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UC (유니콘)의 완결과 우주세기에 대한 단상




[기동전사 건담 UC]의 1화를 처음 봤을 때는 그 화면에 완전히 압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세련되면서도 무게감 있고 박진감 넘치던 모빌슈트들의 전투장면과, 작곡가 사와노 히로유키의 웅장하고 감정적인 음악이 맞물리면서, 유니콘 건담이 치솟는 화염 속에서 서서히 몸을 일으키던 클라이맥스의 장면에 다다렀을 때는 이미 전신의 털이 쭈뼛 곤두서는 지경이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우주세기'의 역사와 이야기와 인물들을 알고 [역습의 샤아]를 본 입장에서는 그 우주세기 saga의 후속담을 본다는 사실 자체에서 오는 흥분은 덤이었다.

1화에서 느꼈던 그 감동은 기대했던 대로 매 화마다 이어졌다. 2010년부터 쭈욱, 한 편 한 편이 극장판 애니메이션 급이었던 [건담UC]는 역대 건담 관련 작품들 중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최종화인 7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더스트리얼7 콜로니 앞에서 벌어지는 소테츠키측 지온계 모빌슈트들과 넬 아가마 함의 함재기들 간의 격전에서는 입을 민망히 벌린 채 넋을 잃었고, 크샤트리아 리페어드 기에 빔 라이플 탄이 직격하는 순간에는 어금니를 꽉 다물고 감내했으며, 모든 것이 다 끝나고 엔딩 크레딧에 Aimer의 격정적 노래 'StarRingChild'가 흐를 때는 나도 모르게 울컥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분위기에 쉬이 휩쓸리지 않는 이라면 아무리 팬이라도, 그 최종화에서 냉정히 비판할 부분들을 한가득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분위기에 흠뻑 젖었다가도 머리를 식히고 나서 다시 돌이켜 보니,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단순히 안젤로 자우퍼란 인물의 배경 설명이 생략되었다던가 '감히' 샤아, 아무로, 라아라 등을 '건드리'는 '신성모독'을 범했다던가 하는 류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개연성과 당위성, 그리고 인물들의 행동 이유등이 최종화의 여러 묘사로 인해 상당히 많이 훼손되었다는 점이었다.

단적으로, 아무리 '인류 잠재 가능성의 발현'이 중요하다 쳐도 끝에 가선 너무나 판타지 의존적인 전개에 소위 Suspension of disbelief가 어려워지는 것은 7화를 좋게 본 사람이라도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수준으로 따지자면, 게임 [매스 이펙트] 시리즈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Space Magic' 과 동급이 아닐까.)

더 생각해 보자면, [건담UC]의 이야기 전체가 개연성이 약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자면, 연방 정부나 연방 기동부대 론도벨이나 비스트 가문이나 네오지온 잔당 소테츠키나 전부 뭣 때문에 그리 열과 성을 다해 피를 흘려가며 충돌을 했는지 그 자체가 고작 1세기 전 만들어졌다는 "연방 헌장 원본 석판"이 가진 '상징성' 하나로 전부 다 설명이 될 수 있는가? 애니메이션의 설명이 시간 문제로 불충분했기에 소설 내용을 감안해서 보아도 여전히 납득하기는 힘든 것이다.

