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 마요르Cato Major의 정신을 본받아..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패전으로 몰아넣고, 제 2차 포에니 전쟁을 로마의 승리로 이끈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말년을 상당히 불운하게 보내야 했습니다. 정치권 내 정적들의 비판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로마를 떠나 지방의 별장에 틀어박혀 죽을 때까지 자연을 벗삼아 소일했습니다. 그에게 가해진 공격들은 대부분 공금횡령과 직권남용, 뇌물수수등의 혐의 때문이었습니다. 그 혐의가 사실이었을까요? 그가 전리품을 지나치게 후하게 병사들에게 분배한 것도 사실이고, 또 그가 전쟁을 이끌면서 막대한 부를 획득한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사실 스키피오는 당대 로마에서 불고 있던 그리스 문화 유행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또 '멋'을 내며 사는 약간 사치스러운 파트리아키의 대표로서 그리스식 우아함과 문학, 예술 등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고, 이런 점들은 로마의 보수주의/근본주의적 사상가들과 정치가들에게 공격받았습니다. '그리스의 타락한 문화로 로마의 고결함을 오염시킨다'는 논지였지요.

한편 스키피오가 그렇게 공격을 받은 것은 로마 공화국 사회의 기본원칙이 작용한 탓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소위 'triumphus'(개선행진)로 상징되는 최고점을 향해 달려가다가도, 그 정점을 찍고 난 '1인자'는 스스로 물러서거나 아니면 모두에 의해 공격받는 그런 사회구조 말입니다. 1인자를 지향하나 1인자를 용인하지 못하는 그런 사회는 로마 공화국 확장의 원동력이자 역동적인 정치체제의 근원이기도 하였으나 동시에 그 경쟁의 '선'을 깨트리고 공익보다 야망을 추구한 자들에게 무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요. 나중에 술라나 카이사르의 예가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자, 그러면 그 스키피오에서 다른 인물로 초점을 맞춰 봅시다. 그렇게, 당시 명실상부한 공화국의 'civis primus'였을 스키피오(大)를 집요하게 비판하고 무너뜨린 사람이자 그리스 문화의 로마 내 확산에 관한 논쟁의 중심에 선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Marcus Porcius Cato, Major(그의 증손자이자 카이사르의 정적이었던 카토와 구분하기 위해 대(大, Major) 카토로 지칭)입니다.

[Marcus Porcius Cato, 'the elder / the wise'. 234 BC ~ 149 BC]


대 카토는 보병으로, 그리고 나중에는 스키피오의 부관으로 제 2차 포에니 전쟁에 참전했으며, 전후에는 재무관, 감찰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집정관직까지 역임합니다. 그런데 그는 사실상 당시 로마에서 '공화국적 가치의 상징'처럼 취급받고 존경받게 됩니다. 성실성과 정직성, 투박하고 거칠며 정제되지 않은 태도와 엄격한 라틴어의 구사. 이러한 것들이 공화국의 창립자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 시절부터 내려오던 진정한 로마 공화국의 가치이자 순수한 로마인의 태도로 여겨졌고, 카토는 그러한 가치를 그대로 몸에 담고 실천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정계에 몸 담기 전까지는 농경에 관심이 지대했는데, 이 때문에 De Agri Cultura(농업에 관해)라는 대표적 저서도 남기지요. 다만 이 저서가 대규모 노예 플랜테이션 농법을 옹호하는 물건이었고, 기원전 2세기 말경 자영농의 몰락과 비지니스형 농업 확장이 이뤄질 때 거의 교과서처럼 읽힌 책이라는게 아이러니입니다. 아무튼, 이 저서를 비롯해 그는 글을 라틴어로 정말 많이 썼는데, 바로 그점도 꽤 중요한 업적 중 하나입니다. 대 카토는 당시 로마 상류사회에서 유행하던 우아한 그리스 예술과 문학, 철학 등등을 거부하고 경멸하며 라틴어로만 읽고 쓰도 말했습니다. 그래서 대 카토는 라틴어 문학의 창시자로도 손꼽힙니다. 그 이전에는 제대로 된 라틴어 서적도 문인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그런 카토의 눈에는 스키피오의 생활과 사상이 공화국에 대한 반역으로까지 비춰졌을 겁니다.

