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 미국 개봉, 평론가 평들



내가 한국에서 가장 좋게 봤던 한국산 전쟁영화가 엇그제 미국에서도 개봉했다길래 평들을 한번 찾아봤다. 호평이라기보다는 어중간한 평들이 대부분인데, 그래도 혹독한 비판보다는 '뭐 이 정도면 중간 이상은 되는 듯' 정도의 평들이 많이 보인다는 점에서 위안이 되려나? 로튼 토마토에서 수집한 여러 평론들의 종합평균점수는 55%.

대부분 전투 장면들이 아주 잔인하고 현실적이어서 좋았다고 칭찬하고, 또 '한국전쟁이 사실은 한국인들끼리 벌인 내전이었다는 점과 남북한인들 사이의 끊을 수 없는 인연이 고지에 파묻힌 보급상자 이야기를 통해 상징화 되었다' 는 점을 칭찬하고 있다. 여기서, 많은 리뷰어들, 즉 미국인들의 한국전쟁 인식을 볼 수 있는데, 미국인들에게 있어 한국전쟁에서 '한국군'의 존재는 인지되지조차 못하고 순전히 미군이 치른 전쟁으로 기억되고 있다보니까 '아 그렇지 그 전쟁에서는 한국인들도 싸웠었지?' 하는 '깨달음'이 '신선'하게 다가가는 듯 하다. 그래서 '미국인이 안나와서 좋았다' 는 언급도 자주 나오는 거고. 그 외에도 전쟁영화 특유의 마초이즘의 배제, 국가와 무능한 상부에 대한 냉엄한 시선 등도 호평을 받았다.

아무튼, 좋은 점은 그걸로 끝이고, 나름 호평을 한 평론가들도 언급하면서 비판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멜로 드라마'와 '소영웅주의', '캐릭터성'.

캐릭터성 부분은 악어중대의 구성원들이 전부 할리우드 클리셰 적인, 전형적 '전쟁영화 부대 구성'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욕을 먹었다. 전쟁이 미쳐서 약 빠는 캐릭터, 실전에 처음 투입되어서 벌벌 떠는 어린애 캐릭터, 무능한 중대장 캐릭터, 농담 따먹기 하면서 부대의 든든한 맏형 노릇 하는 캐릭터 ... 뭐 이런 구성 말이다. -다만 내 생각에는 이런 '캐릭터 성'은 정말 전쟁영화에서는 뭐 어찌 할 수 없는 구성이기에 굳이 그 전형성에 토를 달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가장 비판 받은 부분은 멜로 드라마. 고지전이 나름 한국 영화 특유의 멜로 드라마를 배제한 아주 특출난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평론가들은 그나마도 멜로 드라마고 유치하다고 비판했다. 바로 '팔을 잃은 전쟁 고아' 얘기와 '북한군 여자 저격수' 부분. 뉴욕 타임즈의 영화 평론가 스티븐 홀든은 줄곧 호평 일색이다가 마지막에 가서 멜로 드라마 얘기를 하며 '마지막 장면을 그렇게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 참전 군인들처럼 지쳐버리게 하는 각본을 가진 영화에서, 멜로 드라마는 전혀 불필요한 것이였다'고 일침을 놓는다. LA 타임즈의 글렌 윕은 그 멜로 드라마 때문에 고지전은 볼 가치가 별로 없는 영화, 라고까지 혹평을 했다. ("The Front Line" a war movie not quite worth engaging.)

관객 평은 어떨련가 모르겠다. 평론가 계층과는 달리 영화에서 글자 읽기조차 싫어하는 미국 대중들의 환영을 받아 상업적으로 흥행할 가능성은 전무하고, 그나마 '전쟁'이라던지 '제3세계' 이런거에 관심 가지는 극소수의 계층이 극장가서 고지전을 볼 텐데, 그 중에 몇 퍼센트가 호평을 던질까 궁금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지전이 한국에서 만든 전쟁영화들 중 가장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역시 미국인의 눈에는 '기준' 미달이었을려나.

평론 십여개를 찾아 봤지만 그 중 두 개만 링크해 놓는다. 지금까지 나온 평론들 대부분이 한 두 문단짜리 짤막한 단평들이고, 그나마 길게 정식으로 비평한건 아래 두개였기 때문이다. '메이져' 언론사들에서 평이 더 나오려나 모르겠다.

An uneven war film from South Korea (LA Times)
Two Koreas, at War but Closely Entwined (NY Times)

덧글

  • 셔먼 2012/01/22 15:04 #

    소영웅주의는 비판할 거리가 있다손 쳐도 멜로드라마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극중에서 차태경이 남성과 정면으로 조우한 적이 거의 없거니와, 플래그를 세웠다고 볼 만한 장면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강은표가 차태경에게 초콜릿을 건네주는 장면을 그것이라고 생각한 듯한데, 이 장면은 다양한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어서 플래그를 세웠다고 보기에는 좀 애매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 월광토끼 2012/01/22 15:07 #

    아뇨, 그 '멜로 드라마' 라는게

    The only woman is a merciless North Korean sniper who has stalked the Alligator Company, killing 30 soldiers, and has acquired a demonic mystique. Her nearly mute presence is one of several glaringly false notes.

