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역사학

매컬리의 영국 명예혁명사나 칼라일의 프랑스 대혁명사,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등 18-19세기의 역사 명저들을 읽다보면 어떤 것에서나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책들 모두 대서사시적 네러티브를 통한 대단히 극적인 역사 서술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오오 폭압적인 제임스 2세의 압제 아래 신음하던 혁명가들이 대동단결하여 윌리엄 공을 초청하였으니...!' 스러운 그 서술 방식 속에서 역사적 인물들은 단순히 과거의 인물이 아닌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가 되고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 일상사가 아닌 '역사'라는 실타래를 만들어나가는 커다란 움직임으로 표현되어지게 된다.

그래서 19세기에는, 20세기 초 까지만 해도 역사서를 읽는 사람들은 많았고 스스로를 교양있다고 여길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역사에 조예가 깊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역사가 재미있으니까. 오늘날 '역사학에 호감을 느끼지만 잘은 알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 흔히 하는 소리가 '역사는 재밌잖아요!'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19세기에라도, 제인 오스틴의 "Northanger Abbey"에 등장하는 캐서린 몰란드같이 역사가 '어찌나 지루하기 짝이 없는지 이건 필시 창작품(must be an invention!)일 것'이라고 내뱉을만큼 역사가 고리타분하게 느껴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과거의 방식인 드라마틱한 에픽 내러티브의 역사 서술이나 사관은 그야말로 경멸되어 마지 않는 종류의 것이 되었다. '인물'에 대한 관심도 어린이 위인전에나 어울리는 것인냥 천대받는 기조가 형성되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이유가 '역사는 재미있는 스토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역사학과 문턱에서 문전박대를 당할 것이다. 몇년 전 출간된 다이안 퍼키스 교수의 영국 내전에 대한 훌륭한 역사서는 서론부에서 '역사 속 개인'에 대한 자신의 지대한 관심에 대해 동료 학자들에게 너무 미워하진 말아달라며 양해까지 구하고 있다.

내가 일전에 포스팅했던 문명4 바바예투 동영상도, 사실은 그 순진무구하고 낙관적인 사관 표현 때문에 현대적 역사학자라면 눈물 흘리며 감동을 느끼는게 아니라 눈 내리깔고 경멸하는 눈초리로 봐야 하는 동영상이다.

이게 다 역사학이 인문학Humanities이 아닌 사회과학Social Science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생긴 일이다. 역사는 더 이상 서사시적 서술이 아닌 가차없는 통계학적 연구를 통해 이뤄지게 되었다. 20세기 중엽의 프랑스 아날 학파같은 학자들은 그 사회과학적 방식을 통한 역사연구라 할지라도 그것을 가히 예술적이고 Eloquent 하며 (이 단어에 대응될 적절한 한국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보이는 논조로 서술하고 설명했으나, 오늘날에는 그런 따뜻함조차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자신의 '색'과 자신이 연구하는 역사의 드라마성을 다 표현하면서 역사를 서술하는 사람은 아마츄어적인 취급을 받는 건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걸까.

정말 슬픈 점은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통한 차겁고 메마른 역사학이 역사학을 더욱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괴리시켰다는데 있다. 역사는 더욱 지루한 것이 되었고 그나마 역사를 좋아한다는 사람들과 '학계'와의 거리도 멀어졌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19세기적 역사학 요소를 지금 21세기에 부분적으로라도 다시 되살릴 수는 없을까. -그리고 역사학계에 들어가려 공부하는 역사학도의 입장에서도, 서사시적이고 극적인 역사 연구와 서술이 더 쉽게 느껴진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이건 역사를 읽는 사람, 쓰는 사람 모두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덧글

  • 평등7-2521 2010/10/08 08:29 #

    저런 이쁜 언니께서 역사학을 가르쳤다면 내가 대학에 와서 경제학을 하고있지는 않을텐데... ㅠㅠㅠㅠ
  • 월광토끼 2010/10/09 08:23 #

    ...저런 이쁜 언니께서 역사학을 가르쳤다면 역사학과가 미어터졌을지도...
  • 시스 2010/10/08 08:30 #

    음. 그러고보니 '영화로 보는 역사'란 수업을 듣는데
    수강동기 이야기하는 몇 분이 모두
    "역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영화는 좋아해서"라고 하더군요.