(그나저나, 카토의 증손자 小카토(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 우티켄시스)는 카이사르와 카이사르로 대표되는 포풀라레스 일파를 적대할 적에 자기 증조부의 위명을 스스로도 재현하려 노력했으며 이에 상당히 근접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대 카토는 2차 포에니 전쟁 이후 카르타고에 외교사절로 방문했다가 분명 패전하고 막대한 배상금도 물었을 카르타고가 다시 번영하고 경제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간신히 싸워 이긴 상대가 다시 금방 되살아난다는 인상과 동시에 위협을 느낀 카토는 로마 공화국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카르타고가 아예 완전히 멸망해야 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제 2차 포에니 전쟁 이후의 카르타고의 쇠퇴한 국력이 얼마나 다시 재부흥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는가는 오늘날 알기 힘든 노릇입니다. 제 3차 포에니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다시 로마와 지중해 패권을 다투었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만 대 카토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칸나에 전투 등 이탈리아 반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수많은 로마인의 생명을 앗아갔던 (그래도 그보다는 그 '동맹시'의 시민들이 더 희생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카르타고는 그 죄값을 제대로 치루지 않았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대 카토는 원로원에서 발언할 때마다 전쟁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카르타고를 멸망시키자고.

이때문에 대 카토는 자신이 발언하는, 또는 원로원에서 토의되는 의제와는 무관하더라도, 모든 연설 끝에 카르타고는 멸망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넣었습니다. 오늘날 그 발언들은 짧게 'Carthago delenda est'로 인용되곤 합니다. 원문에 가깝게 하자면 'Ceterum censeo Carthaginem esse delendam'. (덧붙여서, 내 생각에 카르타고는 반드시 망해야 한다) 카토가 정말 이 문장 그대로 말했는지는 모릅니다. 저 문장은 로마 제국 후기 때 역사가들이 역사적 인물들의 연설을 드라마틱한 수사학적 표현으로 장식할 때 만든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 카토가 같은 취지와 감성을 지닌 말들을 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대 카토 사후 1세기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폴리비우스나 그 후 키케로 등이 대 카토가 비슷한 발언을 했음을 적고 있으니까요.

오늘날 카토의 그 문장은 여기저기서 발언자의 확고한 의사표명등에 사용되거나 패러디됩니다.






...그리고 저도 대 카토의 의지표현을 답습해볼까 합니다.

Ceterum autem censeo, historia fictum esse delendam.


historia-fictum : fake history.



당분간은 제 역사 포스팅들 말미에 저 문구를 넣겠습니다.


참조:
Little, Charles E. "The Authenticity and Form of Cato's Saying "Carthago Delenda Est". Classical Journal. 1934. 29 (6): 429-435.

ps. 정식 명칭은 pseudo-history지만 pseudo는 그리스어여서 카토 정신에 위배되기에 ㅎㅎ

덧글

  • 슈타인호프 2010/08/09 09:35 #

    작년에 만들었다가 한번 쓰고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해서 잊어버린 짤방이 확 떠올랐습니다. 저도 그 짤방 부활시키는 걸 고려해 볼까 싶어지는군요^^;
  • 월광토끼 2010/08/10 05:26 #

    어떤 짤방인지 무척 궁금합니다 ㅎㅎ
  • 월광토끼 2010/08/10 05:26 #

    저도 본 적이 있는데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요
  • 슈타인호프 2010/08/10 09:08 #

  • 월광토끼 2010/08/10 15:15 #

    아, 책사풍후의 1차 난동 때의 것인가보군요 ㅎㅎ 전 그 때 역사밸리를 별로 신경쓰지 못해서...
  • Niveus 2010/08/09 09:39 #