    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만약 서로 사랑하는 장면 뭐 그런거까지 나오고 그랬으면 아마 80점 줄 점수가 40점으로 떨어졌으리라 짐작 할 수 있죠 ㅎㅎㅎㅎㅎㅎ
  • gforce 2012/01/22 15:09 #

    mel·o·dra·ma

    1.
    a dramatic form that does not observe the laws of cause and effect and that exaggerates emotion and emphasizes plot or action at the expense of characterization.
    2.
    melodramatic behavior or events.
    3.
    (in the 17th, 18th, and early 19th centuries) a romantic dramatic composition with music interspersed.

    원래 "멜로드라마"는 연애하고는 관련이 없습니다.
  • 월광토끼 2012/01/22 15:10 #

    다만 한국식의 멜로 드라마는 반드시! 사랑 얘기와 남녀애정비사가 있어야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셔먼 2012/01/22 15:11 #

    gforce//멜로드라마가 그런 의미를 포괄하고 있었군요.;;
  • 셔먼 2012/01/22 15:11 #

    월광토끼//요즘은 그 클리셰를 너무 우려먹은 나머지 퇴폐적으로 변해버렸죠.
  • 밤비 밥셔틀 2012/01/23 02:08 #

    한국말로 하자면, 연애드라마가 아니라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센티멘탈한....논리전 전개보다는 감정을 자극하는데에 치중하는 드라마 ..정도가 적당한 설명이려나요? 한국이나 남미권 등등에 이런 정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런단점이 배제된 드라마가 "하얀거탑"..이었던거 같고요. 한국사회는 전반적으로 지나친 감정의 과잉을 줄이면 더 발전할겁니다.
  • 셔먼 2012/01/23 10:47 #

    밤비 밥셔틀//확실히 감정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드라마가 많기는 하죠.
  • 울트라김군 2012/01/22 15:06 #

    여자 저격수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Aㅏ 마이웨이...ㅠㅠ
  • 월광토끼 2012/01/22 15:09 #

    뭐 전 사실 그 여자 저격수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고지전 수준의 묘사라면 전 충분히 납득 가능하고. 소련군에서도 여자 저격수들이 엄청나게 많았던걸 생각하면 그럴 듯 하기도 하고.


    그런데 마이웨이는....


    아마 평론의 대상조차 못되고 사라질지도 낄낄
  • 셔먼 2012/01/22 15:13 #

    월광토끼//마이웨이는 그냥 흑역사죠. ㄲㄲㄲ
  • KITUS 2012/01/22 16:42 #

    쩝... 저랑 아버지랑 고지전, 마이웨이 모두 극장에서 다 봤습니다만..
    아버지는 고지전을 굉장히 좋게 보고 전 마이웨이를 좋게 봤었어요..

    그런데 다들 마이웨이를 다 까시니... 저만 뭐 된 셈..ㅠㅠ

    사실 일본군 똘끼짓과 웅장함은 좋았거든요...ㅠㅠ 물론 전 고지전이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건 아닙니다^^ 역시 좋게 봤습니다.
    의외로 신하균씨가 끝까지 사는 영화 작품인듯;;; (대부분 죽잖아요..ㅠㅠ)
  • KAZAMA 2012/01/22 16:55 #

    한국 전쟁은 포가튼 워 니까.......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요.
  • 언논 2012/01/22 17:06 #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고지전 영화내용이 아프간이나 이라크전이 연상되지 않을까요?
    정말 지겹도록 계속되는 전쟁이라는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으니까요.
  • Cicero 2012/01/22 17:07 #

    나름 괜찮은 작품이었지만 다소 억지적인 클리셰도 적잖았죠. 마지막 전투 직전 피아가 함께 부르는 전선가곡은 아무리봐도 너무 억지감동의 느낌이 강하더군요.
  • 노는역III 2012/01/22 17:25 #

    전투장면과 무능한 상부에 대한 비판등은 괜찮았습니다만...

    한국은 왜 그리도 전쟁영화에 '여성 캐릭터'를 꼭 집어넣는걸까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나 아벤고 공수군단등의 고전부터 최신작인 태극기나 고지전까지)

    마초이즘에 쩔은 놈이라고 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만, 전쟁영화면 말 그대로 전투상황과 병사개개인들의 상황묘사에 주력해야지 왜 꼭 그렇게 남녀캐릭터의 연애질과 신파극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전쟁터에 여자가 돌아다닌다는것도 영 아니다 싶고, 참전용사분들의 수기를 봐도 전장에서 여자에 관한 얘기는 거의 없는데 말입니다.