전반적인 개연성의 미약함 때문에 작중 등장한 수많은 인물들의 언행이나 입장에 감정 이입을 하기도 힘들게 만들었고, 종국에 가서는 설득력 떨어지는 인물과(왠만한 역대 건담 작품 주인공들 죄다 뺨칠 희대의 이상주의 성인군자 버나지 링크스 군을 필두로 하여) 어색한 플롯 전개를 그저 뛰어난 연출력과 그 연출력으로 풀 메이크업 한 액션씬들로 덮어가며 진행된 작품이 아니었는가, 의심하게 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건담' 작품들은 다 개연성 충만하고 완성된 이야기들이었던가? 카미유 비단의 넘쳐나는 청소년 호르몬에 당위성을 느껴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할 수 있었는가? 인류 혁신을 위해 인류 삶의 터전을 파괴한다는 샤아의 사상에 찬동할 수 있었는가? 액시즈 밀어내기나 수박바 어택이나 고철처리장 청소년들의 활약에 흡족히 납득할 수 있는가? 그런 부분들을 일단 감안하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자. 내재되어 있는 많은 단점들을 검토해 보더라도, 건담UC는 대단히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건담UC의 UC란 주역 기체인 RX-0 'Unicorn'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건담이라 하는 시리즈 전체의 토대가 되는 세계관 '우주세기'Universal Century를 뜻하기도 한다. [건담 UC]는 단순히 우주세기에 기반을 둔 무수히 많은 작품군 중 하나가 아니라, 바로 우주세기라 하는 세계관과 그 역사 그 자체를 통틀어 아우르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닐까. 여기서 잠시 우주세기란 무엇일까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1979년 당시 토미노 요시유키가 생각했던 것이나 그가 지금 생각하는 '건담'의 본질 또는 [건담Z]나 [건담zz], [역습의 샤아]에서의 주제의식이 무엇이었던지간에, 이미 우주세기라 하는 세계관 자체는 토미노 선생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 숨쉬듯 생동감 넘치는 거대한 세계가 되어버렸다. 마치 [스타워즈]의 은하계나 [반지의 제왕]의 중간계처럼 말이다. 그 세계는 어떠한 물건인가?

인류가 우주로 진출해 살아가는 미래에, 지배권을 가진 지구연방과 그에 탄압받다 반기를 든 식민지 우주인들의 대립이라는 플롯 자체는 SF 장르에서 흔히 차용하는 진부한 테마의 재활용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주세기는 인류가 우주에 정착하면 신인류가 급속 진화해 나타난다는 '뉴타입' 개념과 함께 연방-식민지 갈등 구조에서의 선악구분 모호화,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모빌슈트'를 통해 보다 흥미로운 개성을 가진 독립적인 세계관으로 구축될 수 있었다.

1979년 [기동전사 건담]은 또한, 그 전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없었던, 무슨 외진 연구소의 천재 박사나 신비한 고대 병기 또는 영웅적 존재가 아닌 "대량 양산되는 군사용 제식 병기로써의 거대로봇"의 개념을 창시하고, 그 로봇들이 사용되는 전장을 선과 악의 대립 또는 정의와 불의의 싸움이 아닌, 어느 한쪽에 정당성이 치우치지 않는 정치집단끼리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벌이는 대규모 전쟁으로 묘사함으로써 애니메이션의 스토리텔링에 있어 큰 진보를 이룩했다.

이후 '우주세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그 작중 '정치적 이데올로기' 또는 그 이데올로기로 인해 초래된 일들의 여파가 원인이자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떡밥이 되었고, 그로 인해서 우주세기 건담은 단순히 건담이 싸우는 로봇만화거나 초능력자 주인공과 그 라이벌이 자웅을 겨루는 이야기에 국한되기 보다는, 인류 역사에 무수히 있어 왔던 억압자-피지배자 구조의 전개과정과,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된 인류가 그에 적응하고 진보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밟을 것인가를 폭넓게 다루는 세계관이 되었던 것이다.

[기동전사 건담]에서부터 [역습의 샤아]까지 작중 20년의 시간 동안 '우주세기'에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우주 콜로니들을 일방적으로 착취할 뿐인 지구연방정부, 이에 반발해 우주인 독립자치의 기치를 들다 전체주의 군사독재국가화 된 사이드3 콜로니의 지온 공국. 그 지구 연방과 지온 공국 간의 1년에 걸친 세계대전과 지온의 패망.
([기동전사 건담] / 그 외 '1년전쟁' 배경 작품들)

최후 결전에서 패퇴했던 지온 잔당들의 항전 및 테러 행위, 그리고 그로 인해 테러 진압 및 정부 지배력 공고화를 목적으로 창설된 연방군 특수부대 '티탄즈'.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즈])

'티탄즈' 조직의 비대화, 권한 오용과 잔학 행위. 그 티탄즈에 반감을 가진 연방군 내부 세력의 결속. 연방군 내 反티탄즈 세력과 티탄즈 간의 내전. ([건담Z])

내전으로 피폐해졌으나 구조적으로 바뀐 것 없이 억압을 계혹하는 연방 정부에 다시 도전장을 내미는 구 지온군 세력. ([건담ZZ])

지온 재결집 '네오지온' 운동과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류가 모두 우주로 진출해야 하며, 이를 강제로 이행하기 위해 지구를 생존불가행성으로 파괴해버린다는 거대 운석 낙하 계획, 이를 저지하기 위해 네오지온과 결전을 벌이는 연방군 특임대 '론도벨'.
([역습의 샤아])

이 모든 과정 속에서 계속 발현하여 인간에 내재된 정신력의 잠재성을 폭발시키는 신인류 '뉴타입'들의 존재와 인간과 인간 사이 '소통'의 주제. 어른들이 만들어나간 불의와 부조리의 구조 속에서 고통받는 순수한 청소년들.