    개인적으로 카토의 카르타고 발언의 절반은 선동으로 보이기에 -_-;;;
    카르타고가 아무리 다시 재기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로마도 못지않게 재기했다는걸 생각하면 예전같은 상황은 다시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었죠.
    설령 한니발 2세가 나온다 해도 2차 포에니전쟁 막판 상황 보면 명장 하나에 대한 대처법은 로마도 꽤 익혀놨다고 보입니다. -_-a

    물론 정치가로서, 문학저서등으로는 꽤 높게 평가하지만 비정상정도로 카르타고나 스키피오를 싫어했던건 좀 애매해지더군요. (하지만 스키피오도 잘한건 아니라는게;;;)
  • 월광토끼 2010/08/10 05:27 #

    선동이긴 선동이지요. 본문에도 써 놨지만 카르타고의 회생은 힘든 상태니.

    카토는 다른건 몰라도 수준급의 애국자였습니다.
  • 야스페르츠 2010/08/09 09:39 #

    간단하게 영어식으로는 Hwanppa must be destroyed. 가 되겠군요. ^^
  • 월광토끼 2010/08/10 05:28 #

    물론 단순히 환단고기 추종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 asianote 2010/08/09 09:45 #

    그런데 월광토끼 님은 결코 동아시아 역사를 다루지 않는데 어찌하여 환빠들이 침공을 하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 Marcus878 2010/08/09 10:56 #

    그냥 질투심 아닐까요.
  • 듀란달 2010/08/09 11:52 #

    월광님은 역밸의 메이저 중 한 분이시니, 월광님을 꺾어서 역밸 침략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 마鬼,광人,王팔蛋 이 액밸 침공을 운운한 적이 있었지요.
  • 샤티엘 2010/08/09 12:07 #

    제가 이전 월광토끼님 글에 리플로 계속 단것도 그것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천년원수 초록불님도 있고. 슈타인호프님도 있으며, 을파소님, Shaw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직접적으로 언급이 없던 월광토끼님을 공격 했을까?
    원래 이해 할 수 없는 '이' 이지만 이해 하도록 노력하자면
    서양사에 대한 포스팅을 줄여 동아시아 쪽으로만 역밸이 포스팅이 되도록 유도하며/
    지속적인 욕설로 개념글을 쓰는 것을 접도록 유도/
    인기글&공감이라는 지분을 확보 하는게 목적이 아니엿을까 합니다.
    음모론이겠지만 이것이 제가 '그'를 이해 해볼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Ps1.이후 월광토끼님 블로그든 다른 블로그든 '그'에 대하여 이야기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글을 쓰는 게, 이번이 3번째인가 4번째 이니 슬슬 사람들도 지겨울테니 말입니다.
    Ps2.환빠들?노노 '그'가 아니겠습니까?
  • 알츠마리 2010/08/09 12:12 #

    음...장수를 꺾으려면 말부터?;; 해놓고 보니 좋은 비유는 아니군요.;(누가 말이고 누가 장수란 말인가;;)
  • 월광토끼 2010/08/10 05:27 #

    과대평가 받는 것 같습니다 제가 -_-; 그냥 아무나 눈에 띈 사람 골라 잡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 트윈드릴 2010/08/11 06:37 #

    메이져라서...;;;
  • 계원필경 2010/08/09 10:15 #

    그나저나 '小'카토하고 자꾸 해깔리는 분이라서 말이죠...(...)
  • 월광토끼 2010/08/10 05:28 #

    ;;
  • Allenait 2010/08/09 11:20 #

    Hwanppa must be destroyed.(2)
  • 샤티엘 2010/08/09 12:05 #

    혹시 죄송스러운 이야기지만 로마 이후 저와 비슷한 문장을 수사적인 의미로 쓰는 경우가 있는지 알수 없을까요?
  • leopord 2010/08/09 14:01 #

    라틴어는 아닌 듯하지만 토머스 제퍼슨이 카토의 문구를 인용해 주장을 전개한 게 있습니다.

