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를 휩쓰는 중요한 영화들

-중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네 편으로, 다음과 같다.

[Lincoln] (스티브 스필버그)

[Django Unchained] (쿠엔틴 타란티노)

[Zero Dark Thirty] (캐서린 비글로우)

[Argo] (벤 애플렉)












영화를 직접 보지 않더라도, 영화의 시놉시스, 그 감독과 배우들, 예고편 동영상들, 수많은 저명한 비평가들의 평론들을 다 보면서 종합해 봐도 저 네 편이 정말 진정 기대해봄직한 대작들일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매우 유감스럽게도 다들 한국에서는 개봉하지 않았다. 2012년도 한참 지난, 2013년의 봄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개봉할 예정이 잡혀있을 뿐이다. 아르고 하나만 개봉했고, 순식간에 묻혔다. 미국에서 명화라고 호들갑을 떨며 칭송해 마지 않는 작품들이 다 한국에서는 개봉하지 않았다.

한국에 '동시개봉'을 한다거나 최소한 같은 달 안에 개봉하는 해외영화들은 '블록버스터'(들 중에서도 대개 작품으로써의 가치는 없는)에 국한되어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가끔 받게 되는데, 그것도 그것대로 기분 나쁜 일이다. 상도 받고 주목도 받고 하니까 뒤늦게서야 '아카데미 특수'의 이름을 달고 들어오게 되는건 재미가 없다. 당장이라도 Take My Money!를 외치고 싶어도 돈을 내밀 대상이 없다. 이런 제길!

물론, 그 작품들이 한국에서 개봉이 늦어지거나 흥행이 실패하는 건 작품성 차원의 이야기 이전에 그것들이 정말 '미국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크게 보아 전자의 두개는 '미국의 흑인 노예제'를 주제로 하고 있고, 후자의 두개는 '미 정보부의 對중동 활약'을 주제로 하고 있으니, 그것이 가장 가깝게, 또 의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다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도 미국인들일 것이다.

어쨌든 그 영화들에 대해 약간 이야기를 해보자.

[링컨]과 [쟝고]는 같은 시대,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극과 극으로 대비된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링컨]은 스필버그 특유의 선굵으면서도 희망찬 기조가 들어간 '역사 영화' 답게, 실제 역사대로, 국회에서 합법적으로 노예제를 끝장내고 새 세상으로의 길을 여는 사람을 다루며 사회 정의구현의 서사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미화 일변으로 흐르지 않고, 여지껏 종종 '위엄이 넘치는 위대한 선인'의 이미지로 묘사되어왔던 링컨이 아닌, -등 굽고 다리 꼬고 썰렁하고 안웃긴 농담을 일삼으며 맥아리 없이 미약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링컨의 '진짜' 모습이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통해 드러난다. 그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적인 매력과 고뇌와 정치현실이 보는 이를 자연스레 매료시킨다. 링컨의 전기 영화지만 그의 일생이 아닌 그 생애의 마지막 3개월을 묘사할 뿐인데, 그럼으로써 더욱 링컨의 인간성과 영웅성이라는 서로 모순된 가치를 버무려 빛내준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선 [쟝고]는 거침없이 타부를 건드리고 원초적인 폭력을 통한 흥분을 선사하는데 능한 타란티노가 당시 미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찔러대고 있다. 사극 '링컨'이 다루는 시기로부터 6년 전을 다루는 이 '시대극'은 미화할래야 미화할 수 없는 잔혹하고 인권유린적인 노예제의 참상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그토록 지금까지 할리우드가 미화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남부'의 이미지를 슬렛지해머로 내려쳐 짖이기듯 그려내 관객 앞에 던져놓는다. 거기에서 나아가, 카리스마 넘치는 전 노예가 복수를 위해 돌아와 그 노예제의 가해자들을 마치 히틀러와 나찌를 죽이듯 아무런 죄책감 없이 무자비하게 아작을 내 참살하는 모습에서 '함무라비식 정의구현'을 통한 카타르시스와 희열을 끓어오르게 한다. 비웃듯이 중간 중간 흘려넣는 블랙 휴머와 코미디는 양념이다.

백인이 설득하고 토론하고 지도하여 의회를 통해 노예제 폐지를 이뤄내는 '이성'의 줄거리와, 흑인이 쏘고 찌르고 터트려서 노예제의 가해자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복수'의 줄거리, 어느 쪽이든 대단히 흥미롭다. 비록 이젠 흑인이 국가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있음에도 아직까지도 150년 전의 Douchebaggery를 깨끗이 씻어내지 못한 미국의 현실에서 이 두 영화는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임에 틀림없다.