이 일련의 긴 대립과 비극들은 [역습의 샤아]에서 연방의 아무로 레이와 지온의 샤아 아즈나블의 긴 악연의 대결로 정리되며 마지막에는 샤아가 떨구는 운석을 아무로가 정신력의 힘으로 밀어내면서 두 사람 모두 행방불명 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그걸 정말 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무로와 샤아는 사라졌다. 그러나 지구와 그 식민지 간의 갈등은 끝나지도 해결되지도 않았고 뉴타입의 이야기도 속 시원하게 풀려지지도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우주세기'는 단순히 에이스 파일럿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의 라이벌 관계 이야기가 아니며, 그 둘의 대립이 전투를 통한 공멸로 끝났다고 해서 우주세기 내 갈등이 끝난 것이 아니다.

[기동전사 건담 UC]는 1년 전쟁이 벌어진 우주세기 0079년에서 17년이 지난 0096년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UC]는 단순히 시간대적인 후속편에 그치지 않는다. 그때까지의 비극의 역사를 다시 한번 재조명하고 정리하면서 갈등의 근원에는 무엇이 있었으며, 또한 그 비극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는가, 라고 하는 근본적인 테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작품에 지난 30년간 우주세기 배경 건담 작품들에서 등장했던 수많은 '모빌슈트'들이 죄다 리파인되어 등장하는 것은 단순히 구작 등장 기체들을 장난감으로 또 팔아먹으려는 상술이기 이전에, 지온군 잔당이 골동품들도 운용한다는 설정놀음이기 이전에, 그 자체로서 '우주세기' 시리즈 전체를 망라하기 위함이라 생각하는 것은 크게 과장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는 작중 중심 '맥거핀'에 해당하는 "라플라스의 상자"의 정체가 그 우주세기 0000 원년에 제정된 연방 헌장 원본이며, 그 헌장이 우주시대 개막과 함께 우주인들과 우주거주로 인해 나타날지도 모르는 미래 신인류에 대한 대우와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라고 하는 전제 그 자체에서부터 강하게 드러난다. 그 코스모폴리탄적인 헌장의 정신이 조작, 왜곡되고 연방 정부는 일방적이고 부조리한 지배 관계를 구축했기에 우주세기는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설명이다. 비록 작위적인 느낌이 있다 할지라도 이것은 제법 대담하면서도 '우주세기'의 타임라인 속에서 하나의 작품을 구성할 이야기를 풀어나갈 소재로 적당한 설정이 아닌가. -미국의 마이너 문화 웹진 '코타쿠'에서는 라플라스의 연방헌장을 "미국 연방 헌법 원본에 사실 "미국이 미시시피 강 너머로 영토를 확장하게 될 경우 인디언 원주민들을 모두 동등한 미국 시민으로 대우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더라"는 떡밥이 나타난 것과 비슷하다 비유했는데, 참으로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싶다.-

그 연방에 대항해 이 헌장을 손에 넣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네오지온 잔당 지휘관 풀 프론탈의 계획은 우주 식민지인들 전부의 독립심을 고취시켜 정치적인 범 우주적 연계를 통해 '콜로니 공영권'을 구축해 지구를 고립시킨다는 것인데, 작중 지온 공국의 후계자인 미네바 라오 자비는 이 또한 그저 지구-콜로니의 종주관계를 역변시킬 뿐 갈등의 구조 자체는 그대로일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우주세기에서 이어져 온 지온 세력의 사상 또한 비판한다.