    "카토는 '카르타고는 섬멸되어야 한다'(Cartago delena est)는 말로 모든 연설을 마쳤다. 마찬가지로 나는 '카운티를 구(wards)로 분할하자'는 권고와 함께 모든 의견을 마무리짓는다"

    한나 아렌트의 『혁명론』에서 인용된 말입니다. http://leopord.egloos.com/4209369
  • 월광토끼 2010/08/10 05:29 #

    한번 모아 봤습니다.

    http://pds18.egloos.com/pds/201008/09/68/e0072368_4c5f7a458a607.jpg

    이 정도면 되겠는지요.
  • 네비아찌 2010/08/09 12:23 #

    어린이용 플루타크 영웅전을 읽었을 때는 카토 이 나쁜 영감탱이! 였고,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꼬장꼬장한 노인네! 하고 생각했는데. 하나의 이념 투쟁이었다고 생각하면 카토의 행동도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 월광토끼 2010/08/10 05:29 #

    결국은 애국심의 발로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요.
  • Mr 스노우 2010/08/09 12:37 #

    ita est!
  • 월광토끼 2010/08/10 05:31 #

    verissime!
  • Wishsong 2010/08/09 13:21 #

    '타임 패트롤'이라는 SF소설에서 시간 범죄자들이 카르타고를 도와 로마를 멸망시킨 역사를 주인공이 바로 잡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제목이 "Delenda Est" 였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나온 이야기였군요^^;
  • 월광토끼 2010/08/10 05:32 #

    그렇겠지요.
  • 아야소피아 2010/08/09 13:49 #

    카토옹 만세~

    저도 저 명언(?) 간간히 인용해야겠습니다 ^^
  • 월광토끼 2010/08/10 05:32 #

    굵고 강렬한..
  • 행인1 2010/08/09 14:11 #

    1.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에서 카토를 그다지 좋게만 서술해주지는 않았습니다. 늙은 노예를 임지에 끌고 갔다가 그냥 현지에 버리고 온 경우나 늙그막에 좀 괴랄하게 결혼한 경우를 들어서 은근히 "이렇게 살면 안된다능!'이라고 쓰더군요.

    2. 카토는 농업 이외에 해상무역에도 손을 대었습니다. 이건 당대에는 꽤나 투기적인 사업이었는데 원로원 의원 신분인 자는 직접 무역업에 손을 댈 수 없어서 자기 해방노예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합니다.

    3. 그렇게나 카르타고를 멸망시키고 싶어했는데 막상 카르타고 멸망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스키피오 가문 사람(아프리카누스의 양자던가)이라는게 개그라면 개그입니다.
  • 월광토끼 2010/08/10 05:35 #

    플루타르코스가 인용했을 리비우스의 서술에 따른 것이지만, 그는 아내를 노예처럼 대하고 애들은 매질로 키웠으며 노예들의 잘못에는 가차없는, 정말 끔찍히 가부장적 마초였다고 합니다. 리비우스는 이를 되려 로마인의 ego 표현으로 생각해서 우호적으로 적은 거지만 -_-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건 아에밀리아누스 스키피오. 피가 이어지지 않은 양자입니다. 그 스스로는 자기 대의 보수파 인사의 대표격이 되지요.
  • 데지코 2010/08/09 14:28 #

    개인적으로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지요
  • 월광토끼 2010/08/10 05:35 #

    뭐 그래도 나름 로마 공화국에 있어서는 애국자..^^;
  • 다스베이더 2010/08/09 23:31 #

    광팔이 덕분에 요즘은 역밸을 들어오기가 싫어져요 아오!
  • 월광토끼 2010/08/10 05:35 #

    그럼에도 재미있는 글들 많습니다.
  • DreamersFleet 2010/08/09 23:59 #

    저기 http://blog.naver.com/hosan62/10003025120 엔 중소토지소유자를 옹호했다고 합니다.
    이 포스트엔 플랜테이션이라고 했는데 상충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저도 찾아보다가 지쳐서 혹시 이에 대해 좀 아시는 바가 있으면 알려주셨음 하네요^^*
  • 월광토끼 2010/08/10 05:37 #

    문장을 좀 더 분명히 적을 걸 그랬군요. 그래서 '아이러니'라 한 것입니다. 그 책은 변화하는 비지니스식 농업에 있어 어떻게 농사를 짓고 노예를 관리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책이기 때문이지요.


