역사관 형성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만, 그러한 시대에도 일상사가 있었으며 단두정 폭재 이외에도 많은 역사적 사건들과 흐름들이 진행되었다는 것 그 자체는 부정할 수 없음에도, 그 시대의 전반적인 기조를 '일반화'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프랑스 대혁명 기간 중 코뮨 정치시대가 실제로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 시대였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H. 카는 그의 기념비적 저서 What Is History? 에서 역사학자의 책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History is concerned with the relation between the unique and the general. As a historian, you can no more separate them, or give precedence to one over the other, than you can separate fact and interpretation." (역사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상관관계에 관한 것이다. 역사학자는, 이점에 있어 사실과 그에 대한 해석을 분리할 수 있는 만큼 이상으로 그 보편성과 특수성 어느 한 쪽에 더 중심을 둘 수도 없고, 분리하려 해서도 안된다.)

또 이렇게도 말한다.

"Do not suppose that generalization permits us to construct some vast scheme of history into which specific events must be fitted." (몇몇 특정한 사건들을 무슨 커다란 역사의 흐름인 것처럼 끼워맞추기 위해 일반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지 말라.)

-Carr, Edward Hallett. What is history? New York: Knopf. 1962. pg.82-83


결국,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해석하는데 있어 일반화를 하되, 그 일반적 흐름에서 벗어나는 특수 사례들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 비중을 두고 연구하며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 특수 사례를 통해 보편성의 영역을 뒤엎으려는 오류를 범해서도 안된다. 이는, 중요하긴 해도 어디까지나 '특수 사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혁명사의 대가였던 영국의 역사학자 E.H. 카. Edward Hallett Carr,1892~1982]






덧글

  • 대한민국 친위대 2010/08/06 08:46 #

    처음에 읽고 "뭔 소리지?" 하고 긴가민가 했는데, 결론을 다시 읽어보니까 대충 이렇게 해석해도 되는건지....

    환빠 왈 : "일제강점기가 헬게이트라고? 지X 하넹. 우리 할아버지 하는 말씀이 일본인들 착했다는뎅. 주재소의 헌병은 조선여자하고 로맨틱한 연애를 했다고...."
    대친님 왈 : "뭐 임마! 그게 '일제강점기가 헬게이트가 아니라는 근거'라도 되냐? 환빠야?"
  • The Nerd 2010/08/06 09:45 #

    - 근거가 없으면 과거 생활상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 일제시대 때 한국인이 억압받고 살았다는 근거가 없(다고 쓰고 내가 들은 적이 없다 라고 읽는다)다.

    ->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일제시대 한국인의 생활은 헬오브지옥이 아니었을 것이다.

    조..좋은 삼단논법이다.
  • dunkbear 2010/08/06 08:52 #

    중세시대도 암흑시대라고 불리지만 사람들은 그래도 살아갔겠죠...
  • 네리아리 2010/08/06 09:03 #

    의외로 중세시대도 로망이 있었다죠. (친구집이여서 중세사 자료를 못 구하니 '사례'는 굽신굽신)
  • 신시겔 2010/08/06 10:42 #

    헐. 르네상스로 나아가는 문화적 토대를 마련한 나의 소중한 중세가 암흑시대일리가 없다능. 허얽허얽.
  • Mr 스노우 2010/08/06 12:50 #

    요즘은 적어도 중세 전체를 암흑시대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 월광토끼 2010/08/06 14:27 #

    딱 서기 500~800 이 정도 시기만, 유럽 대륙에서 전란과 혼란이 잦고 문화와 장거리 무역이 붕괴한 시대라는 의미에서 암흑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 dunkbear 2010/08/06 14:43 #

    문화와 장거리 무역이 붕괴한 시대라고 말씀하시니 예전에 올리셨던
    히타이트 문명의 붕괴에 대한 ㅎㄷㄷ;;;한 내용의 글이 생각나네요... ㅜ.ㅜ
  • Allenait 2010/08/06 09:19 #