갈등구조를 끝맺는 것은 지구인과 우주인의 서열 위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대오 각성하여 혁신을 일궈내는 것이라고 하는 막연한 희망인데, 그 막연한 희망은 풀 프론탈이나 샤아 같은 인물들의 비전적 사상이 아니라 보통의 수많은 인간들이 함께 판단해 결정하는 것에 걸리게 된다. 이는 전함 넬 아가마의 함장 오토 미다스가 인더스트리얼 7 콜로니로의 진격을 지시하면서 한 연설에서 드러난다. "어느 쪽이 바른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 지금을 사는 젊은이들, 이후로 태어날 아직 보지 못한 아이들이겠지. 그들에게 판단을 맡기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 그랬기에 "라플라스의 상자"는 어떠한 목적으로 누군가의 손에서 '사용'되기 보다는 그저 전 세계에 그 내용이 송출되고, 그 내용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의 총의에 결정을 맡기는 것이다. 그 '사람들의 판단'이란 것에 희망을 걸기엔 역사상 되풀이 된 비극이 보여주듯 인류가 너무 어리석다고 하는 반론에 [건담 UC]는 '우주세기'를 정의하는 개념 '뉴타입'으로 대답한다.

[건담 UC]는 1화에서부터 '뉴타입' 개념에 대한 고찰과 담론을 집어 넣으면서 '단순히 에이스 파일럿을 이르는 또다른 말로 대체되었을 뿐인' 뉴타입이라는 표현의 올바른 의미는 무엇인가 질문한다. 이미 '우주세기' 작품들에서 계속 얘기되긴 했으며 [역습의 샤아]에서 조명했던 이 주제를 [건담 UC]는 좀 더 큰 사상으로 이끌어낸다. 소통의 부재와 오해로 인해 갈등과 비극이 초래되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출현하게 된 것이 뉴타입이고, 뉴타입은 또한 별개의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모든 인류가 가지고 있을 자기혁신의 잠재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라 하는 점은 주인공 버나지 링크스를 통해 계속 강조된다.

현실성 떨어질 정도로 순수하고 이상주의적인지라 필자가 버나지-저스라 부르고 싶을 정도이긴 하나, 버나지 링크스는 그 입버릇 '그래도'를 반복하며 계속 인류에 희망은 있으며, 인류는 갈등을 극복하고 혁신을 일굴 수 있음을 설파한다. 버나지 링크스는 미네바 라오 자비에게 보여주는 헌신적인 사랑만큼이나 인류 전체에 대한 휴머니스트적 애정을 보여주고, 그러한 사랑의 힘을 통해 말도 안될 정도의 기적을 일궈낸다.

토미노 요시유키의 [건담] 작품들이 계속 강조하는 '사랑'은 절망에 사무쳤던 샤아 또는 아무로가 경험한 엇갈린 애정이나, 사랑은 많이 경험했으나 너무 큰 비애를 겪어 비뚫어지다 못해 PTSD로 정신 붕괴해버린 카미유의 모습에서 그 의미에 한계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면, 버나지 링크스의 인류애는 그 사랑의 힘이 궁극에 달했을 경우를 보여준다. 비록 앞서 'Space Magic'으로 욕을 하긴 했어도 유니콘 건담이 보여주는 기적들은 단순히 사이코 프레임을 과대포장했다거나 버나지 링크스를 슈퍼맨化 하기 위해 보여줬다기 보다는 우주세기의 역사에서 계속 이어진 비극들을 모두 치유하기 위한 인류애의 상징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또다른 주연이라 할 수 있는 마리다 크루스의 일대기로도 강조된다. 스베로아 진네만과의 눈물겨운 부녀애와, 사랑을 통해 정신세뇌도 이겨내며, 죽어서도 모두를 향한 사랑의 힘에 혼백의 형태로 주인공들을 인도하는 마리다의 모습 또한 '인류의 가능성'과 '사랑의 힘'을 절실히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이미 "액시즈" 운석 충돌을 아무로가 인류의 의지를 모아서 지구 궤도 밖으로 밀어내는 것으로 묘사된 [역습의 샤아] 명장면이 단순 확대재생산된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건담 UC]는 '우주세기'라 하는 세계관과 시대 전체를 고찰해 내면서 단순히 우주세기를 우려먹는 속편이 아니라 우주세기를 총괄적으로 끝맺음 짓는 의미를 지닌 작품이 되었다. 아무로와 샤아, 연방과 지온, 지구인과 우주인, 지배자와 식민지, 신인류와 모빌슈트의 이야기들 모두를 말이다. 비록 방향성이나 플롯 전개에 있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과 작위적이고 무리수적인 연출이 많이 있었다 하더라도, [건담 UC]는 단순히 전투씬이나 음악이 뛰어난 물건이 아니라 아닌 본질적인 주제와 담론에서도 인정받을만한 작품이 아닐까. '우주세기' 그 자체를 담아내려 했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히 대담한 시도였다. 여기에 아무로-샤아-라라의 '승천씬'이 나왔다던가 나와서는 안되었다던가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저 기쁜 마음으로 그 '되짚어 보기'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정말 '근원으로 돌아가는' [건담 THE ORIGIN]의 2015년 방송만을 기다릴 뿐이다.



ps. 건담 THE ORIGIN에서도 음악은 사와노 히로유키가 담당했으면 좋겠다.

