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지 않는 세상

한번 돈주고 게임 패키지를 사 보겠습니다. 포장을 뜯었습니다. 이제 이 게임 CD는 제껍니다. 제 마음대로 지웠다 깔았다 할 수 있는 겁니다. 게임 CD를 사서 내가 하고 즐기고 스크래치 없이 보관만 잘 하면 언제든 생각날 때 다시 할 수 있는.

그런데 게임을 사는게 아니라 그 게임의 서비스를 내가 '대여'한다는 개념은 나로썬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었다. 난 어렸을 때부터도 '온라인 게임'이란 것에 굉장히 적대적인 태도도 보였었다. 이후 뭔가 대세에 순응하듯 마지못해 와우도 했었고 그 외 온라인 게임도 몇 개 손 대봤었는데....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지금 하고 있는 블레이드 앤 소울도 사실 엔씨가 운영 망쳐먹는걸 볼 때마다 '앞으로 하다하다 엔씨가 완전히 말아먹어서 아예 서비스 종료하는 날이 오면 내 캐릭터 룩덕룩덕하며 하악거리던 것도 그저 스샷의 역사로만 남고 다시 돌아갈 수 없겠지, 하며 우울해진다.

이젠 게임 업계가 통째로 온라인 게임이던 아니던 그걸 강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난 온라인 DRM을 강요하는 싱글 플레이어 중심 게임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내가 스팀으로 산 게임들은 그나마 처음 설치해서 최초 실행에만 온라인 접속을 요구한다. 많은 게임들은 오프라인 상태일지라도 최초 실행도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게임을 구매해 다운받아 쓰는 방식이지만 내 컴퓨터에 들어온 이후부턴 DRM에 신경 꺼도 된다.

하지만 앞으로 업계가 예외 없이 통째로 상시 온라인 같은 걸 요구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라이브로 접속해 친구들과 게임을 함께 즐기세요!' 따위의 광고문구 난 필요없다. 나 혼자 게임하면 어째서 안되는건데?

'니가 해적이 아니고 집이 있고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으면 온라인 DRM이 있던 없던 뭔상관?' 이라고 반문 할 수도 있겠지. 물론 난 게임 사서하는 사람이다. 스팀이 그 '사서 하는' 과정을 아주아주 손쉽게 만들어줘서 더욱 소위 '정돌이'가 될 수 있었고.

하지만 난 그 온라인 DRM이라는 개념 바로 그 자체가 그냥 불쾌한거다.
또 하나의 판옵티콘 구조물이 내 삶에 침투해 들어오는 것 같아 기분 더럽다.


이미 우리 사회 전체가 국가의 생명관리권력 확보를 시작으로 모두가 판옵티콘적 감시사회가 되어 있는건 잘 알고있다. 누군가 권력자가 억압을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감시를 하는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무의식적으로 감시하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여, 인간이 '데이터'화 되어 항상 체제에 '연결'되어 있는 그런 체제.

그렇지만 게임을 할 때에까지 그걸 자각하고 싶진 않다. 미셸 푸코가 옳았음을 게임 하면서까지 의식하게 되고 싶지 않단 말이다. 게임을 할 때라면 난 간섭없이 자유롭고 싶다. 노트북 들고 여기저기 왔다갔다, 락이 걸려있지 않은 Wifi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도 최신 게임을 할 자유를 원한다.

그래서 게임 업계가 그 방향으로 완전히 간다는 신호를 발광할 때마다 난 심사가 뒤틀린다.
어쌔신즈 크리드, 디아블로 3, 뉴 심시티,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의 XBOX ONE 같은 것 말이다.
어쌔신즈 크리드, 디아블로 3, 뉴 심시티 등에는 에이 재수없어 퉤퉤 난 안한다 하고 말았지만

근미래에 그런 케이스가 보편화되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아무튼 XBOX ONE에 관련된 기사나 정보들을 볼 때마다 정말 역겨워진다. 난 PC 게이머인데, 콘솔기 이야기에 왜 신경쓰냐고? 아니, 모든건 다 연관되어 있다. 이대로 놔두면 싱글 플레이가 존재하는 게임은 어쨌건 온라인 DRM을 요구하면서도 콘솔용으로만 나오고, PC 게임은 오로지 온라인 게임으로만 나오는 그런 멋진 신세계가 올 수 있다.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의 주인공 '존'은 공장처럼 인간이 부품으로 생산되고 다뤄지는 그 타락의 디스토피아를 경험하고 절망해 목메달아 자살해버린다.

and I... I'd rather not brave such a new world.



이미 유사한 이야기를 포스팅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지만 XBOX ONE 관련 정보들을 보고 암울해져 또 한다.




[Adam "I didn't ask for this" Jensen]처럼 강제로 Augment 당하는건 사절이다.