한편 [아르고]와 [ZDT]도 서로 재미나게 대비되기는 마찬가지다. 하나는 1979년 이란에서의 CIA 요원 활약 성공담, 다른 하나는 2011년 파키스탄에서의 CIA 요원 활약 성공담이다. 그러나 전자는 사람의 목숨을, 그것도 비폭력적으로, 구해내며 그 감사인사도 받을 수 없었던 이에 대한 이야기다. 후자는 사람의 목숨을 물리적인 폭력으로 끝장내어 수많은 미국인들의 감사를 받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 둘 다 미국에 있어서 축포를 터트릴 경사였다. 그리고 어느 쪽이던 많은 이들이 잠을 설쳐가며 머리를 쥐어뜯으며 일궈낸, 그리고 긴박하기 짝이 없고 서스펜스로 가득한 과정을 거쳐서 이뤄진 일들이었다. 두 영화 모두 그 과정을 정확히 잡아내고 풀어낸다.

주연배우이자 동시에 감독인 애플렉은 길지 않은 경력임에도 이미 마이클 만 식의 로망스 이야기를 [더 타운]으로 그려내어 그 능력을 명확히 입증해낸 사람이다. 비글로우는 [K 19]와 [허트 로커]로 남성적인 감수성의 선 굵은 작품들을 선보이며 이미 영예를 누리고 있는 사람이다. 매우 다른 사람들이지만 두 사람이 [아르고]와 [ZDT]에서 CIA를 다루는 방식은 어딘가 닮아있다. '영웅'이 아닌 '사람'을 보여주면서, 그 사람들이 발버둥치며 해낸 일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을 통해 점잖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물론 이건 정말로 '미국'적인 이야기이기에, 그 모호하지만 어디에든 존재하는 '미국'이라는 개념에 반감을 가진 이는 이 영화들을 안타깝게도 공감하거나 appreciate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깝지만, 그런 감수성 차원의 이야기를 떠나서 봐도 이 작품들은 명화의 반열에 아무런 무리 없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들이 한국에서 어서 빨리 개봉하기를 (이미 개봉했던 아르고 빼고), 그리고 또 많은 이들이 보고 느낄 수 있기를 바라기에 이렇게 포스팅을 한다. 나는 그 작품들에 내 돈을 들이밀고 싶다. 기다리다 몸이 달아 해적질을 했더라도, 나중에라도 직접 봄으로써 보상을 해줘야 할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다.



덧글

  • 무명자 2013/01/17 15:13 #

    쟝고는...... 디카프리오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히 보증이 되지 않았나..

    링컨은.......ㅋㅋㅋㅋㅋ 그냥 봐야죠. 뱀파이어 헌터 링컨도 아니고 그 "링컨"인데.
  • K I T V S 2013/01/17 15:13 #

    제가 본 영화는 아르고 밖에 없군요... 그리고 링컨은 '뱀파이어 헌터'인줄 알았습니다;;
    정작 우리나라에선 개봉도 안한 거 같네요;;
  • 셔먼 2013/01/17 15:17 #

    타란티노 감독의 쟝고.....
  • 학상 2013/01/17 15:36 # 삭제

    여기서 봤는데 '링컨'은 참으로 명작입니다.
    말이 필요없지요. 다니엘 선생은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스크린에 '링컨을 연기하는 선생'이 아니라 '링컨'을 들고 왔더군요.
  • 듀얼콜렉터 2013/01/17 16:30 #

    쟝고는 티란티노식의 뒤틀기가 가득찬 영화더군요, 좋은 의미로 말이죠, 전 재밌게 봤지만 아카데미에서는 별로 좋게 평하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아르고도 정말 재밌게 봤는데 감독상도 오르지 못하고 좀 놀라웠죠.
  • 터미베어 2013/01/17 17:32 #

    ZDT만 봤네요.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게봤고..괜찮은 다큐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2013/01/17 21:4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1/17 22:0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1/17 22:1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1/17 22:2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1/18 08:0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남선북마 2013/01/17 23:16 #

    당연히 아르고만 봤네요. 우연히 골라보고나서 범상치않다고 느꼈는데 역시..ㅎㅎ 다른 영화도 빨리 개봉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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