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네이피어 경의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방법

인도의 신드SINDH 지방 (파키스탄)을 정복한 영국 육군 대장 찰스 제임스 네이피어 경Sir Charles Napier. 그는 평생 군인이었지만 의외로 위트있고 지적인 사람이었다. 예를 들자면, 바로 그 신드 지방의 정복 과정 같은 것. 그는 1843년 겨울, 영국에 적대적인 신드 인근의 반란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고 파견되었는데, 그는 지시 받은 것에서 한참 나아가, 반란을 진압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드 전체를 정복, 영국에 복속시켜버렸다. 미아니 전투, 하이데라바드 전투 등에서 대 승리들을 거두고 신드를 굴복시킨 후 그가 그의 상급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PECCAVI. 라틴어로 '나는 죄를 저질렀다'는 뜻이다. 명령불복종이란 죄를 저질렀다 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을 영어로 하면 I Have Sinned. 아이 해브 신드. 신드를 정복했습니다, 라는 뜻으로 읽히는 말장난이기도 하다.




아무튼, 찰스 네이피어 경은 이후 1849년 인도 주둔군 총사령관을 지냈는데, 이 때 그에게 일군의 힌두교도들이 면담을 신청, 불평을 했다고 한다. 무슨 일인고 하니, 서티SATI, 즉 남편이 죽으면 그 과부를 남편의 장례식 때 남편의 시신과 함께 불태우는 풍습이 금지된 것에 항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네이피어 경은 그 인도인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당신들은 과부를 불태우는게 당신네들 전통이라고 얘기하는군. 좋소. 우리에게도 전통풍습이 있소. 우리는, 사람들이 여자를 산채로 불태우면 그 사람들의 목에다가 줄을 묶은 다음에 교수형에 처한다오. 당신네들의 장례용 장작더미를 쌓으시오. 그러면 그 옆에서 내 목공들이 교수대를 지을거요. 당신네들 원하는대로 전통을 따르시오. 그러면 우리도 우리 전통을 따를거요."

(You say that it is your custom to burn widows. Very well. We also have a custom: when men burn a woman alive, we tie a rope around their necks and we hang them. Build your funeral pyre; beside it, my carpenters will build a gallows. You may follow your custom. And then we will follow ours)


내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를 쳤을 것이다.



ps. 찰스 네이피어 경은 그 외에 좀 문제될 만한 발언도 많이 하였고 오늘날 '수꼴 블로거'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말도 많이 했다. 그런 그와 그의 신드 정복에 대해서도 글을 써 볼 생각이지만 그것은 나중으로 미루겠다.

덧글

  • 계원필경 2011/01/12 09:42 #

    언어유희가 참 아름답군요!... (+ 로마인들이 어린아이를 재물로 삼는 바알신을 배척한 것과 좀 겹쳐보이는 거 같기도 합니다...)
  • 위장효과 2011/01/12 09:57 #

    영국인들의 유머감각이란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남다른데가 있습니다^^.
  • 네리아리 2011/01/12 10:01 #

    역시 기행의 나라 영국...(농담입니다.)
  • 까마귀옹 2011/01/12 10:06 #

    역시 영길리의 블랙 유머란..(먼 산)

    지금도 무분별한 문화 상대주의적 관점 깔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논법이 저것이죠. 특정 개인, 집단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폭력도 문화로서 '존중'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런데 이럴 때 항상은 아니더라도 자주 나오는 말이 "서구적(혹은 현대적?) 도덕 잣대로 보지 말라능! 이건 우리 나름의 도덕적 행위라능!"이란 거.
  • 월광토끼 2011/01/13 06:16 #

    물론 다원주의는 소중합니다만 '보편적 인륜 가치'라는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 Allenait 2011/01/12 10:31 #

    역시 영길리의 블랙 유머는 대단해요.