난 아래 곡을 들으면서 너무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진심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ps.2. 일단 건담UC를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되었으니, 처음부터 UC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우주세기 팬이라면 이 글의 내용 전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덧글

  • 풍신 2014/05/24 16:08 #

    전 헌장 자체가 너무 작위적이어서, 그걸 기반으로 쌓아올린 모든게 작위적이 되고, 결국, 발표했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어스 노이드와 스페이스 노이드의 문제가 아무것도 해결 되지 않은 점에선(오히려 그걸 발표를 이용해먹을 세력이 있을테죠.) 역습의 샤아의 완결에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것과 그리 다를게 없다고 보이더군요.

    역샤와 비교해서도 전 인류가 액시즈가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가운데 그걸 막는 인류애의 상징과 100년 전의 실질적인 의미보다 관계된 자들만 저주에 옭아맨 헌장을 지키고, 미네바의 연설을 들려준 인류애의 상징(...)과는 꽤나 실질적인 의미에서 차이가 있고...

    아무로, 샤아, 라라아의 혼이 어떻다고 하기 이전에 스토리 플롯 자체가 무리수란 느낌이라서...스케일 자체도 라플라스의 상자란 것으로 띄워 놓은 것 뿐이지, 애초에 이건 전쟁도 아니고 잔존 테러리스트들과 테러진압부대 간의 국지전에, 관련자들만 혈안이 되어 세상이 바뀔 것 같이 떠든 그런 작은 스케일이라...
  • 2014/05/24 16:1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유독성푸딩 2014/05/24 16:16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라플라스의 상자가 열리자 마사 비스트가 말하죠. 저런 것쯤 아무 영향도 끼칠 수 없다고. 그저 선동일 뿐이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버나지나 미네바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라는 이름의 신을 믿습니다. 토미노가 건담을 통해 계속 보여준 전쟁과 현실의 잔혹함을 보며 연방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안주하려하고, 네오지온은 또다른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도' 가능성에 흔들리는 미래, 현실에 짓눌려 무시되는 이상을 유니콘 건담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브라이트가 버나지를 배웅하며 말한 '절망을 물리칠 용기를 가져라. 네가 건담의 파일럿. 뉴타입이라면'은 절망스러운 현실에서도 끊임없이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이상을 추구할 용기를 가져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뉴타입이다...라는 맥락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내용과는 별개로 영상미와 음악이 아주 쥑여줬던지라(..) 오리진에서도 이 정도 퀄리티가 계속 이어진다면 헠후헠후...
  • 모튼 2014/05/24 16:20 #

    갈등구조를 끝맺는 것은 지구인과 우주인의 서열 위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대오 각성하여 혁신을 일궈내는 것이라고 하는 막연한 희망인데, 그 막연한 희망은 풀 프론탈이나 샤아 같은 인물들의 비전적 사상이 아니라 보통의 수많은 인간들이 함께 판단해 일구는 것에 걸리게 된다. 이는 전함 넬 아가마의 함장 오토 미다스가 인더스트리얼 7 콜로니로의 진격을 지시하면서 한 연설에서 드러난다. "어느 쪽이 바른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 지금을 사는 젊은이들, 이후로 태어날 아직 보지 못한 아이들이겠지. 그들에게 판단을 맡기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 그랬기에 "라플라스의 상자"는 어떠한 목적으로 누군가의 손에서 '사용'되기 보다는 그저 전 세계에 그 내용이 송출되고, 그 내용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의 총의에 결정을 맡기는 것이다. 그 '사람들의 판단'이란 것에 희망을 걸기엔 역사상 되풀이 된 비극이 보여주듯 인류가 어리석다고 하는 반론에 [건담 UC]는 '우주세기'를 정의하는 개념 '뉴타입'으로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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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문 하나하나가 좋았지만 이 문단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버나지의 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순진하다 그란 생각이 들긴 했지만 키라처럼 밉지 않았던 게 어느 정도 납득이 갑니다. 연방을 뒤엎을 라플라스의 상자라는 걸 소수의 손으로 이용하자는 소데츠키나 연방 상류층과 싸운 이유도요.