    역사와 대중과의 간극이 좁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원인을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 월광토끼 2010/10/09 08:24 #

    저는 역사를 좋아하다보니 관련 영화도 좋아하게 되더군요..
  • 이제는 2010/10/08 08:39 # 삭제

    이제는 역사가 재미 없으며 딱딱하다는 걸 인지하지 않는 한 제대로 연구할 수 없는 시대.

    카아가 괜히 그런 말을 했을까.

    그리고 적절한 한국어 어휘가 안 떠오르는 건 너가 어중간한 바이링궐로서 한국어 어휘력이 시망이어서 그런 거고.

    암암.
  • 월광토끼 2010/10/08 08:43 #

    그러면 니가 적절한 단어를 제시하려무나, 짜샤.
  • skyland2 2010/10/08 09:13 #

    나니고레?(이건 뭐야?)
  • 월광토끼 2010/10/09 08:24 #

    싸가지없게 툭 던져놓고서는 답도 안하네? ㅉㅉ
  • BeN_M 2010/10/08 09:02 #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전문가들의 영역에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게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교양이란 개념이 사라지는 시대'에 있어서
    (사람들 교양없다 이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구요, 말 그대로 교양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뭐 그런)
    저러한 변화가 원인이자 결과일수도 있는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에서 사람들이 배워갈 수 있는게 없지 않으니
    널리 알리고 쉽게 필요한 걸 찾아갈 수 있게 하는 작업도 필요한데..
    (근데 이것도 이로인해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어쩌면 사람들 생각 속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고방식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는 걸로 볼 수도 있고..어려운 일입니다.
  • 월광토끼 2010/10/09 08:25 #

    과거의 가치가 더 이상 대접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거겠지요...?
  • skyland2 2010/10/08 09:15 #

    저도 역사를 재미있는 만화로 읽어서 국사점수 75점 이하론 떨어지지 않은 사람입니다. -ㅅ-;;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역사 교육은 전부 외우기 식이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중학교건, 고등학교건 역사는 항상 어느 연도와 사건, 인물 외우기, 선생님 말하는 것 듣기. 그것밖에 없었죠.

    꼭 문제푸는 것처럼 공부하니까 역사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차라리 교과서를 만화로 전부 바꾸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월광토끼 2010/10/09 08:33 #

    ...그건 또 좀 아니지 않을까요;; 물론 단순 암기식 '사실 나열'이라는 것도 역사학에 대한 아주 잘못된 인식이 되는 거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스토리로 풀어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매우 나이브한 방법이 아닐지;
  • 엽기당주 2010/10/08 09:20 #

    일단 역사학이 급이 떨어지는 소설과 학문의 중간쯤에 있다는 인식부터 뜯어고쳐야..
    우리나라에는 이런 분들이 꽤 많은것 같더군요.
    뭐 이공계에서 그런다고 하면 그러려니 하는데 같은 인문계안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더군요.
    그냥 글 내용과는 큰 관련없는 잡설이었습니다..-_-;
  • 월광토끼 2010/10/09 08:26 #

    급이 떨어지는 소설과 학문의 중간...? 대체 그런 엄청나게 무지하고 교양없고 야만적인 소리를 하는 분들이 있단 말입니까!?;;
  • 엽기당주 2010/10/09 09:48 #

    은근히 이야기를 나눠보다보면 인문계중 특히 역사를 무슨 컨텐츠 개발용 부수학문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심지어는 역사학과 교수들 중에도 있더군요.

    이공계생들의 역사학 무시야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고요.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안의 인문계는 거의 고사직전인데도 차별대우 받는다거나 어렵다는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는게 현실이죠. 그냥 사양길에 접어든 학문이라고 이미 결론이 난듯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내의 역사학 발전이란건 요원한 일이죠.