  • 초록불 2011/01/12 10:34 #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생각나는군요.
  • 월광토끼 2011/01/13 06:19 #

    포그씨가 아우다와 만나는 과정을 말씀하시는 거지요?
  • 행인1 2011/01/12 10:36 #

    역시 대영제국 신사답습니다.(응?)
  • 데르수 2011/01/12 11:02 #

    캬. 이런 건 메모해둬야 함!
  • ArchDuke 2011/01/12 12:44 #

    재밌네요
  • windxellos 2011/01/12 12:45 #

    찰즈 네이피어. 웰링턴과 더불어 '자조론'에서 은근히 자주 등장하는 그 사람이로군요.
    그 책에서 이상적인 인물의 전범 중 하나로 묘사된 웰링턴과 더불어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률이나 정서에 꽤나 잘 부합되는 인물이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지나가던과객 2011/01/12 12:54 # 삭제

    그러니깐 "너희들은 우리 지배를 받으니 우리 법을 안 지키면 혼난다"로 해석할 수 있군요.
  • DC_덱스터 2011/01/12 14:59 # 삭제

    그런 문제를 떠나서 과부를 남편시신과 함께 태우는거 자체는 문제있는거 아님?
  • 월광토끼 2011/01/13 06:17 #

    덱스터님 말씀대로.
  • 네비아찌 2011/01/12 14:09 #

    멋진 장군님이군요^^
  • 萬古獨龍 2011/01/12 15:30 #

    사티에 관한 블랙유머의 출처가 찰스 네이피어 경이로군요. 몰랐던 사실을 습득!

    사실 문화상대주의는 악용할 경우 약도없고 답도 없는 상황이 벌어지지요.

  • 월광토끼 2011/01/13 06:22 #

    물론 문화상대주의적 관점도 필요하고 유익합니다만... 보편적 가치로 보았을 때 악하다고 판단되는 것이 있을 때, 그건 멈춰야 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 조이 2011/01/12 19:15 # 삭제

    정말 멋진 답변이네요. 위에서 나온 인도인들처럼 자신들의 악습을 문화상대주의로 옹호하려는 경우가 많아서 큰일입니다. 문화상대주의를 다룰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것 같아요.
  • 월광토끼 2011/01/13 06:22 #

    정말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 엽기당주 2011/01/12 20:31 #

    그 지방과 민족의 문화는 지켜줘야한다는 식의 접근이 아직도 좀 있나보군요.

    그런식이면 식인도 민족전통문화라면 존중해줘야하는게 아닐지..

    암튼 블랙유머 쩌는군요.
  • 월광토끼 2011/01/13 06:27 #

    이 글이 문화상대주의나 다원주의적 접근방식을 아예 배제하자는 글로 읽히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정말 저 서티 같은 악한 풍습들은 없어져야 하며, 또한 없애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지요.

    식인의 경우 동남아-오세아니아 일대에 지금도 계속 식인을 하는 부족들이 있다고 합니다. 식인부족들이 사는 섬 이웃 섬에서 왔다고 하는 학생을 만나 본 적이 있는데.. 먹으려고 죽이지는 않아도 누가 죽게되면 꼭 먹더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려주더군요.
  • 엽기당주 2011/01/14 11:15 #

    네 저도 월광토끼님의 글이 문화적 상대주의나 다원주의를 완전부정하자는 뜻으로 보진 않습니다. 보편적 도덕률이란게 어느정도까지 정당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특히 이글루스에서는 갑론을박 논의(라고 쓰고 욕설이 오간다)가 되고 있습니다만...

    아래 골드핑거님 말씀하신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 ...... 2011/01/13 02:04 # 삭제

    저님 천재.
  • 인형사 2011/01/13 15:07 #

    한 집안에 여자는 불타 죽고 남자는 목 매달려 죽으니 한 가족이 전멸하겠군요. 그럼 임자 없어진 땅을 낼름 집어삼키면 되겠군요.
  • 골드핑거 2011/01/13 22:09 #

    굉장한 블랙유머군요. 학교 철학시간에 교수님이 '문화의 다양성은 인정해야하지만 만일 그 문화가 보편적 가치(생명의 중요성 같은 것 말이죠)를 침해한다면 그 문화는 어떤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해주신 말씀이 떠오르네요
  • 월광토끼 2011/01/15 09:06 #

    그 교수님 말씀이 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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