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역사 속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시대와 조건으로 세계 역사 속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습니까?

문득 이런 망상을 떠올렸다. 그 순간 너무나 심심했었다. 그래서 생각을 발전시키다 보니 이런 일대기가 생성되었다.

1783년 잉글랜드의 베드포드셔 (런던 북쪽, 캠브릿지와 옥스퍼드 사이) 지방에서 어느 스콰이어(Squire, 지방 유지)의 장남으로 태어난다. 아버지는 베드포드셔 카운티의 JP(Justice of Peace, 지방 치안판사)를 지냈고 조부는 카운티 홀에서 서기를 했으며 증조부는 죠지 1세 때 기사(Knighthood, Sir) 서임을 받은 바 있음.

베드포드셔 내의 가문 소유 토지는 약 3천 5백 에이커 가량이고 절반은 랭카셔 지방에서 유행하던 것을 따라 양모 산업에 투자, 방목함에 따라 부동산 뿐만 아니라 5천 파운드 상당의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

유복하게 자라면서 아버지가 수집한 장서로 독서도 많이 할 수 있었고 유년기에는 하퍼 재단이 운영하는 베드포드 스쿨(퍼블릭 스쿨, 1550년대 창립)에서 그리스 로마 고전을 중점으로 교육받았음.

성년이 되고부터는 지방 특유의 사교 파티들에 얼굴을 여기저기 들이밀면서 인맥을 쌓고 베드포드 공작가의 제 6대 후계자 존 러셀의 방계 친척들과 만나면서 친분. 공작가의 가을 사냥(Game)에도 참가하며 꿩 몇마리도 잡는 등. 그러다가 1806년 즈음에 재산을 이용해 영국 육군의 중위 커미션을 구입하여 사냥터 솜씨를 가지고 당시 막 창설되던 경보병 연대 중 하나에 들어감.

1809년 웰링턴 후작 아서 웰즐리가 이끄는 반도 원정군에 합류하여 이베리아 반도 전쟁에 참가. 코아 전투랑 바로사 전투 참가. 큰 무공을 세운 적은 없이 그냥 평범한 여러 장교들 중 하나로서 참전. 1811년 중순 토레스 베드라스 캠페인 이후 열병을 이후로 본국으로 귀환, 회복 후 사교활동 재개. 해외 원정에는 더 이상 참가 안하고 1814년에 소령의 커미션을 가진 채로 군에서 전역.

사교활동 중 안면을 익히고는 해외 원정 가 있으면서도 계속 편지를 주고 받았던 베드포드 공작의 조카딸(백작의 셋째 딸)과 결혼, 상당량의 지참금 확보. 베드포드 경 러셀 가문은 휘그파였고 그 후원을 얻음. 순 후원빨로 휘그당 MP(Member of Parliament, 하원의원)로 당선. 하원의원 재직 간 신문과 잡지에 현안사항들에 대한 사설 기고 활동 왕성히 함. 그러나 하원 내에서는 별 발언도 없고 영향력도 크지 않은 채로 정족수나 채우면서 근근히 윌버포스 등의 진보성향 개혁안들에 찬성표 던지는 걸로 만족.

정치활동과 후원 등으로 인해 영지는 6천 에이커 급으로 확보. 아들 한 명과 딸 한 명을 낳음.
오랜 활동을 인정받아 1834년 경 기사 작위를 받음.

1838년 경에 하원에서 은퇴하여 논설가 노릇만 계속하면서 빈둥대며 여생을 보내다가 별로 신통치 않은 회고록/자서전이나 쓰면서 소일함. 딸은 같은 기사 집안의 아들과 결혼시켰고 아들은 법을 공부하다가 정치로 전향하여 베드포드셔의 Alderman(주지사)을 역임하고 하원에 들어감.




이 정도면 '등따시고 배부르며 딱히 어려운 것도 맞닥뜨린 적 없이 태평했던, 18세기 말 19세기 초엽 적당하기 짝이 없는 영국 젠트리의 전형'이 되겠다.


*단, 실존하는 역사적 인물/위인이 아니라 그냥 그 시대에 태어났을 뿐인 그냥 사람인걸로 상정

덧글

  • 잉붕어 2015/04/15 12:22 #

    저도 일전에 비슷한 상상을 한 적이 있었지요.

    조선 해군으로 징집 됨 -> 군량미를 빼돌림 -> 안걸려서 계속하다 통제사 어르신에게 딱 걸림 -> 난중일기에 " 부하 XX가 군량미를 빼돌려 자기 배를 채움. 베었다" 라는 내용이 추가됨.