    원문도 읽어보면 재미 있습니다. 나름 농사에 대해 잔뼈가 굵은 농부의 지식과 굵직한 품성 같은 것이 느껴지는 글인지라. http://penelope.uchicago.edu/Thayer/E/Roman/Texts/Cato/De_Agricultura/A*.html
  • deokbusin 2010/08/10 07:35 #

    1. 투박하고 정제되지 않은 자세로 살았다고는 하지만, 의외로 꽤나 우아한(?) 말을 남기기도 했지요.

    가령, "세계의 정복자인 여러분들 머리 위에 마누라라는 정복자가 있다"라거나. 대 카토 본인은 로마적인 "가치"를 지키며 살았을 지는 몰라도 결국은 그리스문화의 영향을 자신의 머리 속에서 완전히 배제하진 못했나 봅니다. 저 발언자체는 투박했겠지만, 발언을 만들어내는 머리는 결코 투박하고 세련되지 않았고, 결국 그런 머리를 당대의 로마인이 만들려면 그리스문화의 정수를 학습해야만 했을 테니.


    2. 시오노의 말처럼 카르타고를 박살내서 로마인들이 얻은 것은 "무시무시한 카르타고가 없어진 덕분에 편안하게 잠잘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지니는 영향력-지중해가 로마의 내해가 된 것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업적이긴 했습니다만, 카르타고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없어진 것이 로마공화정의 존속에 일종의 난치병으로 작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군요.

    외부에 강력한 경쟁자가 있음으로 해서 체제가 살아남기 위한 내정개혁 등을 심각한 무리를 일으키지 않고 이룰 수 있다거나 하는 메리트도 있으니까요. 로마 제정이 로마사의 퇴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그 또한 공화정 내부의 문제점을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는 강력한 처방전이라고 보면, 결국 카르타고의 멸방은 공ㅎ로마공화정의 멸망을 예약해버린게 아닐까 합니다.


    3. 그러고 보니 "카르타고는 멸망시켜야 한다"는 의식의 복사판은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의식으로도 써먹을 수 있군요. 일본에게 호되게 당한 한국=로마, 한국을 위협하는 부강한 국력을 자랑하는 일본=카르타고로 등치시키면 딱 들어맞고, 한국사람들이 일본에 대해서 가지는 감정이 대 카토의 해당발언과 비슷하고 보면 그 유사성에 두렵기까지 합니다.

    고백하건대 80년대 말에 카토의 해당 발언을 알아버린 후, 해당발언에서 카르타고를 일본으로 바꾼 문장을 마음 속에 품고 다녔으니까요. 그 출처가 일본인이 쓴 책-'어느 통상국가의 멸망'이었던 것 같습니다-의 번역본이었다는 것이 진정한 개그입니다만.
  • 월광토끼 2010/08/10 15:18 #

    1. 그 발언의 배경이 된게 사실 페미니즘의 역사에서 꽤나 중요한 정치적 사건인지라 ㅎㅎ 나중에 글 써볼까 합니다.

    2. '정신바짝차리게 해줄 라이벌의 부재' 때문에 로마가 몰락해간다는 얘기는 이미 타키투스 때부터 나오던 얘기지요... 어떤 점에선 맞는 말이기도 하고.

    3. 그러고보니 일본은 해운국, 한국은 반도 국가, 꽤 등치되긴 하는군요. 그래서 뭐가 되었든 답안지가 '일본을 공격한다'가 되는겁니까 허허허
  • umberto 2010/08/12 02:08 #

    저 짤방과 어구는 종종 써먹을 곳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니 이미 써먹었군요. 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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