    차라리 전쟁고아에 대한 연출을 집어넣던지 전투상황에 더 집중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아마 2012/01/22 18:05 # 삭제

    장훈감독이 상업적인 장치로 여성관객들도 감정이입할수있도록 넣었다는 해석이있더군요. 정말 이 영화의 최악의 오점-_-;;
  • 초록불 2012/01/22 17:47 #

    <람보>가 상영 했을 때, 이 영화에 여자가 몇 명 나오는가가 인구에 회자되었던 생각이 나는군요. 여자가 안 나오는 영화가 있다...라고 해서 화제였으니까요.
  • 오기영 2012/01/22 18:02 # 삭제

    '실제참전 군인들처럼 지쳐버리게하는 각본' 에서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도 보고난 다음에 그 씁슬함이 이삼일정도 이어지더라구요. 물론 진짜 참전하신분들만하겠습니까만은...저도 언제든 고지전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ㅠㅠ
  • 00 2012/01/22 18:17 # 삭제

    근데 다만

    그 빗대어 표현한 것은 엘에이 타임즈 입장에선 님과는
    다른 의도, 특히 정반대 의도로 쓴거 같은데요

    '관객을 탈력상태로 만드는 허접한 각본' 의 의미로.
  • 00 2012/01/22 18:18 # 삭제

    '영화에 관객이 한껏 이입할 수 있도록 잘 짜인 각본' 이라는 님 해석하곤 다르게요
  • 지나가다 2012/01/23 00:39 # 삭제

    These blips of melodrama are unnecessary in a movie that reserves its final sickening wallop for a grueling half-hour that leaves you as emotionally battered as the soldiers are forced to return to hell for one last senseless round.

    각본 완성도 얘기가 아니고 마지막 전투장면의 치열함을 얘기하는거 같습니다.
  • 지나가다 2012/01/23 00:41 # 삭제

    엘에이 타임즈 x
    뉴욕 타임즈 o
  • 마법시대 2012/01/22 20:30 #

    처음에 예쁘장한 여자 저격수 나왔을때 아 이건 또 뭐야~
    했었는데 결국 그 캐릭터의 결말까지 보니 잘 절제해놓은것 같아서 마음에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고지전이 정말 제 취향에 맞았는지 아니면 감수성이 예민해졌는지[...] 퀼 이후로 오랜만에 보면서 훌쩍거린 영화였습니다.
    아 그래도 훈훈하게 끝나네... 하면서 안도하는 순간 뒤통수를 갈겨 버리는 전개도 꽤 좋았고...
    마지막에 북한군 장교와 나누던 대화도 꽤 인상 깊었음.
  • 로오나 2012/01/22 20:37 #

    그래도 나쁘지 않은 평이 나오는군요. 관객평이야... 기본적으로 소규모 개봉 선에서 끝날테니.
  • 차원이동자 2012/01/22 20:58 #

    우리나라는 진짜 연애때문에 원 스토리 꼬아놓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도 그렇고 말이죠...
  • 동사서독 2012/01/22 21:18 #

    작가가 공동경비구역 JSA 작가이다보니까 공동경비구역에서 초코파이 나눠먹는 남북한 군인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했지요. 공동경비구역 JSA와 연계되어 감상한 미국 관객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 모노리스 무전병 2012/01/22 22:06 #

    연애가 모든것의 문제입니다.(응?)
  • band 2012/01/22 22:10 # 삭제

    80년대 TV문학관이나 전우의 작가들이 차라리 났다고 생각날때가 많습니다.

    쓸데없는 어깨힘이 빠진..그런 영상을 좀 봐야는대...고지전도 예외는 아니더군요.-;-.

  • 누군가의친구 2012/01/23 01:20 #

    그러저나 마이웨이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놀랄 필요가 없을듯 합니다.ㄲ
  • 피쉬 2012/01/23 14:25 #

    순간 고자전으로 오독했습니다
  • Warfare Archaeology 2012/01/24 15:04 #

    아하...고지전이 또 멜로때문에 혹평을 받았군요. 쯧쯧쯧~
  • df 2012/01/31 18:14 # 삭제

    맞습니다. 2초로 나온 여자저격수 역할은 순전히 관객들 몰입도 방해와 스토리 혼선이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2초가 언급되길래 2초라는 신비스런 적과 한국군 분대의 대결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주인공과의 어이없는 플래그 설정은 완전 벙찌게 만들죠.

    라일구에서 분대원한명이 프랑스 여자와 사랑에 빠져서 전투중에 그여자 구하러갔다 죽으면 그게 진짜 눈물나는 순애보가 될까요.

    전 고지전에 90점 줄걸 저 2초라는 여자땜에 40점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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