덧글

  • 토나이투 2013/05/24 21:14 #

    어쩌면 그런 기술의 진보가 온라인 게임에 빠진 사람들을 보드게임이나 미니어처 워게임으로 돌아오게 만드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구입한 컨턴츠(모델)을 직접 제작(도색, 컨버젼)하여 직접 운용(게임)을 하면서 결국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소비와 소유'가 아니라 '재미'라는 것을 알게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Ezdragon 2013/05/24 21:27 #

    정말 동감입니다. 가끔 문제가 있어서 인터넷 연결이 자유롭지 않을 때 게임이라도 힐까 해서 FM을 실행시키려고 하면 스팀에 연결이 안된다고 실행이 안되곤 하는데 멀쩡하게 패키지로 구입했고 컴퓨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게 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싶어서 빡치죠.
  • 크랰킹 2013/05/24 21:40 #

    ㅋㅋ 이미 디아3때부터 모든게 끝난거 같았음요
  • narue 2013/05/24 21:45 #

    공감합니다. 저도 지금 이 상황 정말 싫네요. 중간에 쓰신 말에서 특히 공감이 심했습니다. 전 그저 남하고 게임하는거 싫고 제가 뭘 하던지 위에 온라인이니 뭐니 창 띄우기도 싫고 그냥 혼자서 하고 싶은데. 중고로 팔 생각 없으니까 제발 좀 날 그만 내버려둬! 라는 기분입니다.
  • 센프 2013/05/24 22:10 #

    저도 공감합니다. 그래서 제가 20세기 게임에 더 목을 매게 됐는지도 모르겠네요.
  • KAZAMA 2013/05/24 22:26 #

    문제는..............저게 엑박의 이야기로 끝나면 좋겠지만 PS4도 실현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게 더............................
  • 흑태자 2013/05/24 22:27 #

    저도 게임을 대여하는 요즘 방식이 많이 거슬리더군요

    cd사서 책장에 모아두고 좋아하는 닝겐이라(....)
  • 늅실러 2013/05/24 22:37 #

  • Allenait 2013/05/24 23:14 #

    다시금 패키지 시대가 오는걸까요.
  • 行雲流水 2013/05/24 23:17 #

    복돌이들은 크랙 깔아서 편하게 게임하는데 정작 정품 산 사람들은 엿먹는 상황(ㄱ-).
  • 크레이토스 2013/05/24 23:26 #

    태생적으로 온라인 게임하고는 전혀 맞지가 않다보니 공감할 수 밖에 없군요.
    온라인 게임은 서비스 종료하면 내가 거기서 무엇을 했든 기록도 전적도 전부 이 세상에서 없어지고 반드시 남들하고 교류를 해야한다는거 자체가 매우 맘에 안 들었습니다.
    콘솔 게임은 적어도 그런 걱정도 없고 영구 소유가 가능해서 콘솔 게임만 했던거였거만...
  • PFN 2013/05/25 00:25 #

    정말 미친것 같아요

    유비소프트 같은 경우는 복돌이가 더 하기 편하기까지하죠

    저런 인증방식의 경우 회사 망하거나 슬쩍 인증서버 중단하면 게임을 뺏기게 되는데

    정품 질러도 복돌판을 확보해야 영구 소유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옴
  • JOSH 2013/05/25 02:10 #

    게다가 이건 뭐 ....
    키넥트가 당신의 방을 감시합니다.... 도 아니고.. 가 아닌거 같은데!!!

    Welcome overlord~
    Welcome bigbrother~
  • 버서크 나이트 2013/05/25 02:10 #

    그래픽과 DRM(/한국에선 캐쉬도배)만 신경쓴다고 게임 자체의 재미가 극도로 떨어지는 문제도 어떻게 좀...
  • 알퐁스4세 2013/05/25 02:48 #

    게임업계와 복돌이 싸움에 정품구매자만 죽어나가는 거죠.
  • 레이트 2013/05/25 03:19 #

    이번 발표내용에 장점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분명히 생산하는 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장점이며 게이머들에게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훨씬 많은 내용입니다. 아직 초기라서 후에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 상업적인 측면만 강화시킨 내용을 그대로 전개했다가는 또다른 아타리 쇼크가 일어날 거라고 봅니다.(장단점을 따지기 이전에 게임을 무엇 때문에 구입하고 소비하는지를 생각한다면 그 행위에 제약을 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레이트 2013/05/25 03:20 #

    솔직히 이번 발표를 보고 과연 헤일로5가 얼마나 팔릴까 기대중입니다.(반어법입니다.)
  • 대공 2013/05/25 03:57 #

    엄청 귀찮지 말입니다. PC의 경우 포멧한번하면 다시 깔아야 되는데 어쩔.....
  • teese 2013/05/25 04:13 #

    회사는 저희 새대의 유저보다는 5년10년뒤에 올 새로운 유저를 (길들이기)위한 시대를 준비하는거겠죠...
    게임 페키지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요구도 없을테니까요;
  • 아야카 2013/05/25 05:01 #

    개인적으로 모바일게임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탑승 모드라도 켰다간 안되는 게임이 정말 수두룩하죠.
    탭소닉에서 오프라인모드 추가 해줬을 때 기뻐했던게 아직도 생생하네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는것에 기뻐해야하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참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 gforce 2013/05/25 05:02 #

    근데 원래 서비스를 대여한다는 개념은 언제나 그래왔음. 집행할 기술이 없어서 냅뒀던 거지. 저렇게 해서 중고 시장이라도 때려잡지 않으면 니나 나나 좋아하는 하드코어 게임은 제작비만 점점 불어나서 답이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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