  • 하이버니안 2010/10/08 09:28 # 삭제

    생활사나 미시사는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말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 월광토끼 2010/10/09 08:26 #

    저는 제 개인 취향으로 인해 별로 재미없어 분야지만 말입니다..
  • 夢影 2010/10/08 09:51 #

    이야기체 역사로의 회귀, 이건 신문화사에서 계속 이야기나오는데 실제 한국사 연구계에서는 아직인 거 같아요. 똑같은 연구서라도 '치즈와 구더기', '고양이 대학살'과 국내 연구서를 비교해보면... orz 물론 그들도 그쪽에서는 이덕일 취급을 받...(았을리 없잖아. orz) 또 조선시대나 근대와 관련해서 좀 재밌게 쓰였다 싶은 논문집이나 연구서 보면 국문과의 문학사나 문화사 책이고... 아니면 새로울 거 전혀 없고 고민도 없이 쓰인 듯한 재밋거리뿐... 역사쪽에서도 좀 분발해야 할 듯 싶습니다. 글을 못쓰는 사람들이 절대 아닌데-한국사쪽은 통계치보다는 언제나 글발 말발의 인문학적 소양이 먼저이니 만치- 왜 이렇게 재미없는지.. orz (그전에 졸업논문이나 써야 ㅡ,ㅡ;;)
  • 전직 환빠 Jes 2010/10/08 16:30 #

    미시사나 생활사에 대해서도 발전이 필요할 듯...
  • 월광토끼 2010/10/09 08:37 #

    우리나라 농촌문화사를 돌아봐도 충분히 '마녀와 베난단티의 전투'같은 서적이 나옴직한데... 일단 한국 역사학계는 민족주의적 국가기조로 인해 굉장히 정치적 입장과 연계되는 민감한 부분과 소재가 많기 때문에(특히 근현대사과 고대사 -_-) 더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 Allenait 2010/10/08 09:55 #

    차갑고 메마른 역사학이라.. 그러고 보니 확실히 그런것 같기도 하더군요. 어째 이야기체 역사라는 건 '아마추어' 라던가 '애들용' 같은 인식이 박혀 있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역사는 인문인데 말이죠..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월광토끼 2010/10/09 08:37 #

    인문학적 요소와 사회과학적 요소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 Mr 스노우 2010/10/08 10:57 #

    저도 동감하는 문제입니다. 전공자들은 그런 딱딱한 역사서술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게 어렵지요.
  • 월광토끼 2010/10/09 08:39 #

    헌데, 또 돌이켜보면 제가 언급한 19세기 역사 명저들은 당시 '일반인들'도 좋아했지만 오늘날 '일반인'에게 칼라일의 저서를 내밀면 전혀 재미있어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 2010/10/08 16: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월광토끼 2010/10/09 08:44 #

    말씀하신것처럼 저도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블로깅'을 하다 보니 이런 고민을 계속 하게 되었는데, 인문학적 네러티브와 사회과학적 논증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게 지향점이 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떠오르게 됩니다... 사실 이런 고민은 교수님들께 털어놔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는데 아직 그런 용기가 안생기는군요;
  • ArchDuke 2010/10/08 17:47 #

    그리고 오블리비언...
    그나마 덕분에 장난치는 사람이 줄었겠지만...
  • 월광토끼 2010/10/09 08:46 #

    이O립 같은 사람들 말이죠?
  • ArchDuke 2010/10/09 15:21 #

    ㅇㅇ 그렇죠 환O고기라던가
  • 소시민 2010/10/08 18:50 #

    제대로된 역사 교양서나 철저한 고증을 거친 역사 소설, 영화가 그런 부분을 보완해줄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월광토끼 2010/10/09 08:47 #

    다만 사회 전반에 '고증을 거친다'는 개념 자체가 탑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 '신개념'을 문화매체에 집어넣으려면 대체 어떤 고난과 혁명을 거쳐야 하는지 아뜩하군요 -_-
  • 개발부장 2010/10/08 22:42 #

    로마인 이야기가 교수님들 사이에서는 평가 나쁘다는 것도 이런 현상의 발현일까요?
  • 월광토끼 2010/10/09 08:34 #

    아뇨, 그건 아닙니다. 로마인 이야기는 실제로 수준이 매우 떨어지는 '교양서'일 뿐임에도 학생들이 이걸 '역사서'처럼 받아들이기 때문에 평이 나쁠 수밖에 없는 겁니다.
  • 무르쉬드 2010/10/09 10:26 # 삭제

    역사서가 더이상 창작물 취급되지 않으면서 생긴 현상이죠
  • cryingkid 2010/10/09 17:26 # 삭제

    이미 '내러티브'에 대한 효과와 함정이 문학계-국문학계에서 수다하게 연구되고 있는 마당에
    한국 역사학도들이 그네들의 '문체'에 둔감하다는 것은 새삼 징후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만...
    하지만 역사의 재미가 꼭 내러티브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역사 속의 어떤 개념이 다른 개념으로 설명될 때 느껴지는 전도의 쾌감이 좋아서
    역사 연구를 하게 된 사람이라서요. 그 부분에 아직까지는 확신이 있기도 하구요.