    하지만 현실에는 사춘기 소년식 논지와 음모론이 판을 치는게.. 문제로군요
  • 검투사 2010/08/06 09:19 #

    19세기말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한 어느 영화에서의 대사가 생각나는군요.
    "우리 어머니는 행복하게 살다가 돌아가신 분이시다. 그분은 세상을 뒤흔든 전쟁같은 소식에 귀를 기울인 적이 없으셨으니까. 아니, 세상 돌아가는 일은 그분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아마 이 말을 한 주인공의 아버지가 귀부인인 미쉘 파이퍼와 눈이 맞고...
    그런데도 주인공의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던 그런 내용이었을 겁니다. -ㅅ-;
  • 행인1 2010/08/06 09:46 #

    특수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끌긴하지만 '특수'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어쩌고하지는 못하죠.(가끔 우기는 족속들이 나와서 문제이지만)
  • 개발부장 2010/08/06 09:54 #

    ...그 인간들 때문에 해 주시는 말이군요;
  • 드로이드 2010/08/06 11:11 #

    개인의 경험은 통계학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문득...ㄱ-
  • 2010/08/06 11: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월광토끼 2010/08/06 14:27 #

    감사합니다. 아마 며칠 전에 추천해 주셔서 안될 겁니다. 누군가 다른 분이 추천해 주시면 되겠지만..^^;;
  • 알츠마리 2010/08/06 12:39 #

    갑자기 왜 이런게 떠오를까요.-_-;

    "군생활이 엿같다고들 하지만 참모총장 빽을 가진 우리 사촌오빠 말을 들어보니 살만 하다던데. 그러니 군생활이 엿같다는 말은 뻥일 거임."

    "뭐임마 다툴래?"
  • Mr 스노우 2010/08/06 12:53 #

    어떠한 시대든지 양면성이 있으며, 그에 따라 개개인의 경험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용하신 자코뱅 독재시대도 개개인의 자유가 억압된 반면 어떻게 보면 평등의 이상에는 가장 근접한 시대였다고 평가할 수도 있으니까요. 잘 읽고갑니다^^
  • 월광토끼 2010/08/06 14:29 #

    감사합니다. 물론 그 평등 이상의 추구가 극단으로 치닫은 나머지 악정으로 변한 것 또한 염두에 둬야겠지요.
  • 의문의사나이 2010/08/06 23:46 #

    이 글을 읽어보니 역사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학문임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치를 따지면 인간을 가장 성숙하게 만드는 학문은 역사인 것 같아요... 한가지 사건 혹은 사물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생각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이게 인간이 바르게 사고하는데 필수적인 것임을 계속해서 인식시켜 주는 듯 합니다.
    사례를 따지자면 조선시대의 여성들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때의 여성이 억압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도 행복했었던 여성들도 분명 있었겠죠.
    노예제도도 마찬가지 일테구요..(이건 좀 오바인가요...)

    항상 눈팅해왔었는데, 언제나 좋은 글들 고맙습니다!
  • 월광토끼 2010/08/07 14:50 #

    말씀하신대로, 시대에도 집안의 재산을 관리하고 가계를 손에 쥐어 떵떵거리는 안주인들도 있었고, 미 남부 노예제 내에서도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은 가노도 있었지요. 그건 어디나 마찬가지인 점입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 들꽃향기 2010/08/07 01:45 #

    몇몇 특정한 사건들을 무슨 커다란 역사의 흐름인 것처럼 끼워맞추기 위해 일반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지 말라

    -> 역사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배우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ㄷㄷ 사실 저는 이 습관을 오래도록 잘 고치지 못해 선생님들께 종종 혼이 났엇지만요 =_=;;
  • 월광토끼 2010/08/07 14:51 #

    그건 저도 그렇습니다. 다만 계속 생각하며 고치려 할 뿐이죠. 그리고, 맥도날드가 나쁘다는 걸 알면서 먹는 것과 모르면서 먹는 것이 다른 것처럼, 자신의 실수를 아는 것이랑 실수를 했다는 것조차도 모르는 것도 다른 법...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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