    처음으로 접한 우주세기 작품이 이거라는 게 참 기쁩니다.
  • 무명병사 2014/05/24 17:49 #

    동감입니다. 바로 제 생각이 그렇지요. 딱 우주세기의 그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 뒤의 이야기도 버젓이 버티고 있는 만큼, 명쾌하게 끝을 낼 수도 없고... 책 두 권 분량을 2시간도 안되는 분량으로 (그것도 그대로 옮긴 게 아니죠) 이 정도로 풀어내는 것도 잘 풀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버나지가 유니콘에 다시 타는 장면은.....으으으음;;
  • fallen 2014/05/24 17:55 #

    건베 공개방영일날 봤는데 그렇게 흑역사급으로 까일 물건은 아니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몇몇 어울리지 않는 연출-네오지옹이 유니콘 붙잡으면서 시간여행하는 장면같은-만 해결했으면 괜찮지않았나 생각합니다
  • 궁굼이 2014/05/24 18:08 #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 갑자기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맨 앞에
    사실 제 0조가 있었으며 제 0조의 내용은 대한민국은 대 일본제국의 적통을 잇는 국가이다
    이런식으로 써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라플라스의 상자가 공개되고 그것이 진품이라는 감정을 받으면 그게 비슷한 느낌이 될 수 있을겁니다.


    다만, 그당시 정세나 스페이스노이드와 어스노이드의 정치적 갈등 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그리고 풀 프론탈이 그저 그걸 '협상용으로 쓴다'라고 압축 설명하는 멍청한 짓거리
    그리고 라플라스의 상자와는 아무 상관없는 최종 전투와 해탈=_=이 매우매우 어이가 없는게 문제였죠...



    진짜, 7화 보면 같은 유니콘이 맞나 의심까지 됩니다;
  • 스피노자의 정신 2014/05/24 21:28 #

    개인적으로 코스모 바빌로니아 전역과 잔스칼 전쟁이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눈은 호강했지만 아주 안좋았습니다....
  • 2014/05/24 21:2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무것도없어서죄송 2014/05/25 03:17 #

    1.개인적으로 상당히 괜찮게 봤습니다. 특히 미래를 상징하는 소년, 소녀들 앞에 과거를 상징하는 프론탈이 등장하는 장면이 좋더군요.
    2.많은 분들이 라플라스의 상자에 그렇게 난리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시던데
    사실 연방은 그렇게 난리도 안 쳤음. 딸랑 전함 몇 척정도(이것도 연방이 한 게 아니라 사설부대 정도면 딱 좋았을텐데 아쉽더군요). 수리한 그리프스2 한 번 발사정도?
    이거야 수리기념으로 테스트 삼아 한 번쯤 발사해보는 게 당연한 일.
    난리는 소데츠키가 집중적으로 쳤죠. 그런데 이 놈들은 현실의 나치잔당, 알카에다 같은 놈들입니다.
    이미 이성이 아니라 악과 신념으로 싸우는 미친 놈들임. 부모 복수하겠다고 적군 본진을 도시채 날려버리는
    여자애(소설판은 이유가 더 ㅎㄷㄷㄷ함), 17년 전에 망한 나라에 충성을 다하고 구닥다리 기체들로 적군 기지에 돌입하는 놈들이 풀뿌리라도 잡을려면 뭔 짓인들 못하겠음?

    3.오타 지적 중간에 미국 헌법 이야기 밑에 네오 지온 잔당 지휘간 > 네오 지온 잔당 지휘관
  • 2014/05/25 14:0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5/25 17:2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asclepina 2014/06/03 12:26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못되먹은 맘모스 2017/12/24 03:50 #

    정리잘되고 귀에쏙쏙 들어오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중간에 좀 거슬리는 부분이있습니다. 건프라는 장난감이아닙니다. 건프라를 취미로하는 사람들은 이런것에 민감합니다. 수정해주시기 바래요. 장난감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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