    또 블로깅할 때의 문체를 일기장에서건 블로그에서건 어느 정도 부려놓고 난 이후엔
    좀더 엄밀한 검증이 필요한 학적 글쓰기를 할 때, 실증으로만 거머쥘 수 없는 사고의 전개에
    그런 글들이 도움이 되기도 하더군요. 뭐 대중적 글쓰기와 학적 글쓰기의 역량을
    어떻게 병행해 키워나갈 거냐는 건 제 오랜 화두이기도 합니다.
    목전에 다가온 학위논문이 걱정이군요 ^^;;
  • deokbusin 2010/10/10 08:23 # 삭제

    지적하신 것들은 역사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철학분과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나마 역사학이 문명의 고대시기부터 독립된 학문으로 성립한 덕분에 인문학에서 사회과학으로 전환했다고 해도 학문붕괴의 위기감까지 들 정도로 위태로운 지경인 것은 아닙니다만, 철학-특히 서양철학의 경우 고대 이래로 철학의 일부로 취급되던 것들이 계속 분과현상-문학이나 역사학은 둘째치고, 중세기에 신학이 분리/근세기에 정치학과 경제학이 분리/근대에 사회학이 분리/현대에 와서 심리학이 분리되는 일이 일어나다 보니 지금에 와서는 철학의 존재의의 자체가 도전을 받는 심각한 지경에 까지 이르렀지요.

    결국 현재 서양철학에서 남은 건 철학사와 윤리학 그리고 해석학 정도랄까요, 대중적으로는 역사학 이상으로 가치와 존재의 의의를 상실한 판입니다. 서양철학계에서도 이런 사정을 아주 잘 알기 때문에 현대사회에 있어서 철학의 존재를 재규정하는 작업을 일상적으로 합니다만... 이런 면에서 보면 정치학, 윤리학, 해석학만으로 구성된 덕분에 현대에 있어서 그다지 타격이 없는 동양철학은 서양철학에 비해서 좀 나을려나요? 아니 이 쪽은 동양사회에 밀어닥친 전면적인 서구화로 인해 존재가 말살단계로 들어섰으니...--;;;
  • 로르카 2010/11/04 10:48 #

    영국 역사학계의 발전을 예를 들자면, 역사학이 서사시적 논조에서 소위 말하는 '딱딱한 통계 놀음'으로 변한건 언급하신 인문학->사회 과학으로의 전환이라는 요소도 있지만 (이 전환이 완전한거냐, 아니면 여전히 역사학은 전체적으로 보면 인문학에 속해 있냐라는 것 또한 논쟁의 여지가 큰 담론입니다. 뭐 당장 인문학의 기둥이라 불리는 철학도 라깡주의 같이 半 사회과학적 요소를 깔때기로 들이키고 있는 마당인데요 뭐), 제가 보기에는 역사학 자체가 해당 국가나 개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역할, 즉 national history에서 탈피하면서 생긴 결과라고 봅니다. 당장 대영제국이 붕괴하고, 영국 정부와 국가의 대의 자체가 심각한 회의에 빠져있는데 역사를 통해 "이러이러한 과정을 밞아 우리는 지금의 위대함에 도달하게 되었다"라고 주장하는 휘그 사관이 뭔 쓸모가 있겠습니까? 이 상황에서 역사학이 여전히 옛날 마냥 우리 조상님들의 훌륭한 업적 드립치고 있으면 뭐 그건 학계가 아예 현실을 무시하고 혼자서 떨 피고 주절거리는 것 밖에 안되지요.