    중학교때 이런 말을 친구에게 했더니 하는 말이 "너 답다" 였을겁니다.
  • 상처자국 2015/04/15 22:19 #

    으엌ㅋㅋㅋㅋㅋㅋ
    하필 군량미를 빼돌리시나여 ㅋㅋㅋㅋ
  • 정호찬 2015/04/15 12:24 #

    닥치고 휴 헤프너.
  • 슈타인호프 2015/04/15 12:28 #

    난 누구였더라--;;
  • 함월 2015/04/15 13:19 #

    저는 80년대 초의 초기 PC시대. 인터넷 태동기를 동경했었죠.
    인류역사상 그런 시기가 다시 있을까 싶을 정도의 시대인데...

    시나리오를 써보자면 가령 1950년대 말에 미국 캘리포니아 쯤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근처 지방대 다니면서 적당히 긱 생활하고 있다가 이런 소리를 듣는겁니다.
    "야, 얼마 전에 자퇴한 히피 하나 있잖아? 걔가 컴퓨터 회사 차린다고 돈 모으고 있던데, 너도 모아둔 돈 있으면..."
  • Halfround 2015/04/15 22:20 #

    그런 류의 소설이 실제로 미국에는 많습니다...

    1997년, 자동차 세일즈 딜러로 평생을 일해서 애들 다 키웠지만, 어느날 마누라가 옆집 남자랑 바람을 피우고 잇다는걸 알게 된 제임스씨는 화를 내보지도 못하고 위자료로 집을 뺏기고 맙니다.

    허탈한 마음에 유일하게 남은 저금 3만달러를 들고 도박이나 할까 하고 라스베가스로 향하다가 그는 그레이 하운드 버스 안에서 좀 이상해 보이는 두 청년을 만나게 되는데요, 래리와 세르게이라는 이 두 청년은 컴퓨터인지 뭔지 하는 것에 몰두해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차였는지라 블랙잭에 몰빵하나 얘들한테 돈주나 그게 그거 아닌가 싶어서 그냥 3만달러를 다 던져주고 맙니다. 그뒤로 제임스는 아무도 모르는 동네에 가서 다시 세일즈를 하는데..

    10년 뒤, 나름 다시 저축을 하고 동네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혼녀랑 간간히 데이트도 하던 제임스에게 래리와 세르게이가 잘 차려입고 나타나서 하는 말이, "아저씨! 우리가 대박 났어요!". 그리고 그날부로 제임스는 구글의 사외 이사로 임명되는데...
  • 2015/04/15 14:1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4/15 20: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virustotal 2015/04/15 16:33 #

    솔직히 말해

    페니실린으로 모든 병을 진압?? 많은 병을

    그렇죠 20세기 초반만 해도 그냥 죽는거임

    천연두는 어떻고

    마취약

    쫄지마 살기 힘들다고 뭐 이런소리저런 소리해도




    호환 마마 더블어택 과 페니실린 전무

    그냥 미래가 어떨지...


  • 피그말리온 2015/04/15 17:34 #

    생각해보니 왕이니 영웅같은것보다 그냥 안빈낙도 하는 삶을 찾는게 더 설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 santalinus 2015/04/15 17:45 #

    윗분 말처럼... 이래저래 굵직굵직한 병을 자주 앓았던 저는 페니실린과 스테로이드, 아스피린이 개발되지 않았던 시기에 태어나고 싶진 않습니다.....몸에 열만 나도 무서워질 걸요....
  • 희야 2015/04/15 19:29 #

    저도 역사 좋아하는 사람들과 애기하면 자주 나오는 주제긴하지만 전 그래도 현대가 좋을거 같애요
    수많은 시행착오로 이만큼 번성시킨 과거의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요
  • 나인테일 2015/04/15 20:06 #

    그냥 증조부는 당상관에 조부는 지주에 아버지는 판사인 21세기 대한민국이면 좋겠군요;;;
  • Halfround 2015/04/15 22:14 #

    그리고 자기 저택에는 메이드로 채우고 안경을 씌우면...
    아니, 1809년 즈음에 메이드면 좀 앞선가요... 그래도 뭐 상관없어!
    나중에 그를 '시대를 앞서간 메이드 문화의 선구자' 로 칭송하는데...
  • 재팔 2015/04/15 23:05 #

    영화 시베리아의 이발사에 나온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러시아 귀족 사회에 태어났다면...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곧 혁명이 일어날테니 그런 시대에 안 태어나는 게 좋아.. 라는 결론을 내렸죠 ㅋㅋ
  • 함월 2015/04/15 23:53 #

    화려한걸로 따지자면 벨 에포크 시대 부유한 유럽 귀족이 제일이긴 한데, 그 뒤에 있을 일들을 생각하면 좀...ㅋ
  • 초효 2015/04/17 17:19 #

    그냥 지금이 좋습니다.
  • 2015/04/29 11:3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5/01 13:5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5/03 19: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가녀린 표범해표 2017/11/29 23:26 #

    영국사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 2019/06/18 14:2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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