    그리고 저 또한 자나 깨나 공화당이 집권하던 민주당이 집권하던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던 똥꼬로 들어가던 역사학은 언제까지나 인문학이라 보는 입장이지만, 소위 말하는 '사회과학화'를 주도한 크리스토퍼 힐, 로렌스 스톤 같은 양반들의 저작은 지금 봐도 솔직히 재미 있어요-_-;;;. 요즘도 데이비드 크레시의 영국 혁명을 다룬 저서들이 보여주듯 소위 말하는 사회 과학적 접근이던 뭐던 여전히 재밌는 물건은 재밌고, 지지리도 글 못 쓰는 냥반들이 쓴 책은 뭔 짓거리를 하던 재미 없습니다. 굳이 방법론적 전환이니 비정치화니 같은 거대 담론을 꺼내지 않아도 당장 대학의 교육 과정 자체가 '전문화' (개인적으로 보면 '쌍놈화'가 더 적절한 단어지만) 되면서 역사학도들에게 당장 제대로 된 필력 훈련 부터 시키지 않은 측면도 있습니다-_-;;;.

    뭔 일이 일어 나던 역사학은 결국 종이 위에 글로 뭔 짓거리든 일을 치루는 학문이고, 그 사실 자체가 변하지 않는 한 역사학의 발전 방향은 무궁무진 합니다. 애초에 현대적 의미에서 역사학 자체가 굉장히 나이가 짦은 학문인 만큼, 이러한 발전 또한 하나의 형성적 경험으로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뭐 원론적으로 역사학이란 학문 자체가 서사시적 내러티브라는 요람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커져버린 이상, 이러한 미래의 발전 방향은 개개인의 역사학자들이 고민 하고 나름의 답을 찾아 나아 갈 수 밖에 없지요. 그리고 당장 역사학자들이 쓰고 출판하고 있는 저작들을 보면 굳이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있지 않아도 역사학자들 본인들이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나름대로 그에 대한 신선한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고찰과 발전을 통해 해결 될 수 있는 내적 요소 보다 당장 역사서들이 서점에서 팔리질 않고, 역사학도들이 대학을 나와 취직을 할 수 없다는 먹고 사는 문제, 즉 외적 문제가 더 시급하다고 느껴집니다 -_-;;;.
  • Lucid 2010/12/03 22:51 #

    자크 라캉과 라캉주의는 제가 아는 한에서는 半 사회과학이 아니라 反 사회과학입니다.
  • 로르카 2010/12/04 07:26 #

    평소 같으면 그냥 막말 하는데 남 얼음집이니 그럴 수도 없고, 또 혹시나 제대로 철학 아는 사람에게 발릴 까봐 일부로 언어 순화를 했는데 동조하는 제 3자의 의견이 있으니 그다지 신중할 필요도 없었나 보군요.

    라깡과 그쪽 소위 포스트모던 뭐시기에는 그다지 관심도 없고 아는바도 없지만 제가 아는 짦은 지식으로는 암만 봐도 사이비 구라로 밖에 안 보입니다. 한때 그쪽 양반들 되도 않은 헛소리 가지고 남의 동네 까지 가서 앵왈앵알 하다가 앨런 소칼한테 시원하게 낚여 쳐발린거 보고 되려 사이비 뻘짓 하는 자칭 인문학자들 버릇 고쳐 주어서 고맙고 내부 단속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다는 감정 마져 들었습죠. 아니 당장 프로이트 이론 자체가 순수하게 학문적인 문맥에서는 이제 기껏해야 '관점 제시'의 측면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은 마당에 그거 물고 도대체 뭘 하는 짓거린가 하는 인상 밖에 안 받았습니다.
  • 소하 2011/02/13 14:20 #

    아무래도 학문의 세분화의 영향이 크겠지요. 또한 스토리적인 구성체계는 구멍난 부분을 추측으로 채워야 하므로, 진실이라는 측면이 약해지는 것도 사실이구요.
    제국주의가 극에 달하면서 역사학이 국가의 도구로 전락했던 것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삼왕국 전쟁사 또는 단순히, 영국 내전사

7년전쟁 북미전역

말보로 공작의 일생

로열 네이비 이야기

이베리아 반도전쟁

라파예트 후작의 일생

영국육군 블랙왓치 부대史


통계 위젯 (화이트)

60126
983
4707576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1417

I Support ROKN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아지캉 최고

9mm Parabellum Bullet

the pillo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